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갇힌 한국 경제… 정부의 ‘상저하고’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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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고유가가 한국 경제에 변수
가계 이자 비용 늘면서 내수 또한 살아나지 않아
추경호 경제부총리, 10월 수출 플러스 전환 전망 재확인

김준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09 11:30:45

정부가 4분기에 접어들면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이 살아나고 있어 한국 경제가 곧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회복 속도가 늦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4분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과 고유가 등이 한국 경제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21일 “인플레이션 안정을 확신할 때까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4일 코스피는 2400선 근처까지 급락했으며, 국채 금리와 환율은 11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가계·기업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고금리 장기화는 한국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 꼽힌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인한 고물가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지난달 27일 배럴당 93.68달러로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7%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전기·가스·대중교통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됐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가계 이자 비용이 늘어나고 실질소득은 낮아지면서 내수 또한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8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3% 줄면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7월에는 폭우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소매판매 감소 폭이 컸다지만 8월에도 마이너스라는 것은 소비가 안 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내수 부진과 세수 감소·재정 여력마저 떨어지면서 관심은 수출 회복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출 회복의 동력이 될 것으로 여겼던 중국 경제가 부동산 디폴트 위기를 거치며 위험 요인으로 반전됐다. 세계은행은 2일 중국의 높은 부채 수준, 부동산 경기 둔화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내년 경제성장률을 4.8%에서 4.4%로 하향 조정했다.

그나마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희망적이다. 8월 반도체 생산은 13.4% 증가하며 산업생산지수를 끌어올렸고, 9월 반도체 수출은 올해 가장 낮은 감소율(-13.6%)을 기록했다.

정부는 10월부터 물가가 안정되고 수출도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상저하고’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세한 기조 변화도 감지된다.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 경제는 재정의 역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더 늦기 전에 경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기자들과 만나 10월 수출 플러스 전환 전망을 재확인하면서도 ‘0.5일 부족한 조업일수’와 ‘추석 연휴’ 효과로 전환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약간의 부족함 있더라도 늦어도 11월은 수출 증가 전환이 확실해 보인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며 “여전히 10월 플러스 전환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목표로 정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3.3% 달성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전망보다 조금 높을지는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구 기자 jk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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