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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브라질산 커피에 수입 문호를 대폭 확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0% 고율 관세 부과를 앞두고 주요 수출품인 커피 산업의 심각한 타격이 예상돼 불안한 브라질에 중국이 손을 내민 셈이다. 브라질 주재 중국대사관은 “우리 정부가 브라질의 183개 커피 수출업체 거래를 승인했다”며 지난달 30일 발효한 이번 조처의 5년간 유효 사실을 4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 글로 알렸다. 또 별도 게시물에선 “중국인 1인당 커피 소비량 연간 16잔이 세계 평균 240잔에 비해 낮지만 일상생활에 점차 자리잡고 있다”는 메시지를 곁들였다.
중국의 이번 결정이 트럼프발(發) 관세폭탄 발효 목전의 브라질에게 숨통을 틔워 준 것이나 다름없다. 브라질 커피 업계는 트럼프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을 “정치적 마녀 사냥”으로 비난하며 브라질에 부과한 50% 관세에 가장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일 수밖에 없다. 브라질이 연간 6700만∼6800만 포대 커피를 생산해 글러벌 시장 점유율 1위(2023년 기준 39%)인 것은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인 미국과의 안정적인 거래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브라질 커피수출업협회(CECAFE) 자료에 따르면 작년 미국이 60㎏ 포대 기준 814만1817포대를 사들였다. 현지 당국 추산으론 미국 내 전체 커피 유통량의 33%에 달하는 수치다. 그 뒤로 독일(759만6232포대)·벨기에(437만9608포대)·이탈리아(391만7585포대)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작년 브라질산 커피원두 93만987포대를 수입(14위)했을 뿐인 중국이 미국·브라질 무역 갈등 속에 돌연 약 200여 곳 브라질 커피 유통업체에 수출 허가를 내준 것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더 가까운 커피 생산국이 있는데 굳이 브라질에 큰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서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트럼프 관세에 대해 루이스 다우시바 룰라 정부가 우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의 이번 결정에 다분히 ‘미국 견제’ 차원의 조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브라질 커피 업계가 이미 지난달 초부터 50% 대미 관세 발효를 대비해 자국 정부에 대체 수출국 물색을 요청한 상태로 대중국 공급 확대 길이 열려 크게 안도할 만한 상황이다. 브라질 참깨 유통기업 30곳의 대중국 수출도 추가 허가됐다. 주브라질 중국대사관에선 “현재 승인된 브라질 참깨 유통기업은 총 61곳” “시진핑 주석의 브라질 국빈방문 기간 이뤄진 협정의 결과”라며 적극 홍보 태세다.
이번 브라질산 커피의 중국 진출로 현지 음료 시장 및 문화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또한 흥미로운 대목이다. 인류 음료 경쟁이 결국 차(茶)·커피 간 대결로 모아질 것이라고들 한다. 티·떼·차이 등등 차를 뜻하는 어휘들의 유래가 ‘茶’(차·다)이며 가공에 따라 홍차·녹차·우롱차 등으로 변주된다. 도시화와 소득 증가에 따라 중국인들의 커피 관심이 높아졌다가 경기 침체로 주춤한 모양새지만 여전히 엄청난 잠재력의 시장으로 평가된다. 오랜 세월 압도적인 차 문화가 지배해 온 곳의 커피 보급은 문명 대결적 양상을 띠기도 한다.
개혁개방 초기(1978~1990년대 초반) 커피가 외국대사관, 주고객이 외국인인 호텔 등에나 있던 중국에서 1999년 베이징 첫 스타벅스 오픈은 미·중 밀월시대의 본격 개시를 알린 상징적 사건이었다. 중국인들에게 커피는 ‘도회적·감성적 소비품’ 이미지가 강했으나 지난 약 10년간 대중화 노력이 부쩍 늘었다.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중반 스타벅스 외 코스타·태니커피(Tims)·퍼시픽커피 등 서구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진입했으며 여러 토종 브랜드도 떠올랐다. 중국 경제의 낙관적 기대가 일반적이었던 2012년 고급화 전략 아래 출발한 시소(Seesaw)커피, 2015년 등장한 매너커피(幔那咖啡) 등이 선두에 섰다.
중국 내 커피숍 수와 소비량이 빠르게 증가해 201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15% 넘게 성장하면서 커피숍이 회의·스터디·데이트 등 다양한 목적의 ‘소셜 공간’으로 진화 양상을 보인다. 커피 문화의 세련된 고급스러운 측면의 발전세는 약화됐으나 토종 브랜드들 중심으로 자구책을 모색 중이다. 중식풍 계란버거·롤케이크 페이스트리번 등 커피와 어울릴 조찬 세트를 출시한 루이싱커피에선 “커피 단독이 아니라 기능성 아침식사와의 결합”이라는 방향성을 실험 중이다. 배달·사전주문, 무인 커피머신 등 ‘스마트 커피 소비’ 증가와 함께 커피 소비 자체가 1선 도시를 넘어 2·3선 도시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각각 2017·2019년 참전한 루이싱(瑞幸·Luckin)커피와 눠와(挪瓦)커피도 저가 테이크아웃 위주이자 온라인 주문·배달 비중이 높다. 대부분 한화 2000원 전후로 소비된다. 아직 서민들에게까지 만만한 가격이긴 어려운데 향후 가격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영향을 줄 브라질산 커피 대거 수입 등 국제정치적 요소도 무시 못한다. 2020년대 이래 중국은 세계 최다 커피 매장 보유국이다. 스타벅스도 미국보다 많아졌으며 커피 소비 성장률 역시 세계 최상위권이며 시장 세분도 이뤄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커피 시장 규모가 약 2000억 위안(약 40조 원)을 돌파했으며 소비 연평균 성장률(CAGR)은 10~15%로 유지된다. 중국 최대 상업도시 상하이의 경우 커피 소비량이 연간 평균 300잔 이상이니 서울과 비슷하다. 근년 심화된 중국의 청년실업, 내수·소비심리 위축 악화는 커피문화 확산에 직격탄이 됐음에도 중국 커피 시장의 미래가 쉽사리 포기되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성장이 지속되겠지만 ‘커피+라이프스타일’ 식의 고도화 모델은 둔화해 저가형·무인형·편의형으로 구조조정될 것”(알리연구원 2024 보고서)이라고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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