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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9일 24살의 2년차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교사의 권위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특히 좌파 성향 교육감 시기에 제정된 학생인권조례(이하 ‘조례’)가 표적이 되고 있다. 학생 인권만 보장하는 바람에 교권이 실추되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도 여당과 지자체가 협의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교육부 장관은 교권 강화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권 추락의 원인이 조례에만 있지는 않겠지만 조례에 체벌 금지 등이 명문화되면서 교사가 규율을 어기는 학생을 통제할 수단을 상실했다는 지적은 일리 있어 보인다.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생이 여자 담임교사에게 수십 차례 주먹질을 했는데도 교사가 꼼짝없이 맞을 수밖에 없었던 일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례가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시행 중인 조례는 총 6개인데, 2010년 10월 경기도를 시작으로 2011년 광주광역시·2012년 서울특별시·2013년 전라북도·2020년 충청남도·2021년 제주특별자치도 순으로 제정되었다. 이들 조례의 내용은 대체로 비슷한데 최초로 제정되어 다른 조례의 표본 역할을 한 경기도 조례를 보면 5장 48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학생 인권에 관해 전체 조항의 절반에 가까운 23개 조항에 걸쳐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 자유, 교육에 관한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에 관한 권리, 양심·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자치 및 참여의 권리, 복지에 관한 권리, 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권리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소수 학생의 권리 보장 등을 규정하고 있다.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항목에선 체벌 금지 조항이 눈에 띄는데, 서울시·전라북도·충청남도 조례에도 같은 조항이 있다. 체벌을 옹호할 것은 아니지만 질서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면도 있다. 물론 교사가 직접 손이나 회초리 같은 도구를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직접 체벌은 이제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도 직접적인 체벌은 예외 없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체벌에는 예컨대 ‘퇴실 조치’ ‘화장실 청소’ ‘손들고 서 있기’나 ‘팔굽혀펴기’ ‘운동장 걷기’ 같은 간접체벌도 있다. 서울대학교 형법학 교수였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2014년 발표한 ‘학생인권조례 이후 학교 체벌의 허용 여부와 범위’라는 논문에서 간접체벌은 현행법상 허용된다고 보고 있고 직접 체벌도 ‘꿀밤 먹이기’ 같은 경미한 정도라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 위법성이 부정된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체벌을 실제 가하지 않더라도 교사가 체벌 권한을 갖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학칙에 따른 징계가 체벌을 대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조례에 따르면 징계 시 학생에게 징계사유에 대한 사전 통지, 공정한 심의기구 구성, 소명의 기회 보장, 대리인 선임권 보장, 재심요청권의 보장 등 적법절차상의 권리를 세밀하게 보장해야 하므로 그만큼 시간이 걸려서 즉시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긴 어렵다.
사생활의 자유 차원에서 소지품 검사도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학교에서는 사전 예방적 위험 관리도 필요한데 경찰의 불심검문처럼 ‘긴급성’까지 요구하는 것은 학생 보호에만 치우쳤다는 생각이 든다. 개성을 실현할 권리라는 이유로 복장이나 두발 제한도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이를 제한하려면 학생의 의견 제출권이 보장된 상태 하에 제정된 학칙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사실상 무제한의 자유를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소지·사용도 그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고 학생의 참여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제정된 학칙으로만 규제할 수 있을 따름이다. 스마트폰 중독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이 역시 학생의 욕구 보장에만 치우친 것이 아닌가 싶다. 휴식을 취할 권리에서도 ‘학생 의사에 반한 정규교과 이외 교육활동 강요로 학생의 휴식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렇다면 학교는 정규 교과 말고는 아예 가르칠 엄두를 못 낼 것 같다. 이런 조례를 만들어 놓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학원만 못하다고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서 차별 금지 사유로 ‘성적 지향’도 언급되어 있는데 서울시와 충청남도 조례도 동일하다. 그러나 학교가 성적 취향을 발현하는 곳이란 말인가. 초·중·고를 대상으로 한 조례에 ‘성적 취향’까지 명시할 필요까지 있는지 의문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자녀의 특이한 성적 취향이 존중받는 것보다는 학교 교육을 통해 보편적인 성적 취향을 갖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까 싶다.
조례는 이렇게 학생인권에 대해서는 촘촘히 규정했지만 권리에 상응한 의무나 책임에 대해서는 ‘학생은 교사 및 다른 학생 등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정도의 선언적 규정 말고는 전혀 없다. 경기도 조례의 모범이 되었다고 전해지는 미국 뉴욕시 학생권리장전은 학생의 책임에 관해서도 경기도 조례의 권리 규정 23개보다 한 개 더 많은 24개의 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 중에는 ‘교사 및 교직원에게 예의 바르고, 진솔하며 협조적인 자세로 행동할 책임’이라고 해서 일종의 복종의무도 있고 퇴실 조치를 전제로 적법 절차를 보장한다는 조항도 있다. 우리의 현행 조례 하에서는 퇴실 조치도 체벌에 해당될 수 있어서 불가능한 점과 대비된다. 그래서 학생 인권 보장에만 치우쳤다는 주장은 분명 근거가 있다.
그럼 교권 회복까지 고려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조례 폐지 얘기도 나오지만 교권에 대한 존중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최근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교사의 학생지도권이 명문화되었고 교육부가 관련 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반영한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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