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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시장에서 가격 양극화가 도드라지고 있다. 상위 20% 아파트 평균가격이 처음으로 14억 원을 넘어섰고 하위 20% 아파트는 여전히 5억 원에도 못 미치며 격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국 집값은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 폭은 둔화하는 모습이다.
KB부동산 ‘8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전국 아파트 상위 20% 평균가격(5분위)은 14억114만 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5개월 전인 3월 13억 원을 돌파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하위 20% 평균가격(1분위)은 1억 원대 중반에 머물러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여기서 말하는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아파트 평균가격을 하위 20% 평균가격으로 나눈 수치다. 쉽게 말해 비싼 집이 저렴한 집보다 몇 배 비싼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 달 5분위 배율은 12.1로 상위 아파트가 하위 아파트보다 12배 이상 비싸다는 의미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1월 최고 기록을 경신한 이후 6개월째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울의 격차는 더욱 크다. 서울 아파트 상위 20% 평균가격은 32억6250만 원으로 지난달에 이어 32억 원대를 유지하며 한 달 새 1.53% 더 올랐다. 반면 하위 20% 아파트 평균가격은 4억9298만 원으로 소폭(0.21%)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서울의 5분위 배율도 6.6으로 올라 전국과 마찬가지로 6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비싼 집 한 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 여섯 채 이상 값’이라는 의미다.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전국 평균은 5억3843만 원, 서울은 14억2224만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지난달 14억 원을 처음 넘어선 뒤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2000만 원 가까이 상승했다.
집값 전망도 달라지고 있다. KB부동산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앞으로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전망 지표다. 기준선은 100인데 100을 넘으면 상승 전망이 많다는 뜻이고 100 아래면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서울 지수는 98.0으로 떨어지며 하락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번 달에는 102.6으로 반등해 상승 전망으로 돌아섰다. 강북권은 103.5로 6개월 연속 상승 전망이 유지됐고 강남권도 지난달 95.6에서 101.8로 회복했다.
전국 집값 흐름을 보면 이번 달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03% 오르며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 폭은 지난달(0.21%)보다 줄었다. 수도권은 0.19% 올랐는데 서울이 0.60%로 상승세를 주도했고 경기는 0.03% 상승, 인천은 0.02% 하락했다. 반면 5대 광역시는 0.21% 하락해 낙폭이 전월(-0.14%)보다 커졌다.
전세시장도 오름세가 이어졌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이번 달 0.07% 올라 6개월 연속 상승했고 수도권은 0.13% 상승했다. 서울은 0.26% 오르며 25개월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경기도(0.09%)와 인천(0.02%)도 뒤를 이었다. 특히 서울 송파·강동·용산구 등 인기 지역은 전세 수요가 집중되며 상승 폭이 컸다.
이번 통계는 집값이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 속도를 지역·가격대별로 나눠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상위 아파트는 가격이 뛰며 투자자와 자산가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는 반면 하위 아파트는 제자리걸음에 가까워 서민·실수요자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위권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주거 양극화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나 정책 발표가 단기간 시장을 흔들 수는 있지만 입지와 선호도에 따라 아파트값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집값 격차 확대가 주택시장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정부의 어떤 정책이 이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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