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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여기저기 나뒹구는 거리에서 관절이 뒤틀려 기괴한 자세로 멈춰 선 사람들, 마치 살아 있는 좀비를 보는 듯하다. 미국 필라델피아 북동부 켄싱턴의 일명 ‘좀비랜드’에서 볼 수 있는 펜타닐 중독자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해외 영상에서나 보던 이런 장면이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연예인들의 연이은 마약 혐의가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배우 이선균과 그룹 빅뱅 출신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앞서 돈스파이크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형이 확정됐다. 배우 유아인은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과거 연예인과 재벌 2·3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마약 관련 사건이 이제 우리 생활 주변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4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협박해 금전을 요구하려던 일당이 검거됐는가 하면 8월에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의사·대기업 직원 등 20여 명이 모여 마약 파티를 하는 도중 함께 있던 현직 경찰관이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약물에 취해 차량을 운전하다 20대 여성을 뇌사에 빠뜨린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건처럼 마약이 원인이 되는 2차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다크웹과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쉽게 마약을 구하는 것이 가능해 마약사범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마약을 찾는 연령도 계속해서 낮아져 10·20대 마약사범의 증가 폭이 전 연령층에서 가장 가파르다.
대검찰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2만230명으로 지난해 검거 건수(1만8395명)를 이미 넘어섰다. 한 해에 2만 명 이상 검거된 것은 통계가 작성된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더 이상 우리나라를 ‘마약 청정국’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없다. 유엔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 이내일 경우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하는데 2021년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 수가 31.2명을 기록해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은 지 오래다.
지난해 10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정부는 22일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기준 대폭 강화와 마약류 밀반입 차단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마약류 범죄에 관한 검찰 사건 처리 기준을 전반적으로 강화하며 특히 청소년에게 마약을 공급하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한 동남아시아 등 마약 우범 국가에서 돌아오는 여행자를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실시해 마약류 밀반입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처벌과 함께 마약류 중독 치료 확대도 예고했다. 치료 보호기관을 30곳으로 늘리고 중독 재활센터도 현재 서울·부산·대전 등 3곳에서 전국 17곳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으로 환영받을 만하다.
마약범죄의 재범률이 다른 범죄보다 높은 36%에 달하는 것은 그동안의 솜방망이 처벌에도 원인이 있다. 연예인과 유명인이 마약범죄를 저지른 후에도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얼마간의 자숙 기간을 보낸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복귀하는 모습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마약과의 전쟁에선 청소년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키울 수 있도록 일선 교육 현장의 마약 예방 교육도 꼭 필요하다. 마약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길 희망한다.
우리가 안심하거나 때로는 남의 일이라고 외면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이 마약으로 병들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전쟁은 정부뿐만 아니라 모두가 참전해서 기필코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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