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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진행 중인 예산국회 곳곳에서 의회민주주의의 꽃인 여야 간 협치는 실종되고 거대 야당 마음대로 정부안은 칼질하고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예산은 끼워 넣는 폭주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 예산안 심사 방향을 밝히면서 5대 생활 예산 추진을 발표했다. 월 3만 원만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게 해 주는 ‘청년 3만 원 패스’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 지원’ 등이다.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청년 취업진로 및 일 경험 지원 예산이 2215억 원 삭감 의결됐다. 그냥 쉬는 청년이 41만 명이나 되는 실정에 이들을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한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다. 민주당이 “정치편향 인사”라고 비판해 온 김문수 위원장이 이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운영 예산도 2억3900만 원 삭감됐다.
9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정부안에서 빠진 지역화폐 예산이 야당 주도로 7000여억 원 증액 의결됐다. 13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새만금 관련 예산이 총 2902억 원(새만금지구 개발사업 관련 1663억 원·새만금신항 개항 공사비 1239억 원) 증액 의결됐다. 15일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소위에서도 민주당은 새만금 관련 예산을 1400여억 원 복원시켜 단독 의결했다.
14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위원회에서는 민주당이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늘려 총 8000억 원가량 순증된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한 글로벌 선도 연구센터 지원, 글로벌 기초 연구실, 글로벌 연구·개발 등을 합쳐 약 1조1600억 원가량의 예산을 삭감하고, 연구원 운영비 지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포함한 4대 과기원 학생 인건비 등을 합해 2조 원가량을 증액한 것이다. 민주당은 연구실 등 설비를 늘리는 예산은 깎고 주로 연구원들의 인건비 관련 예산 등 당장 눈에 보이는 예산 위주로 증액했다.
그동안 정쟁의 무풍지대에 있었던 R&D 예산이 윤석열 대통령이 연구 성과와 상관없이 연구비를 나눠 가지는 이른바 ‘과학계 카르텔’을 거론하면서 논란이 되자 예산 당국은 내년 R&D 예산을 올해보다 16.7% 줄였다. 그러나 젊은 과학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야당이 ‘R&D 예산 복원’으로 치고 들어왔다. 여당도 젊은 연구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지고 “애초 정부의 취지도 비효율적 예산 집행을 줄여서 창의적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자는 의도”라고 해명했지만 반향이 크지 않은 듯하다. R&D 예산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다뤄야 할 국가 백년지계 예산인데 당장의 정치적 이해와 젊은 연구원들에 대한 표심 경쟁으로 흐르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산 심의와는 별개로 민주당은 학자금무이자대출법·개인채무자보호법 등 ‘퍼주기 입법’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15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소위에서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기술개발사업(332억 원) 등 원전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설비 보급 확대가 시급하다며 1619억 원가량의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요동치는 글로벌 정세 속에 전 정부의 종북친중 일변도 외교에서 한·미·일 관계 강화로 외교 바로잡기가 중요한 시점에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비용도 약 22억 원 정도 삭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내년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야당이 대규모 증액을 요구하면서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건전재정 원칙에 따라 내년 예산을 올해(638조7000억 원)보다 2.8%(18조2000억 원) 늘린 656조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16일까지 17개 상임위원회 중 보건복지·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행정안전·국토교통·환경노동·외교통일·법제사법·기획재정·국방 등 9개 상임위가 전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쳤는데 국방을 제외한 8개 상임위가 요구한 내년도 예산 순증액은 8조6821억 원(증액 9조923억 원-감액 4102억 원)에 달해 이것이 모두 반영되면 내년 예산은 665조5000억 원가량으로 늘어나 올해 대비 예산 증가율은 4.2%에 달하게 된다.
건전재정 기조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상임위 요구까지 추가되면 이 비율은 훨씬 높아질 게 확실시된다. 기재부는 17개 상임위에서 요구하는 예산 순증액이 15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60조 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우려되고 국가채무와 재정적자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재정준칙 등 재정건전성 강화 대책보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협치는 실종된 가운데 거야의 힘으로 마음대로 칼질하고 ‘선거용 예산’을 끼워 넣는 폭주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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