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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을 앞둔 ‘84제곱미터’는 우리가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하게 되는 층간 소음을 중심 소재로 삼은 영화다.
다소 사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이 문제는 영화 속에서 한 개인의 심리와 그의 일상 전체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핵심 소재로 활용됐다.
영화는 오직 벽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지는 미지의 소리 하나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하지만 그 소리는 단순히 영화적 서사를 위한 단순한 장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들을 예리하게 건드리는 날카로운 메시지로 작동한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감독은 자신이 겪었던 층간소음 속에서 “이것은 나에게 일종의 문학적 영감을 주려는 사건인가”라는 깊은 성찰을 하게 됐다고 직접 밝혔다.
출연 배우 역시 제작발표회에서 “당시 나 또한 실제로 층간소음에 심각하게 시달리고 있었다”는 말로 이 작품과의 특별한 인연을 언급했다.
영화 속 이야기가 펼쳐지는 바탕에는 그동안 수많은 관련 보도를 통해 우리가 확인했던 현실 속 문제들이 겹겹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이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문제이지만, 동시에 막상 말로 꺼내 놓기에는 쉽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84제곱미터’는 그렇게 조용하지만 매우 분명하고 강렬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이 정체불명의 소리는 과연 누구의 것인지, 그리고 왜 우리는 이런 문제에 익숙해져야만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예상보다 훨씬 깊고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다. 개인의 고통스러운 경험이 예술적 형태로 재구성될 때, 그것은 단순한 서사를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관객들은 자신의 실제 경험과 맞닿아 있는 이 이야기에 때로는 깊은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를 직시하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최근 문화 산업 내에서 점점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비단 ‘84제곱미터’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가스라이팅, 비혼, 노인 돌봄, 이주노동자 문제와 같이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고 다소 사적인 성격을 띠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최근 문화 콘텐츠를 통해 활발하게 공론화되고 있다.
이는 오락적 요소에 집중하는 시청각적 자극을 넘어, 경험의 공유와 깊은 공감을 바탕으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 예술이 우리 사회와 끊임없이 호흡하며 현실을 직시하려는 시도들이 점점 더 다양하고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순기능은 바로 이 지점에서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뉴스나 단순한 여론만으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렵거나 간과되기 쉬운 사회적 문제들을 문학이나 예술처럼 감각적이고 체험적인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드러나고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어떤 이념적 강요나 직접적인 해결책이 명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이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깊은 자각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런 예술적 자극은 때때로 우리 사회에 예상치 못한 큰 파장을 몰고 온다.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시작으로 온라인상에서는 유사한 경험들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나아가 사회 제도나 정책의 구체적 변화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예술은 언제나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 같으며, 그 시대가 겪는 고통스러운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그 고통이 비록 층간소음과 같이 생활에 밀착된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이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깊이 있게 다룬 ‘84제곱미터’ 같은 작품은 오늘날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하게 한다.
조용하게 시작되었던 작은 변화는 이제 ‘문화’라는 이름 아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분명하고도 강력한 울림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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