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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의 대한민국 재건축] 尹정부 국정 운영 플랫폼 리모델링 필요하다
김대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27 06:31:20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자동차의 기본 기능은 달리고(run), 돌고(turn), 멈추는(stop) 것이다. 이 기능을 담당하는 엔진·변속기·차축·바퀴·브레이크 등과 이들을 단단히 엮은 강고한 철골 구조를 통틀어 차대, 즉 플랫폼(platform)이라 한다. 플랫폼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차의 정체성이나 성능을 결정하는 본질적인 기능부라면, 도어·도색 등 눈에 잘 띄며 변신이 용이한 외관과 시트·오디오 등은 주변적인 기능부다. 그래서 하나의 플랫폼에서 승용차·트럭·승합차 등 겉모양이 전혀 다른 차가 나온다. 신차 개발비의 대부분은 플랫폼 개발비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윈도우·리눅스·아이폰·안드로이드 같은 컴퓨터·모바일 운영체제도 플랫폼이라 한다. 생산자나 소비자가 모여들어 정보와 지식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가치도 창출하고 상거래도 하는 장터나 비즈니스 허브(hub)도 플랫폼이라 한다. 영어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정당의 강령이나 대선후보의 정책공약집을 플랫폼이라 불렀다.
 
윤석열정부의 국정 철학과 국정 과제를 정리한 인수위 백서와 120대 국정 과제는 윤 정부의 국정 운영 플랫폼이다. 부처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의 모두 발언과 마무리 발언을 정리한 ‘다시 대한민국’(부제: 2023년 업무보고로 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철학)도 국정 운영 플랫폼이다. 이렇듯 다양한 용례를 종합하면 플랫폼은 부품·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기능·사업(비즈니스)·정당·정부 등이 부여된 소임을 잘하도록 돕는 토대 혹은 운영체제다. 윤 정부의 120대 국정 과제에도 플랫폼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국정 과제 11번은 제목이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이다. ‘다시 대한민국’에도 플랫폼이라는 말이 9번 나오는데, 그중 4번이 ‘플랫폼 정부’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추구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플랫폼’ 위에서 국민과 기업·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입니다. …(과거 정부가 창출한 가치가 10가지라면) 이 ‘디지털플랫폼’에 올라타서 양방향으로 소통을 하게 함으로써 창출될 수 있는 행정서비스의 가치가 100가지·1000가지가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요컨대 윤 대통령이 말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화하여 국민·기업·정부가 공유하여 새로운 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정부다.
 
그런데 디지털데이터보다 천배 만배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정권의 서사와 시대·위기 인식과 국제정세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정권의 서사는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이고, 시대·위기 인식은 대한민국이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설명이며 국제정세 인식은 세계·동북아가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윤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제정세 인식의 중요성은 알아도 정권(정부+여당+열성지지층)의 서사와 시대·위기 인식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대·위기 인식은 인구·지방·재정·연금·건보·주력산업의 지속가능성 위기 등으로 불거지는 한국사회의 총체적 이상·퇴행·쇠락·내파 위기의 양상과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진단과 대안이 난무하기 십상이라 천의 얼굴을 가진 한 시대를 종합적·균형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여간 어렵고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윤 정부를 포함하여 역대 정부들은 하나 같이 그저 건성으로 넘어갔다.
 
정권의 서사도 마찬가지다. 서사는 감동적인 줄거리가 있는 라이프 스토리(life story)다. 핵심은 나(대통령·국회의원 등 정치인)와 우리(국가·진영·정권 등)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그러면 정치적 조상과 함께,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온 대립물을 얘기해야 한다. 장밋빛 약속과 비전은 소구력이 별로 없다. 요컨대 정권의 서사는 과거(조상·고난·업적), 현재(자신과 당면 과제), 미래(비전)를 관통하는 어떤 흐름(줄거리)으로 설명해야 자부심도 생기고 국민적 소구력도 생긴다.
 
자유·보수우파는 1898년 만민공동회로 결집하여 문명 개화와 독립 민주공화국 건설을 외치며 장구한 개화·독립투쟁을 전개하여 마침내 건국·호국·부국과 근대화를 이룩한 위대한 혁명 세력을 조상으로 두고 있다. 지금은 민주·진보·민족·민중의 깃발을 흔들지만 본질적으로는 반근대화 조선 회귀·대(對)중국 사대 회귀를 추구하며 남과 북에 똬리를 튼 세력과 싸우고 있다.
 
시대·위기 인식을 말한다면 지금은 지난 30~40년 동안 운동권·민주당·문재인정부가 주도적으로 팔아 온 가치·이념·정책과 도덕적 우위가 거의 다 파탄났다. 햇볕정책이나 경제민주화·소득주도성장·노동권 강화·탈원전과 태양광·불평등 양극화 해소 정책 등 무엇 하나 온전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지금은 구시대의 황혼이요, 새 시대의 새벽이다. 가치·정책 패러다임을 과감히 교체해야 할 대전환기 내지 혁명적 시기다. 윤 정부의 국정 운영 플랫폼은 재건축 수준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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