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산울림] 경찰 고위 간부가 북한 간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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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01 06:31:10

30여 년 전 북한에서 살 때다. 하루는 인민군정찰총국 후방부서에서 일하는 친구와 함께 저녁에 술 한잔을 하는데 친구가 “얼마 전 우리 부서에 남조선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30대의 젊은 공화국 2중 영웅 한 명이 새로 배치받아 왔다”고 한다. 나는 “아니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왜 후방부서로 왔단 말인가” 하고 의아해서 물었다. 그때 친구가 했던 대답을 잊을 수가 없어서 글로 남겨 본다.

21일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김정은은 이제 북한도 만 리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지금까지 군사위성이 없던 북한은 그동안 한국의 각 지역에 배치 전개된 군사 무기들을 조선인민군 정찰총국과 각 사단·군단의 정찰병들이 남하하여 눈으로 직접 보고 사진도 찍고 지도좌표도 확인해 가곤 했다.

후방 부서에 새로 배치되었다는 공화국 영웅도 미국에서 새로 들여온 무기의 배치 정형을 확인하기 위한 임무를 받고 어느 날 밤 분계선을 넘었다. 그런데 한국의 접선자와 만나기 위해 접선 장소로 가던 도중 그의 행동이 뭔가 수상하다고 본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순찰차에 검문을 당하게 되었다.

이미 날은 밝았고 오가는 사람도 많고 해서 그는 할 수 없이 말을 못 하는 정신질환자 시늉을 했다. 그러자 경찰은 그를 인근 파출소로 데려갔다. 그런데 아무리 조사해도 말도 못 하고 글도 모르고 정신이상자 행동을 하는 데다가 거주지도 모르고 보호자도 없으니 할 수 없이 관할 경찰서 유치장에 넣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룻밤을 유치장에서 보내고 다음 날 낮 무렵이 되자 유치장 문이 열리더니 경찰관이 그를 끌어내 웬 경찰 고위 간부 앞에 세웠다. 그러자 경찰 간부가 부하에게 “맞아, 저 녀석이야!” 하더니 그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자기 승용차에 태우고는 어디론가 한참을 달렸다. 얼마 후 차를 세운 경찰 간부는 그를 낯선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고는 “자 여기는 우리 집이니까 마음 놓으라. 우선 앉아서 뭘 좀 먹자” 하면서 이미 음식이 차려진 식탁 앞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러자 인민군 정찰병은 속으로 ‘이놈들이 나를 얼러서 뭔가를 알아내려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잔뜩 긴장해 계속해서 언어장애인 행동만 했다. 그러자 경찰 간부는 그를 서재로 안내하더니 벽에 붙어 있는 책장을 양옆으로 힘껏 밀었다.

그러자 안쪽 벽에 북한 인공기를 배경으로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가 나타났다. 어려서 군에 입대해 정찰국 전투원이 된 그는 30대에 2중 영웅이 될 정도로 잘 훈련된 임기응변의 소유자였지만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서 있기만 했다. 그러자 경찰 간부가 웃으면서 “자 이제 알겠는가? 그러니 우리 집에서 며칠 편히 쉬다가 평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제야 인민군은 그에게 어떻게 자기가 잡힌 것을 알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경찰 간부는 “어제 오후 시간이 많이 지났으나 접선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접선을 못 했다며, 도중에 잘못된 것 같으니 좀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당신의 이동 경로상에 있는 경찰서에 어제 연행된 사람이 있는가를 알아보니까 말도 못 하고 글도 모르는 이상한 남자 하나를 단속했는데 연고자가 없어서 지금 유치장에 가두었다는 보고가 있더라. 그래서 우리 친척 아이 중에 정신병자가 하나 있는데 그 녀석이 며칠 전 가출을 해서 좀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아이 같으니까 내가 데려가겠다고 해서 당신을 무사히 꺼냈다”고 했다.

며칠 후 그는 북한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그러나 수십 년 전 한국에 박혔던 북한 고정간첩의 얼굴과 직위를 잘 아는 그 정찰병은 다시는 한국이나 해외는 물론 북한 사회에도 못 나가고 인민군 정찰국 안의 후방부서 한직에 박히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사람 중에서 이런 진실을 알고도 분노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정작 이 나라의 주인들은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하는데 나 같은 힘없는 탈북인이 아무리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북한과 중국의 간첩이 제일 많은 나라라고 떠든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기사 간첩과 국가 반역자들이 대통령도 하고, 당 대표도 하고, 국가 정보부서의 수장도 해 먹는 대한민국에서 저따위 사실 하나가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를 한탄하며 펜을 놓는다.

김태산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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