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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서민금융 기관’ 저축은행 제 역할 하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5 00:02:30
▲ 윤승준 금융부 기자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 편의를 도모하고 저축을 증대하기 위해 설립된 서민금융 기관’.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에서 저축은행을 소개하는 문구다. 1972년 정부의 8.3 사채 동결 조치에 따라 상호신용금고법이 제정되면서 상호신용금고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저축은행은 1금융권에서 소외되고 사채시장으로 내몰린 영세 상공인·서민층의 자금줄 역할을 하며 지속 성장했다.
 
2001년에는 이름을 상호신용금고에서 상호저축은행으로 바꾸며 영세 금융기관 이미지를 개선하기도 했다. 신용금고 수신잔액은 1993년(18조4225억 원)부터 2000년(18조 8029원)까지 비슷했지만 이름에 은행이 붙어서 그런지 몰라도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2007년(50조4155억 원)까지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꾼지 23년이 지난 오늘날, 저축은행은 서민금융 기관이라는 설립 취지를 잊은 듯하다. ·저 신용 서민보다는 기업에 대출을 내주며 몸집을 불리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작년 말 저축은행의 기업자금 대출은 총 589982억 원으로 전체의 60% 가까이를 차지했다.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은 29724억 원으로 1년 전(27891억 원)보다 2000억 원 늘어난 반면 242257억 원이던 개인사업자 대출은 197751억 원으로 1년 새 5조 원 증발했다. 업종도 다양하지 않다. 부동산·건설에 전체의 절반 이상인 303353억 원이나 대출을 내줬다.
 
해가 바뀐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 아직 저축은행 기업자금 대출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저축은행 가계신용은 지난해 말 389371억 원에서 올해 1분기 384591억 원으로 5000억 원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었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과연 저축은행이 영세 상공인·서민을 위한 금융기관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부 저축은행은 억울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15곳은 기업대출 비중이 50% 이하였다. 다만 최근 1년간 개인사업자·가계자금 대출잔액이 늘어난 곳은 7개에 그쳤다. 저축은행 대부분이 고금리·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에 따른 건전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사업자와 중·저신용 서민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볼 수 있다.
 
저축은행에서 외면받은 이들이 향하는 곳은 3금융권인 대부업이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진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53000~91000)는 불법사금융에서 8300~14300억 원을 조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저축은행 업권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부동산 PF와 같은 고위험·고수익 사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중·저신용 서민과 개인사업자·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에 대출을 골고루 공급해야 한다.
 
물론 지금 당장은 건전성 위기를 극복하는 게 우선이다. 그 과정에서 여신 규모 전체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위기 극복 이후엔 설립 취지대로 서민·중소기업을 중심에 두고 영업해야 한다. 힘들 때 옆에 있어 준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저축은행도 서민·영세 상공인이 어려움에 처할 때 도와줄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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