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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형이 즐겨 보던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있다. 동그란 원 아래 막대기 다섯 개로 몸통·팔다리를 표현한 ‘졸라맨’이다.
악당을 만나 변신하면 흰색 공백으로 남아 있던 동그라미 안이 빨간색으로 물들고 광택이 났다. 선글라스를 표현한 듯한 검정 무늬도 생겼다. 가슴과 허리 부분에는 마름모 모양의 노란색 무늬가 그려졌다.
지금 보면 그림판으로 대충 원에 막대기 몇 개 그려 넣으면 될 것 같이 생겼지만, 그 당시 졸라맨을 그리는 형의 재주는 대단해 보였다.
졸라맨 애니메이션에는 10원짜리 동전이 자주 등장했다. 길을 걷던 졸라맨이 10원짜리 동전을 줍고는 은행으로 저금을 하러 가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집의 돼지저금통을 젓가락으로 쑤셔 동전을 떨궈 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어릴 적 졸라맨을 흉내내 못된 짓을 종종 했다. 집에 있던 저금통이란 저금통을 모두 젓가락으로 쑤셔 동전 몇 개를 꺼내 들고 나가곤 했다. 집 구석 찬장에 있던 저금통이 거실로 옮겨진 걸 보고도, 젓가락으로 하도 쑤셔 찢어진 저금통 입구로 동전을 넣는 부모님을 보고도 ‘몰래’ 빼냈다고 생각했다.
운이 없어 10원짜리 몇 개 빼낸 날에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50원짜리 초콜릿을 사 먹었다. 상표명도 없이 형형색색 은박지로 싸인 초콜릿에는 가끔 ‘또또또’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조각이 들어 있었다. 종이를 아주머니께 보여 주면 같은 초콜릿을 하나 더 줬다. 동네에서는 그래서 그걸 ‘또또또 초콜릿’이라고 불렀다.
운이 좋아 1000원짜리 지폐를 얻거나 재주 좋게 500원짜리 동전을 뽑아 낸 날에는 ‘만찬’을 즐겼다. 친구와 한껏 놀고는 300원짜리 초코파이 두 개와 500원짜리 콜라 두 캔을 사서 나눠 먹었다.
혹시나 부족하진 않을까 하루 종일 꼭 쥐고 다닌 동전 때문에 손에서는 항상 구리 냄새가 진동했다.
어릴 적 동전의 무게를 실감한 것은 며칠 전이었다.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들어간 편의점에서 동전 몇 개로 살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거의 유일하게 동전 몇 개로 살 수 있는 초코바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나마 맨 아래 구석 자리에 있는 걸 찾아냈다. 막대 과자를 하나 사려면 1700원이 필요했다. 바로 아래 놓인 야구공 과자가 200원 더 쌌다.
“막대 과자가 야구공 과자보다 비싸다니….”
혼자 중얼거리다가 1000원짜리 초코바 하나를 선택했다.
대표적 서민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라면도 마찬가지다. 농심 육개장사발면이 어느새 편의점에서 1000원이다. 괜히 배신감까지 느껴진다. 봉지라면을 먹으려 해도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1000원에서 2000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가격들이 인하된 가격이다. 농심이 6월27일 신라면(4.5%)과 새우깡(6.9%)의 가격을 내렸고 삼양도 이에 동참해 12개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낮췄다.
하지만 가격이 인하된 것을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업체 측에서는 되려 인하해 놓고 욕 먹는 분위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6월28일 “가격 인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인하율 및 제품 종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는 입장을 내놨다. 협의회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9월 신라면(10.9%)·너구리(9.9%) 등 라면 26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번 인하에는 라면 26개 품목 중 신라면 하나만 포함된 데다가 인하폭도 지난해 인상분의 절반을 다시 인하한 수준에 그쳤다.
협의회는 “지금까지 원재료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소비자가 감내해 왔다”며 “기업들은 모두가 힘든 고물가 시기에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했으니 이제는 원가 인하로 발생하는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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