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정보 무단 수집·이용은 불법”… 구글, 4300억 원 손배소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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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법원 배심원단 “정보 전송에 개인 셀룰러 데이터 사용은 분명”
항소 시 배상 금액 조정이나 일부 기각 가능해도 완전 뒤집기는 불가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7-02 17:14:51

▲ 구글이 이용자 정보 무단 수집으로 제기된 미국 내 집단소송에서 패했다.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법원 배심원단은 1일(현지시간)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 개인정보를 송·수신한 책임을 인정해 3억1400만 달러(약 43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2019년 세 명의 일반 시민이 문제 제기해 약 1400만 명 캘리포니아 주민이 가담한 소송이었다. 합성이미지

구글이 개인정보 무단 수집 문제로 벌어진 미국 내 집단소송에서 패했다. 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법원 배심원단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 개인 정보를 무단 송·수신한 책임을 인정해 총 3억1400만 달러(약 4300억 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2019년 3명의 시민이 약 1400만 명의 캘리포니아 주민을 대리해 구글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었다.

소송의 최초 주도자(아틸라 크서포, 앤드류 버크, 케리 헤시트)는 구글이 특정 소비자 집단을 겨냥한 광고 등에 이용할 목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통해 구동되는 스마트폰에서 이용자 정보를 무단 수집했으며, 더구나 해당 데이터 송·수신 과정에서 이용자들 부담이 될 셀룰러 데이터를 소모했다고 비판했다. 구글에선 해당 데이터 전송으로 피해 본 이용자가 없으며 애당초 회사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정책에 동의한 상태이므로 책임이 없다고 맞섰으나 끝내 배심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구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항소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평결이 “안드로이드 기기의 보안·성능·신뢰성에 중대한 서비스들을 잘못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무해한 시스템 기능”을 문제 삼은 법원의 해석이 잘못됐다며 이를 항소 이유로 내세울 것임을 시사했다. “동의(consent)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즉 이용약관 및 개인정보정책 동의란 데이터 수집까지 포함하는지 여부다. 시스템 관리상의 필요와 이익을 위한 수집을 얼마나 구분할 수 있을지, 구글 측 “기기 보호 목적과 광고 목적의 경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을 위해 비슷한 과거 사례를 돌아볼 수 있다. 본인 동의 없이 이뤄진 구글 크롬의 개인정보 추적, 건강·의료 정보 수집 문제로 법정 공방을 벌일 때 일부 청구가 기각된 바 있다. 2019년 미 대형 병원 체인과 파트너십을 맺은 구글이 수천만 명 환자 정보(성명 포함)를 무단 수집해 반발을 샀다. 공식 소송은 피했지만 정부 조사를 촉발했고 헬스케어 데이터 수집 투명성 요구가 강화됐다. 2020~2021년 플로(Flo) 헬스 사건 또한 유명하다. 여성 생리·임신 주기 추적 앱인 플로가 사용자 동의 없이 페이스북·구들 등과 데이터를 공유했으며 광고 타겟팅에 이용됐다.

플로 헬스 사건으로 구글은 연방거래위원해(FTC)의 제재 및 합의 명령을 받았고, 이후 해당 앱엔 사용자 프라이버시 강화 조치가 도입됐다. 2022년 시작돼 소송 진행 중인 메타(페이스북) �횝� 사건도 있다. 수백 개 병원 웹사이트에 설치된 메타 �횝�(추적 코드)이 환자가 예약·검색한 의료행위 정보를 페이스북에 전송했음이 드러나 환자들은 페이스북에 민감정보 수집 및 광고 타겟팅에 이용한 혐의를 물어 집단소송을 시작했다. 개인 정보는 중대한 프라이버시로 간주되는 게 서방 세계의 일반론이며 건강·의료 이력이란 더 말할 것 없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의료 목적 이외의 다양한 범죄적 목적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구글 사건은 집단소송 규모와 유휴 상태 데이터 전송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피해 구조가 있어 배심원단 판단이 제1심에 크게 작용했다. 구글 측 항소 전략은 ‘시스템 기능에 대한 오해’를 강조한 법리 구체화가 될 텐데, 기술적 정당성 증명 시 배상액 조정 내지 일부 청구 기각 가능성이 있으나 완전히 뒤집긴 어렵다. 현 1심 판결의 핵심 논점인 동의 범위와 유휴 데이터 전송 사실은 이미 충분히 인정됐기 때문이다. 항소심이 개시될 경우 법원은 6개월~1년 이내 새로운 평결을 내게 된다.

한편 중국이 이 뉴스에 지극히 무심하다는 점에서 개인 및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인식 차이가 새삼 부각된다. 중국에 기반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최대 먹잇감이 한국인인 것은 한국인 개인정보가 대부분 중국으로 유출돼 있어서다. ‘개인’이 헌법 내지 기본권으로 보호된 지고한 가치인 나라에선 개인정보도 함부로 못한다. 반면 중국은 이 모든 것을 국가 소유로 본다. ‘국가에서 나를 관리해 준다’고 여기는 인민민주주의적 세계관·가치관이 이를 용인하게 만든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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