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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부상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이인철 시인의 시집 ‘AI 인류’가 출간됐다. 시인은 AI 시대, 포스트휴먼 담론의 중심에서 인간의 미래를 성찰한다.
“양자컴퓨터에 내 뇌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달리는 말에도/ 기계 인간에도/ 미루나무에도/ 행성을 날아가는 새에도// 내 뇌는 통합된 분리다// 듣고 느끼고 달리고/ 같은 순간에도 다분화된 오감으로 절정을/ 느끼는 나/ 같은 시간에 여러 가지를 판단하고/ 여러 나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또 다른 나들을” ‘AI-플랫폼’ 전문
시는 “양자컴퓨터에 내 뇌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과감한 선언으로 시작된다.
인간의 뇌가 양자컴퓨터와 접속되어 말·기계인간·미루나무·새와 연결되는 장면에서 시인은 ‘통합된 분리’라는 다소 역설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이런 역설은 기술이 인간 의식에 관여하게 될 미래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을 동시에 유발한다.
‘나’는 달리는 말의 속도감, 사이보그의 감각, 나무의 느린 호흡, 새의 비행 감각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체험함으로써 같은 시간 수많은 판단과 느낌을 병렬적으로 수행한다.
기존의 능력을 초월하는 포스트휴먼적 자아로, 자신이면서 동시에 자기가 아닌 존재로서 ‘나’는 친숙하면서도 낯설다. 이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형상의 파편화와 해체·재조합을 떠올리게 한다.
시는 최첨단 기술이 가져올 지각 확장의 긍정적 면모를 보여주는 한편, 자아의 정체성과 단일성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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