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성추문 덮기 급급한 용렬한 재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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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4-08-18 00:03:28

올해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 내에서 성추문·불륜·외도 등 속칭 회자되는 ‘아랫도리 사건’들이 유독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재계 서열 10위권 내에 올라 있는 기업 대부분이 올 들어 한 차례 이상씩 관련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을 정도다.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에 알려진 사건은 재계 서열 3위에 올라 있는 SK그룹의 계열사인 SK하이닉스 내에서 벌어진 직원 내 불륜 행각이다. 30대 유부남과 어린 신입 여직원 사이에 연애 행각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공연하게 드러났는데, 게시판에 해당 사실을 공개한 사람이 다름 아닌 30대 유부남의 아내였다.

게시판에는 두 남녀의 불륜행각은 물론 심지어 모텔 현장을 급습한 동영상도 함께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실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고, 여전히 인터넷 상에는 사건의 전말이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다. SK하이닉스도 일련의 사실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소문은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소문의 주인공들 근황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 소문이 사실임을 인정하면서도 불륜 남녀에 대해서는 “직원 개인적인 일이라 따로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회적 인식 자체가 상당히 부정적인 ‘불륜’ 사건으로 번졌는데도, 사건의 처리 과정을 알리기는커녕 덮기 급급한 태도를 보인 것은 ‘유감스럽게 느껴진다’는 게 대중들의 여론이다.

SK하이닉스 사건에 앞서 재계서열 1위 대기업 집단인 삼성그룹 또한 ‘아랫도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지난해 말 삼성화재와 삼성전자는 각각 성희롱, 불륜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유사한 사건은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 4월에는 삼성전자 내부에서 벌어진 3각 불륜 스캔들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돼 논란이 됐고, 이어 지난 5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소속 퇴임 임원이 성폭행 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연이어 불거진 사건으로 글로벌 기업 삼성의 위상에 금이 갔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급기야 최근 삼성 내부에서는 남녀 직원이 함께 술자리를 갖는 것조차 금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여사원 비율이 높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공기업 소속 여직원의 섹스 동영상 유출 사건, 유명 건설업체 소속 유부남 직원과 어린 여직원의 불륜사건 등 거론하기 조차 민망한 사건들이 꾸준히 발생해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리 경제는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유독 높다. 재벌 등 전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생소한 개념들도 상식이 되는 나라가 됐다. 일부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이들 재벌기업의 승승장구 덕분에 그나마 우리나라 경제가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는 점은 인정한다.

재벌기업들은 세계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해 일단의 성공을 일궈냈다. 지금도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 도약’을 목표로 세계 곳곳에 진출해 선전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사실상 ‘한국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과 인지도도 상당하다.

그러나 높이 평가되는 부분을 그저 듣기 좋은 소리로만 생각하고 넘겨버려서는 안 된다. 대기업들이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것은 그만큼 큰 책임감이 부여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평만큼이나 큰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라도 한국의 얼굴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에 지금보다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 불륜·섹스동영상·성추문 등 언급조차 민망한 사건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다면 한국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깊이 새겨야 한다.

또 만약 부득이하게 사건이 발생한다면 직원 개인일로 치부해 ‘나 몰라라’ 식의 태도를 보이거나 사건을 덮기 보다는 사건의 처리 과정을 당당하게 밝히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잘못을 시인해야 한다. 미진한 부분은 잘못을 시인 한 후 시정해도 늦지 않는다. 구설수를 덮기 급급한 용렬한 모습보다는 잘못된 부분을 고쳐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기업에게 국민들이 신뢰를 보낸다는 것을 곱씹어 생각해야 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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