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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달 28일자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칼럼에서 KBS 수신료 분리 징수가 윤석열정부와 여당에서 처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정부 시절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도 관련 법률안을 발의한 적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도 수신료 분리 징수를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고 쉽게 비판할 수만은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전혜숙 의원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지적했는데 KBS 수신료와 광고수입을 분리해서 회계 처리하는 법안이다. 지금처럼 혼합해서 회계 처리를 해서 특별부담금인 수신료가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이 어려운 것은 국민의 알권리에 반한다는 취지다.
KBS 수신료가 현재 월 2500원인데 이 금액은 1981년부터 무려 4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껌값’ 수준으로 전락한 셈이다. 그런데 1994년부터 전기료에 합산되면서 징수율이 확 올랐다. 징수비용도 합산 징수 전 30% 넘던 것이 현재 한전에 주는 수수료율이 고작 6.15% 라고 한다. 그래서 수신료 수입이 2022년도 기준 6934억이고 KBS 전체 수입의 43%를 차지한다니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KBS는 껌값이 아니라 국민이 십시일반 모아다 준 돈방석에 앉아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 밝히지도 않은 채 30년간 호시절을 누린 것이다.
사실 회계 투명성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BS 수신료는 텔레비전 수상기 소지를 기준으로 부과하는데 헌법재판소는 1999년 결정(98헌바70)에서 수신료의 성격을 ‘특정 사업의 경비 조달에 충당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특정 집단에 대하여 부과하는 특별부담금’이라고 해석한 바가 있었다. 특별부담금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할 수 있는데, 헌법재판소 결정은 KBS 수신료의 성격을 조세와 구별해서 자세히 밝혀 준 적이 있었다.
첫째,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조세와 구분되며 둘째,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수상기를 소지한 이해관계인에게만 부과되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세와 구별되며 셋째, 방송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담세력을 기준으로 하는 조세와도 구별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제적으로 부과된다는 점에서 부담금도 조세와 다를 바가 없다. 부담금의 가짓수도 백여 개가 넘었는데 2000년대 이전에는 개별 법률에서 제멋대로 신설하고 관리하다 보니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부담금 설치·관리·운용에 관한 기본 사항을 규정하는 ‘부담금관리기본법’이 2002년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에 따르면 부담금관리법이 인정하는 부담금만 설치할 수 있고 소관 행정기관은 매년 국회에 부담금 사용계획을 보고하고 기획재정부로부터 부담금 사용 내용의 건전성과 존치 필요성을 매년 평가받아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1999년에 KBS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이라고 했기 때문에 부담금관리법이 제정될 때 KBS 수신료도 부담금에 포함됐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제정 당시에나 지금이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부담금 리스트에서 KBS 수신료는 보이지 않는다. 포함되지 않은 이유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찾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짐작은 가는데, KBS는 행정기관이 아니고 방송의 독립성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행정부처인 기재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KBS 측에서 반발했을 것 같다. 그 결과 KBS 수신료는 사실상 전국의 모든 가구가 내기 때문에 조세와 다를 바 없지만 그 어떤 법률적 통제도 받지 않는 엄청난 재원을 끌어들여 30년간 혜택을 누렸던 것이다. 대한민국에 둘도 없는 특권 중의 특권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KBS는 정권 교체 때마다 늘 편향 보도 시비를 낳았다. 그 결과 수신료 분리 징수라는 심각한 국면을 맞은 것이다.
분리 징수가 시행되면 징수율이 확 떨어지겠지만 징수 비용도 예전처럼 30% 이상 치솟을 것이기 때문에 KBS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1000억도 안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정도면 KBS에게는 가히 징벌적 조치일 것 같다. 그래서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올바르고 적절한 해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현대적 의미의 징벌은 교정의 목적이 가장 큰데 필자가 볼 때는 이렇게 해도 KBS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수신료 분리 징수 강제 법안을 냈던 민주당이 이제는 태도를 바꿔 결합 징수를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하니 KBS의 주류는 민주당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 것이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아예 윤석열 정권 퇴진을 대놓고 보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아직 공영방송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제일 중요한 재원인 수신료 징수율을 확 떨어뜨리는 조치를 취하는 것도 모순 같아 보인다.
그래서 앞으로 두 가지 해결책이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이럴 거면 수신료를 아예 폐지하고 세금을 교부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공영방송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세금을 교부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어 보이는데 그만큼 정부 감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KBS 본인들이 거부할 것 같다. 그렇다면 공영방송 폐지가 가장 가능성 있는 대안일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공영방송 제도가 헌법적 사항은 아닌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헌법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언론에 대한 사전 허가나 검열을 금지하고 있지만 공영방송제도를 강제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영방송을 유지할지 말지는 입법자인 국회가 법률로써 정할 입법 사항이란 것이다. 그런데 공영방송이란 것은 양날의 칼과 같아 보인다. 공영방송을 명분으로 조세나 수신료 같은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가지면 보도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기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칼자루를 쥔 정권에 복무할 경향성도 농후하기 때문이다. KBS의 역사는 후자의 경향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고 본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KBS에 뉴스도 오락도 의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의 역사적 소명은 끝난 것이 아닐까? KBS도 민영 전환에 대비해야 할 것 같은데 이것이 내년 총선의 주요 쟁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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