탄핵이라는 파도 앞에서 방파제를 자처했다. 맹목적인 반대의 대가는 제1야당 당대표라는 감투였다. 당내 갈등이 심해지면 극단적으로 단식 투쟁을 선택했다. 8일간 단식을 끝낸 뒤 행보는 거침없었다. 황교안이 이끌던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장동혁이 이끄는 2026년 국민의힘은 묘하게 닮았다.
검사 출신 황교안과 판사 출신 장동혁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교회법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다”라고 말했던 황교안과 “이번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라고 외쳤던 장동혁은 상식과 명분보다 비난과 증오를 선택했다. 전광훈 목사는 황교안 지지세력이었고 극우 유튜버도 장동혁을 응원했다. 제1야당 대표가 사과하고 반성하기는커녕 탄핵에 반대했던 극우 세력과 손잡은 이유는 뭘까.
사랑과 증오는 이어졌다. 박근혜와 윤석열 탄핵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문재인과 이재명을 증오했다. 국정농단과 비상계엄을 탓하기보다 공동의 적을 비난했다. 황교안과 장동혁의 등장에 극우세력은 열광했다. 거리의 철학자 에릭 호퍼는 “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도 대중 운동이 생겨서 퍼질 수 있지만 악마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공동의 적을 증오하면서 흩어졌던 보수는 극우로 변했다.
황교안은 2019년 통합을 외쳤다. 보수 세력이 갈라진 탓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합리적인 보수였던 김세연 의원은 자유한국당을 생명력 잃은 좀비로 비유했다. 사퇴 요구가 쏟아지자 황교안은 단식 농성을 선택했다. 당시 전광훈 목사는 농성장에서 황교안을 옹호했다. 박근혜를 지지했던 강성 지지층을 앞세운 황교안은 당권을 유지했지만 성난 민심은 이듬해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심판했다.
장동혁은 황교안과 달랐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열을 선택했다. 국민의힘은 올해 1월 당원게시판 여론조작을 이유로 한동훈을 제명했다. 차기 당권을 겨냥해서 정적을 미리 제거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한동훈 제명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자 장동혁은 황교안에게서 교훈을 얻었다. 국민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자 단식을 시작하며 특별검사 도입을 외쳤다. 투쟁이라기보다 공연에 가까웠다.
국민의 눈과 귀는 국민의힘 공천에 쏠렸다. “비상계엄은 명백히 잘못됐다”라던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대구시장 후보에서 배제됐다. 보수의 심장이라던 대구에서도 민주당이 이길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서울시당위원장 배현진 의원은 26일 “수도권에는 예수님이 나오셔도 안 될 판이다”라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도움이 되는 곳이 없다고 단언했다.
창조를 위해서 파괴가 필요하다던 김세연은 7년 전 외쳤다. “공감능력이 없다. 그러니 소통능력도 없다.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하는 걸 모르거나 의아하게 생각한다. 세상 바뀐 걸 모르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7년이나 지났지만 바뀐 것은 없다. 증오를 먹고 자란 극우는 보수가 설 자리마저 없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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