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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아세안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국 외교당국이 한·아세안 협력 강화와 미국발 통상 위기 대응이라는 두 가지 전략 과제를 안고 본격적인 다자외교전에 나섰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은 9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이번 회의는 아세안 10개국과 함께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역내 주요국 외교장관들이 모두 참석하는 연례 안보·외교행사로, 7월 10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되는 ARF,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아세안+3, 한·메콩 회의 등 5개 다자 세션이 줄줄이 열린다.
이번 외교무대에서 한국은 외교부 장관 임명 절차가 지연됨에 따라, 박윤주 외교1차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박 차관은 특히 한·아세안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의 이행을 핵심 의제로 제시하며,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협력 전반의 실질적 강화를 목표로 다자·양자 외교에 나설 예정이다.
10일 열리는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는 향후 5년간의 협력 로드맵인 ‘한·아세안 행동계획(POA)’ 채택이 예정돼 있다. 이어지는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선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의 신속 금융지원 도입도 주요 의제로 논의된다. 11일엔 EAS, 한·메콩, ARF 회의에 연달아 참석, 미얀마 사태, 남중국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국제현안에 대한 한국의 입장도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의 주요 외교적 쟁점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통보다. 트럼프는 미국시간 7일, 한국·일본을 포함한 14개국에 대해 8월부터 25~40%의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겠다고 공식 서한을 발송했다. 이 가운데 아세안 국가 중 △태국(36%) △인도네시아(32%) △말레이시아(25%) △캄보디아(36%) △라오스(40%) △미얀마(40%)가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ARF와 EAS 회의에 참석하는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일방적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 안정과 지역 통상 질서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공동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며, 초안 성명에는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으면서도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 분열과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는 표현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 대표로는 이번에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하는 마르코 루비오 신임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루비오 장관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강조하는 동시에, 관세 정책에 대한 백악관 메시지를 전달하며 “아세안과의 무역 균형 재조정 필요성”를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은 이번 ARF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북한은 과거 ARF에 외무상 또는 현지 대사를 파견했으나, 말레이시아와의 외교 단절 상태가 지속되면서 이번 회의에 대표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7년 김정남 암살 사건과 북한 사업가 문철명 씨의 미국 송환 문제로 외교관계가 끊긴 이후 달라지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남북 외교 당국자 간 조우나 접촉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고, 한국은 다자외교를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국제 공조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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