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항공편 지연 시 정신적 피해도 손해 배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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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제주항공 손해 배상 책임 인정… 위자료 1인당 40만~70만 원
몬트리올 협약 19조에 정신적 피해 미포함… 국내법상으로는 인정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12 11:42:41

항공편이 지연됐을 때 물질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항공사가 승객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2019년 9월 태국 방콕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아시아나 항공기가 원래 출발 시간보다 20시간 이상 지연 출발해 피해를 입은 승객 269명이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해당 승객들은 몬트리올 협약 19조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편 지연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1명당 7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1명당 4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반발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인정함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배상 책임이 생겼다.

대법원 3부는 같은 날 지연 출발을 이유로 피해를 본 승객 77명이 제주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원심을 확정했다. 1심에서는 제주항공이 승객들에게 40만~7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2심과 3심에서도 원심을 인정했다.

몬트리올 협약 19조에 따르면 운송인은 승객·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에 따른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 다만 운송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 했다면 책임을 면한다.

이번 재판에서의 쟁점은 몬트리올 협약에서 정하는 손해에 정신적인 피해가 포함되는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아시아나항공은 몬트리올 협약에서는 재산상 손해만을 의미하며 승객들의 정신적 손해는 배상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국내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에서는 몬트리올 협약에 명시된 손해에 정신적 피해 또한 포함된다고 판단해 항공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3심 재판부는 항공기 출발 지연에 따른 정신적 피해가 몬트리올 협약 19조가 정하는 손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국내법에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발생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항공편의 장시간 출발 지연에 따른 정신적 피해가 손해 배상 대상이 된다는 판례가 나온 만큼 이후에 비슷한 사례가 발행할 경우에도 승객들이 항공사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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