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면 소셜믹스 패스”… 서울시 커지는 정책 후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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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 다른 대우’ 다시 등장… 서울시 “유연 운영일 뿐” 해명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28 11:15:52

▲ 롯데월드 타워 전망대에서 바라 본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스카이데일리

서울시가 소셜믹스 원칙에 예외를 허용하며 ‘돈 내면 분리 배치’도 가능한 길을 열었다. 소셜믹스는 서울시가 2022년부터 본격 추진한 주거복지 정책이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한 단지 내에 고루 섞어 배치해 주거 차별을 없애자는 이 정책은 그간 "같은 단지, 같은 대우"라는 철학을 앞세워 왔다. 그러나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소셜믹스 원칙을 어기고도 벌금 20억 원으로 이를 수용한 사례가 등장하면서 “돈만 내면 원칙을 회피할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한다는 서울시의 입장에도 사실상 정책 후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21일 대치동 구마을3지구 재건축 사업에 대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동·호수를 별도로 추첨하는 방식을 허용했다. 대신 재건축 조합에는 감정평가 차액을 기준으로 한 20억 원 규모의 현금 기부채납을 부과했다. 이 조치는 시가 유지해온 소셜믹스 원칙과 배치되는 결과라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는 “이미 추첨이 끝난 상황에서 무효 처리 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징벌적 기부채납을 통해 원칙을 유지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거세지고 있다. 정비업계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사실상 요금제 소셜믹스를 허용한 것”이라며 강남권 조합들이 현금 기부채납을 통해 소셜믹스 회피를 시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서울시가 이런 논란에 휩싸인 배경에는 각 재건축 단지에서 불거진 조합의 거센 반발이 있다. 특히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여의도 공작아파트 등에서는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분양가 프리미엄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갈등이 커졌고 일부 단지에서는 사업이 지연되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고층, 한강 조망 세대를 임대와 공유할 경우 자신들의 재산상 손실이 크다고 주장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런 반발 움직임에 최근 간부회의에서 “소셜믹스의 본질적 철학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임대 물량 확대 방안 등 유연한 제도 운영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원칙은 유지하되 사업 지연이라는 공동 손실을 피하기 위한 현실적 조치"라고 설명한다. 임대를 한강변 주요 동에 배치하지 않더라도 전체 임대 물량을 늘리거나 조합에 기부채납을 받는 방식으로 소셜믹스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소셜믹스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은 뜨겁다. 찬성 측은 임대와 분양의 구분을 없애는 것이 주거 평등 실현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공동체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소셜믹스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 측은 현재의 방식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고 조합의 재산권을 침해해 사업성을 저해한다고 반발한다. 고급 단지에 저소득층 임대를 억지로 섞는 것은 시장 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 자치구와 사전 협의를 강화하고 위반 시 처벌 근거를 담은 법령 개정 건의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전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 확대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고 이에 따라 용적률 규제 완화와 조망권 세대 확대 등 혜택도 주어졌다”며 “이런 공공적 이익을 누리는 만큼 일정 부분은 사회와 함께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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