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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지금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잘하면 내년 선거에 이길 것이고 잘못하면 져서 정권이 반신불수가 된다. 2027년 대선까지 먹구름 속에서 헤매는 신세가 될 것이다.
따라서 ‘강서 패배’의 뒷수습으로 우왕좌왕하면서 섣부른 땜질하지 말고 진짜 실력있는 선수, 국민호감을 받는 인기선수로 진용을 짜야 할 때다. 국민중심·선거중심이 되어야지 윤석열 중심·김기현 중심이 되면 큰일 난다.
지금의 김기현체제는 출범한 지 일천한데다 공천을 앞두고 아쉽겠지만, 내년 선거에서 쓴맛을 안 보려면 떠나야 할 입장이다. 괜히 쇄신책이니 뭐니 북치고 장구치며 얼렁뚱땅 넘어갈 때가 아니다. 김기현체제는 강서패배의 책임은 여하간에 이 정권과 보수의 명운이 걸린 대회전, 즉 내년 4.10 총선을 위해서 길을 비켜주는 게 옳다. 본인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그렇다. 공천권에 눈독들이면 안 된다. 공천 잘해도 선거 망하면 뭐하나.
설사 강서구 선거에서 이겼더라도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선거를 위해서는 물러나야 할 지도부다.
왜냐? (실례지만) 너무 말을 못하고 무기력하고 비호감이고 인기가 없다. 김기현 당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는 취임한 지 6~7개월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에 국힘당의 인기는 온갖 악재를 가진 사람이 당대표로 있는 정당과도 막상막하, 도토리 키재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들을 볼 때 마다 지루하고 짜증난다고들 말한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대표적이지만) 허구한 날 TV앞에 나와서 정치초년생 같이 자신없는 표정으로, 뭔가 적어온 하얀 원고지를 꺼내들고, 고개를 숙인채, 열심히 읽고 있는데 그걸 경청하고 감동할 사람이 있을까. 시청자들이 고개를 돌리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아마 방송국도 자기채널이 돌아갈까 봐 신경이 쓰일 것이다.
30대 청년을 지도자로 뽑아 3.9대선에서 속을 썩이고 지금까지 고생하는 것도 모자라 텃밭출신의 보통사람들을 새 지도자로 모신 국힘당의 문제가 심각하지만, 아직도 잘만 하면 내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정치는 사람이 말로 하는 직업이다. 말싸움이다. 그 말을 듣고 국민은 채점하고 심판한다. 이런 구조에서 상대(국민)는 안중에 없다는 듯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책 읽듯이 낭독에 집중하는 모습, 정말 딱하다. 설득력도, 호소력도, 공감력도, 어휘선택도, 언어구사력도 없는 어눌한 말투!
현대 정치의 요체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설득에 실패하면 안 먹힌다. 그 바쁜 시간에, 볼 것도 많은데 누가 그런 모습에 시선을 고정하나. 사람을 설득하려면 우선 상대의 눈과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 기본이다. 대기업 회장 스타일로, ‘듣거나 말거나’하는 식은 곤란하다. ‘회장님’은 주는 분이고 정치인은 받는 쪽이다. 표를 달라고 애걸하는 입장이다. 그런 처지에 일방통보하는 식으로 말하거나 발음조차 알아듣기 어렵다면 듣는 쪽은 짜증만 날 뿐이다.
정치와 선거는 8할이 말싸움인데 그런 화력(火力·話力)을 갖고는 곤란하다. 상대는 산더미 같은 죄(범죄혐의)를 뒤집어쓰고도 큰소리치며 강펀치를 휘두르는데 도대체 뭐가 꿀려서 머뭇거리고 얻어맞느라 정신이 없나. 그러고도 계속 지휘봉을 잡겠다는 배짱의 근거는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인가, 목전의 공천권력인가.
대안이 없다고? 한동훈·원희룡 같은 ‘스타’들은 언제 쓰려고 하나? 스타들을 불러들여 공격력과 주목도를 높이고 지지율을 견인해야 한다. 총력전인데 유능한 가용자원을 총동원하는 것 말고 뭐가 있나.
사실 정부의 화력도 너무 약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성과도 선전홍보를 잘해야 한다. 정치과정에서 최고의 선전수단은 언론이고 그 중에서도 TV방송인데 대부분 써갖고 와서 읽는 사람 천지다. 국무총리도, 장관도, 대변인들도 눌변형이다. 홍보 선전 광고가 구매력과 여론을 좌우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실패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5200만 명을 상대해야 하는 정치는 검찰청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 검찰청은 호령하는 곳이고 정치는 국민의 호령을 받는 곳이다. 집권 1년 반이 되어도 대통령이나 여당이나 지지율이 30%대에 주저 앉아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물건을 잘 만들어도 선전을 못하면 안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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