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비극이 드러낸 프랜차이즈 구조적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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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9000만원까지 육박하는 인테리어비용
납품대금·로열티 안내면 법정 최고 이자율 20%
관악구 피자 살인사건… 프랜차이즈 구조적 문제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07 11:56:00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서울 관악구에서 발생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 살인 사건이 외식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한 불공정 거래 관행과 왜곡된 비용 구조가 빚어낸 사회적 사건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가맹점주들의 인테리어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별 차이는 크지만 전반적으로 창업비용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도미노피자가 약 9000만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잭슨피자 6000만 원 △피자헛 5900만 원 △파파존스 4900만 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업계 1위 도미노피자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만으로 창업비의 절반 이상이 소요되는 구조라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맹점주들의 불만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공정위가 발표한 ‘가맹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점주 중 54.9%가 본사의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 대비 16%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맹사업 관련 분쟁 조정 신청 건수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489건에서 지난해 548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386건이 접수됐다.

관악구 사건의 피의자 A씨 역시 인테리어 문제를 두고 본사와 갈등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체포 직후 “인테리어 하자 등 문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본사 역시 누수 등 시설 문제는 인정했지만 “본사가 지정한 업체가 아닌 소개받은 업체와 점주가 직접 계약했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는 ‘업계 추천’이 사실상 강제에 가깝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제는 창업 시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수의 본사가 4~5년마다 ‘리뉴얼’을 의무화하면서 점주들은 수천만 원의 추가 공사비를 다시 지불해야 한다. 간판 교체비, 주방 집기 구입비, POS장비 사용료 등 각종 비용이 겹치면서 고정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부과하는 수수료 구조도 점주들의 부담을 키운다. 본사가 공급하는 식자재·부자재 비용은 매출의 40~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로열티(56%), 광고분담금, 쿠폰 수수료, 포스 사용료 등 30여 가지 항목이 더해지면 전체 매출의 60~70%가 본사로 흘러간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납품대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하면 법정 최고 수준인 연 20%의 지연이자도 붙는다.

서울시가 지난해 가맹점 18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도 구조적 불합리가 확인된다. 영업비용 중 1위는 본사가 공급하는 재료비(49.5%)였고, 배달 플랫폼 수수료는 10.8%에 불과했다. 이는 점주들의 경영난이 배달앱 수수료 때문이 아니라 본사의 비용 구조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유통 마진과 일방적인 비용 강요가 점주들의 경영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일부 본사 제재를 넘어 근본적인 비용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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