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6º
습도 90%
대전 26º
습도 95%
)
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22일 국회에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공식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임명 절차에 돌입한 셈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오늘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지난 14일 인사청문회를 마쳤으나, 현재까지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가 기한 내에 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을 경우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후에도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장관 임명을 단행할 수 있다.
강 후보자는 지난달 23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에게 자택 쓰레기를 처리하게 하고 변기를 수리하게 했다는 등의 ‘갑질 의혹’에 휘말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에는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강 후보자가 지역구 민원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여가부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예산 갑질’ 논란도 더해졌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강 후보자를 포함한 잔여 내각 후보자 10명에 대해 임명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지난 20일 논란이 컸던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면서도, 나머지 인사들에 대해선 “임명을 통해 내각을 완성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재송부 요청에 대해 “각 상임위원회에서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체적인 채택 시점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내에는 강 후보자를 방어하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보좌진과 의원 간 관계는 일반 직장과 다르며, 식구 같은 관계 속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의혹에 대해 강 후보자도 사과했고, 반박 증언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YTN 라디오프로에서 “강 후보자는 여성가족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성실하게 의정 활동을 해왔고, 장관직은 단일한 정책 능력만이 아니라 종합적인 소통과 추진력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그런 점에서 자질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야당과의 협의를 통한 청문보고서 채택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백 대변인은 “청문보고서는 적격과 부적격을 모두 표기할 수 있으므로,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도 여야가 함께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강선우 후보자의 갑질 의혹이 국민 상식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하며, 이를 감싸는 민주당의 태도를 “이중성”, “내로남불”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사 기조가 정당성을 잃었다는 프레임을 바탕으로 여론전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강 후보자 감싸기’에 대해 “가관”, “상식 파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갑질 의혹을 두둔하는 민주당 태도”를 문제 삼으며 “민주당 보좌진들조차 내부에서 좌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강 후보자를 겨냥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이재명 대통령(당시 당대표)을 바라보고, 농성장에서 침구류를 챙겨주던 강선우 후보자가 본인의 보좌진을 닦달하고, 정영애 전 장관을 윽박지를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어 “강자에겐 살랑대며 아첨하고, 약자에겐 표독한 표정으로 독설을 쏟아내는 사람을 보면 혐오감과 함께 인간에 대한 회의감까지 든다”며 “권력자에게는 살갑던 강 후보자가, 권력이 없거나 자신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말과 태도로 대했을지 궁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임명 강행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7월 3주 차(14~1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2.2%로, 전주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이 같은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 논란을 꼽았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는 문재인·윤석열 정부 모두 초반 인사 강행 이후 지지율이 하락한 전례를 주목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의 ‘허니문’ 정국이 인사 논란으로 조기 종료된 바 있고, 이재명 정부 역시 강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정국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