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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조계에서 보기 드문 기이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 재판의 변호인이 보여 준 해프닝이다.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의 300만 달러 대북송금 사실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음을 검찰 조사에서 시인했는데,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치명적이다. 이화영 씨의 진술로 제3자 뇌물공여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을 두고 이화영 피고인의 부인이 법정에서 이씨에게 ‘정신 차려’라고 소리 치며 이재명을 지켜 주려 한 것이 화제가 됐었는데 이번엔 변호인마저 피고인의 뜻과 다르게 이재명을 위한 변론을 해서 화제가 된 것이다.
이화영 피고인의 변호인은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이화영 피고인에게 허위 진술을 압박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피고인의 허락이 없었다고 한다. 공판이 이미 40번 넘게 진행된 상황에 이제 와서 검찰 수사를 불법적이라며 공격하고 재판부 기피 신청까지 냈다. 급기야 고성을 지르고 퇴장해 버려 재판을 공전시켰다. 대장동 비리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유동규 전 성남개발공사 본부장 사건에서도 이재명 대표 측이 보낸 감시 변호사가 문제된 적 있었으니 그런 심증을 더욱 굳혀 준 셈이다. 이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필자도 변호사이지만 피고인의 의사에 어긋나는 변론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변호사의 성실의무와 진실의무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성실의무 관점에서 살펴보자. 변호사법(제1조 제2항)은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성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회칙(제42조)도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하게 그 직무를 수행하고 직업윤리를 준수하여 품위를 보전하여야 한다”고 이를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변호인이 피고인 뜻과 다르게 변호할 경우 이는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징계사유가 된다. 최근에 있었던 조국흑서 저자 권경애 변호사 사건도 바로 성실의무 위반 사례이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여중생의 부모가 서울시와 가해 학생 등 30여 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한 사건을 대리한 권 변호사가 2심 재판에 3회씩이나 출석하지 않는 불성실 변론을 하여 소송이 취하되고 말았다. 그래서 성실의무 위반으로 권 변호사에게 정직 1년의 징계가 내려졌다.
한편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변호사법 제24조 제2항)고 하여 진실의무도 부담한다. 변호사윤리장전은 “변호사는 의뢰인의 범죄행위 기타 위법행위에 협조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4조 제1항), “변호사는 위증을 교사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게 하거나 이러한 의심을 받을 언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5조)고 하여 진실의무를 더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진범을 감춰 주려고 엉뚱한 사람이 대신 범인으로 자처한 사안이 있었다. 진범이 다른 사람인 줄 알면서도 의뢰인의 요청으로 의뢰인이 진범인 것처럼 변론해 준 일로 변호인에게 범인도피죄가 인정돼 징역 8월이 선고됐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형사변호인의 기본적인 임무가 피고인을 보호하고 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이익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정당한 이익으로 제한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아무리 의뢰인의 요청이 있다고 해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거나 피고인에게 허위진술을 하게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화영 재판의 경우도 위 판례의 사안과 비슷하다. 쌍방울 대북송금에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관여가 있었는데도 그를 보호해 주기 위해 이화영의 진술을 번복시키려 했거나 이화영의 진술에 반하는 변론을 적극적으로 한 것이라면 이는 변호사의 진실의무에 위배된다. 범인도피로 볼 소지도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그런데 이 사건 변호인이 김형태 변호사인 점이 놀랍다. 김형태 변호사는 대표적인 진보 성향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민변 창립 멤버이면서 천주교 인권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고 참여연대·한겨레신문 등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기관 중에 그가 관여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90년대 초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치과의사모녀 살인 사건과 가수 김성재 사망 사건에서 피고인의 무죄를 이끌어 내 일찍이 실력으로 이름을 떨쳤다. 90년대 말에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서 특검보를 맡기도 했었다. 최근에도 광우병 보도 관련 PD수첩 PD들의 무죄를 이끌어 냈고 용산 참사 재판이 파행으로 흘렀을 때는 구원투수 역할로 투입돼 뒷수습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신망이 높기 때문에 본인이 마음만 먹었다면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나 헌법재판관 정도를 벌써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정치권이나 정무직에 몸담지 않고 오로지 재야변호사의 길만 걸었다.
그런 김형태 변호사가 가장 기본적 의무인 성실의무와 진실의무를 위반하는 변론을 했다는 점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이익을 얻을 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밖에 없다. 최근에 백현동 비리 의혹으로도 조사를 받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는 체포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재명 대표 측으로서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이화영 재판을 어떻게든 국정감사 때까지 끌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그래서 신망 높던 김형태 변호사마저 이재명 방탄에 동원된 것이 아닌가 싶다. 진보 진영 전체가 이재명 대표 한 사람으로 인해 온통 수렁에 빠진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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