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이 상조업체와 연계한 결합상품을 통해 소비자를 속이고 고가의 장기할부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스카이데일리가 확인한 결과 롯데렌탈의 상조 결합상품 불완전판매에 수백 명의 피해자가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렌탈 묘미(2023년 8월 종료)는 2019~2022년 사이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인 ‘리시스’ ‘대노복지단’(현 유어라이프) ‘케이비라이프’(현 한신라이프)와 상조 결합상품을 판매했다. 이들은 고객 유치 과정에서 가입 시 전자제품을 ‘무료’ 또는 사은품‘으로 제공한다고 속인 뒤 롯데렌탈과 장기 인수형 렌탈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했다고 알려졌다.
실제 롯데렌탈 묘미 피해자 김사랑(가명)는 영업사원이 “상조 적금이고 4년 만기 후 전액 돌려주고, 선불 이자로 노트북 등 사은품을 준다고 해서 가입했다”면서 “지금 2년째 매달 5만9900원을 납입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내가 가입한 상조 적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지금 납부하고 있는 금액은 4년 만기 후에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은 3월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상조서비스 가입시 계약내용 꼼꼼히 확인하세요”라며 “상조 결합상품 관련 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3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총 477건으로 상조 서비스 관련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상조서비스 가입시 ’사은품‘이나 ’적금‘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않고 상조계약 외 별개의 계약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다.
문제는 공정위가 이런 피해 사례가 속출하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 피해 사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23년 11월10일 성명을 통해 당시 접수된 소비자 제보를 바탕으로 롯데렌탈과 관련된 결합상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 실태를 지적하고 결합상품과 관련한 ’롯데렌탈‘ 소비자 피해 문제의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선불식 할부거래와 할부거래에 대한 관할 행정 당국인 공정위와 서울시에 대해 피해를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해 부당한 사태의 해결도 촉구했다.
그러나 피해 소비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공정위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들만 조사할 수 있다고 하고 일반 할부거래업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 감독한다”는 이유로 작년 6월 관련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들(상조업체 등) 중 하나인 리시스의 거짓·과장의 광고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의결한 외에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또 피해 소비자들에 따르면 2024년 1월 롯데렌탈의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 소비자권익보호팀 관계자는 피해 소비자들에게 “공정위와 함께 협조해서 조사를 했고 조사 과정에서 상조 결합상품의 불공정 판매를 충분히 인식했다”고 답하면서도 “아직은 서울시가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이다. 결과가 나오면 공정위에 건의해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서울시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도 공표하지 않았고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계획도 공개한 바 없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7일 성명을 통해 “롯데렌탈 결합상품 소비자 피해 원인은 소비자의 부주의가 아닌 업체의 적극적인 기망행위”라고 밝혔다. 시민회의는 상조업체의 영업사원을 통해 ‘사은품’으로 받은 줄 알았던 가전제품이 실제로는 수백만 원대 할부계약이었다고 주장했다.
성명에 따르면 상조업체 영업사원들은 롯데렌탈 가전제품을 사은품인 것처럼 속이고 할부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피해자들은 가전제품을 사은품으로 안내받았지만 실제로는 매달 고정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계약이었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통화 녹음 시 ‘렌탈’이라는 표현하고 “비용은 청구되지 않는다”는 거짓 안내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계약 당사자인 롯데렌탈이 현재까지 소비자 구제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와 장기할부계약을 맺은 주체는 롯데렌탈이지만 소비자 기망행위의 책임을 영업사인 상조업체로 돌리며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경제적 이익을 취한 롯데렌탈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계약 해지 및 잔여 할부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할부거래법’은 선불식 할부에만 규제 권한이 집중되어 있어, 일반 할부거래에 대한 감독 권한은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간다”면서 “이 틈을 타 상조업체들은 허위‧과장 광고를 일삼았고, 롯데렌탈은 실질적 수익을 얻었음에도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는 계약 당시 상황을 입증할 녹취나 자료조차 없어 제3자의 기망행위와 사업자 간 관련성을 증명하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롯데렌탈이 계약 이익을 얻었고, 상조업체와의 묵시적 공모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형사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순차적 또는 암묵적 의사 결합’만으로도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경찰은 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헤치기 위해, 단순 영업사원 차원을 넘어서 롯데렌탈까지 수사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은 “사실과 다른 금융상품 설명”이나 “직무 교육 미이수자에게 권유 권한을 위임한 행위”를 불완전판매로 금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롯데렌탈에 대한 조사를 통해 금소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며, 위법사항 발견 시 금융위원회에 보고해 시정 명령 등의 조치를 이끌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구조적 조사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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