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의 영화세상] 민주사회 유린하는 가짜영화와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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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21 06:31:00

골든 라즈베리 상(Golden Raspberry Awards)은 미국 아카데미 상을 조롱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아카데미상의 경우 우리말로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으로 부르지만 영어로는 ’best picture’ ‘best actor’ ‘best actress’라는 식으로 ‘best’를 붙인다. 하지만 이는 뛰어난 영화들 중의 한 편이라는 뜻이지 상을 받는 영화가 다른 영화들보다 객관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골든 라즈베리 상은 최악의 영화나 배우로 선정된 작품에 수여한다. ‘최고’(best)가 아니라 ‘최악’(worst)의 영화(인)를 선정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틴셀타운에 있던 존 윌슨의 집에서 제53회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 방송을 보면서 자신들이 최악의 작품으로 선정한 영화들에 시상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입장료 1달러도 아까운 영화’를 선정한다는 취지로 1981년부터 시작했다. 골든 라즈베리 상이 유머가 섞인 목검이라면 가짜뉴스는 상대를 해치려는 흉기다.

최근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주최하고 2023가짜뉴스시상식조직위원회가 주관한 ‘2023년 상반기 최악의 10대 가짜뉴스’ 중 ‘청담동 술자리’ 뉴스가 1위를 차지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과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만났다”고 주장했다. 결국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당사자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최악일 뿐 아니라 저질이기까지 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선동’ ‘MBC 뉴스데스크의 바이든 뉴스’ ‘줄리 뉴스’ 등도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선정됐다.

가짜뉴스의 진원지로는 유튜브 등 개인 채널뿐 아니라 공영방송도 빠지지 않는다. 거짓·과장·왜곡 보도를 스피커처럼 퍼뜨리기 때문이다. 일단 마이크를 떠난 가짜뉴스와 왜곡 방송은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사실로 둔갑하고 이것이 여론을 선동하는 것이다. 가짜뉴스를 사이비 종교에 빗대기도 하는 이유다. 생생한 사례들을 KBS·MBC·TBS 등에서 일상처럼 보아 왔다.

사실을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영화들도 가짜뉴스 못지않다. ‘이 영화는 픽션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은 실제와 상관없습니다’ 따위의 자막을 달기도 하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널리 알려진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삼아 ‘사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입니다’라고 밝히는 식으로 미화하거나 악마화시킨다. 나는 이런 영화를 가짜영화로 분류한다. 봉오동 전투를 신화처럼 묘사한 ‘봉오동전투’(2019)나 5·18 광주사태를 미화한 ‘택시운전사’(2017), 국가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경찰을 독재 권력의 하수인처럼 매도한 ‘1987’(2017) 같은 것들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는 영화들은 198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주류를 이루었고 카르텔을 형성한 평론가들이나 좌파 매체들은 영화예술의 진정한 양심을 드러내는 것처럼 과장했다. 골든 라즈베리는 알려진 영화에 대해 시니컬하게 조롱하기 때문에 웃고 넘길 수 있는 경우지만 가짜영화는 예술이란 이름을 앞세우는 교묘한 사실 왜곡이고 악랄한 선동이다.

가짜뉴스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권을 겨냥한 자객의 칼이고 킬러의 총이다. 가짜는 그것이 영화든 뉴스로 포장되든 목표가 된 대상을 저격해서 쓰러뜨리겠다는 살기로 가득하다. 지금은 민주화된 여론 사회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올바른 판단은 여론 형성의 기본이다. 선동 영화나 가짜뉴스는 조작된 이미지나 정보를 흘려 여론 왜곡을 겨냥한다.

여론 조작을 통해 정권을 도적질한 경우까지 보았다. 최근에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교묘한 뒤집기로 정권을 잡으려 했던 음모가 백일하에 드러나기도 했다. 넉넉하게 앞서간다고 믿었던 여론이 실제 투표 결과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아슬아슬했던 이유도 여론 조작이 영향을 미친 것이리라는 의심이 든다. 공작을 기도한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갔다면 대한민국은 지금과는 다른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이다.

미디어가 주도하는 여론 사회에서 가짜영화나 가짜뉴스는 민주주의를 독살하려는 독극물이다. 총이나 흉기를 이용한 테러는 물리적인 충격을 주지만 가짜영화나 가짜뉴스는 대중의 판단을 왜곡한다. 그 영향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파장이 크고 치명적이다. 사실에 근거한 정보는 판단의 기준이 되지만 가짜 정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악질적인 흉기로 둔갑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은 ‘표현의 자유’란 탈을 쓰려고 하지만 관용 없는 규제만이 약이다. 민주국가라 하더라도 민주주의를 유린할 자유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

조희문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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