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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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야당 시절 수신료와 전기료 분리 징수 법안 발의
수신료·광고비 분리 회계 법안도 발의된 지금, 분리징수 실현돼야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28 06:31:30

정부와 여당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 형식으로 추진 중인 KBS 수신료 분리 징수가 결국은 실현될 것 같아 보인다. 비록 대통령실이 주도한 것이기는 해도 여론을 수렴해 보면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광온 원내대표가 국회 간담회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는 정권이 방송을 입맛대로 길들이고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긴 했지만 저항이 그렇게 센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 또한 야당이던 시절에는 수신료 합산징수 금지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제출된 법안들이 수신료 합산 징수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는데 조금 길지만 우선 야당 시절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수신료 합산징수 폐지 법안의 제안 이유를 인용해 보고자 한다.

“현재 한국방송공사(KBS)가 TV수신료를 징수할 때 한국전력공사에 위탁하여 전기사용료에 병합 징수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공사가 송출하는 방송을 시청하지 아니하는 시청자에게까지 수신료를 강제 납부하게 하는 불합리한 점이 있음. 이에 수신료 징수 위탁기관이 TV수신료를 징수할 때에는 위탁기관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된 형태로 징수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TV수신료 징수제도를 시정하고 시청자의 방송 선택권을 존중하여 방송 수혜자인 시청자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함”(2017년 4월3일, 민주당 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방송법 개정법률안 제안 이유 중).

“한국방송공사(KBS)가 TV수신료를 징수함에 있어 한국전력공사측에 위탁하여 전기사용료에 병합 징수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공사가 송출하는 방송을 시청하지 아니하는 시청자에게까지 수신료를 강제 납부하게 하는 불합리한 점이 있음. 이를 시정하고 시청자의 방송 선택권을 존중하여 방송 수혜자인 시청자의 권리를 강화함과 아울러, 한국방송공사가 원래의 목적대로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의 올바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2014년 1월1일, 민주당 노웅래 의원 대표발의 방송법 개정법률안 제안 이유 중).

야당 시절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던 수신료 합산징수 폐지 법률안의 제안 이유를 인용해 보았는데, 수신료와 전기요금 병합 징수를 ‘강제납부’로 칭하면서 수신료 분리징수는 시청자의 방송선택권을 존중하고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법안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발의한 의원의 이름을 가려 놓으면 이것이 과연 민주당 의원의 주장인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 역시 야당이었던 20대 국회에서 합산징수 폐지 법안을 제출했었는데 강효상 의원의 법안 제안 이유는 “매체의 다변화로 인해 TV를 시청하지 않거나 보유하지 않는 경우에도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포함하여 일률적으로 징수하고 있으므로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 징수해 수신료 부과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자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KBS의 매체 점유율 저하라는 엄연한 사실에만 기반한 것이라서 이 정도면 상당히 완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박대출 의원의 법안 제안 이유는 “현행 한국방송공사의 수신료 징수·납부 체계는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해야 함. 그러나 수신료 면제·감면 대상이 되는 수상기의 종류와 면제·감면 신청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아 시청자의 ‘수신료 거부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임. 또한 수신료 징수는 ‘준조세’처럼 한국전력공사에 위탁하여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하고 있어 신청자의 수신료 납부방식 선택권마저 침해하고 있음. 이에 침해받고 있는 시청자의 ‘수신료 거부권’을 강화하고 준조세처럼 받고 있는 수신료 납부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시청자의 ‘납부방식 선택권’을 신설하여 시청자 권리를 강화하고자 함”이라고 되어 있다. 앞서 본 민주당 의원의 법안에서는 시청자의 ‘선택권’이란 단어가 쓰였지만 박 의원 법안의 경우엔 ‘거부권’이라는 보다 공격적인 표현이 쓰였다.

이종배 의원 법안의 제안 이유는 아주 적나라하다. “최근 한국방송공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훌륭한 위인으로 생각한다’는 등의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발언을 여과 없이 내는 등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함에 따라 TV수신료 환불 민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TV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도 일어나고 있음”이라고 되어 있다.

멀지 않은 과거에 발의되었던 관련 법안의 제안 이유만 살펴봐도 지금 민주당이 야당이라고 해서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고 비판하는 것은 명분이 매우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의 거듭된 내로남불의 하나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수신료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징수 방법에 그치지 않는다. 야당인 민주당 전혜숙 의원의 방송법 개정 법률안은 KBS 수신료와 광고수입이 구별되지 않고 같이 회계 처리되고 있어서 거의 조세처럼 강제징수되고 있는 수신료의 집행 내역 확인이 어려운 점을 지적하면서 수신료 운용·관리의 투명성을 도모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취지에서 수신료를 다른 재원과 구분하여 회계 처리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 중이다.

이쯤 되면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해선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필자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에도 부합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이 문제를 다음 편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동호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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