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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수사 외압·은폐 의혹을 추적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하 ‘해병 특검’)이 수사 개시 한 달 만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정국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실제로 ‘격노’했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이를 즉각 수사 지시 번복으로 연결시켰다는 사실이 특검 수사를 통해 실체로 확인된 것이다.
격노가 어떻게 국방부 수사 개입과 사건 축소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윤 전 대통령의 지시 또는 묵인 하에 불법적 ‘구명 로비’가 조직적으로 전개됐는지에 대한 수사는 이제 본격적인 분기점에 들어섰다.
2023년 7월31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 특검 수사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채상병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고 격노했고, 즉석에서 이종섭 당시 장관에게 질책하며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
국회 청문회와 법정에서 이를 일관되게 부인해온 당시 참석자 7명 중 다수(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충면 전 외교비서관·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가 특검 조사에서는 ‘격노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이 회의실 전화기로 이 전 장관에게 직접 통화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 역시 특검 조사에서 뒤늦게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통화 직후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에게 연락해 수사 결과 발표 및 언론 브리핑 중단을 지시했고, 8월2일로 예정된 초동 수사 결과의 경찰 이첩도 전면 보류됐다. 즉,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단순한 정서적 반응을 넘어, 사건 축소와 외압의 기폭제가 됐음을 특검이 입증한 셈이다.
격노의 직접적인 수혜자로 지목된 인물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다. 초동수사에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명백하다고 판단됐지만,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가 최종 수사 결과를 수정하면서 임 전 사단장은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특검은 당시 수사 축소의 실무 책임자였던 조사본부 관계자들을 다수 조사했으며, 특히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이 특정 인물을 언급하며 수차례 조사본부에 전화를 건 정황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김진락 당시 조사단장의 자필 메모, 수정 전후 6차례의 보고서 버전 등도 수집해 혐의자 축소의 배경을 추적 중이다.
특검이 최근 확보한 내부 보고서엔 임 전 사단장이 “수색 지역을 찔러보라”, “가슴 장화를 신어라”고 지시해 수색 위험을 높였다는 정황도 새롭게 드러났다. 이는 임 전 사단장이 ‘입수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 기존 해명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격노와 외압의 인과관계가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향후 수사의 가장 큰 관건은 ‘구명 로비’의 실체 규명이다. 특검은 김건희 여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 전 사단장의 사퇴를 만류한 녹취를 확보하고, 김 여사와의 연결고리를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김 여사와 이 전 대표, 임 전 사단장의 자택 및 사용기기 압수수색을 벌여 ‘비화폰’과 통신 기록도 확보했다. 아직 ‘구명 로비’가 대통령 부부 또는 대통령실에 실제로 전달됐고, 이를 근거로 사단장이 수사에서 제외됐다는 인과 관계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특검 수사는 현재 단순한 ‘격노’의 실체 확인을 넘어, 외압의 전달 경로와 조직적 개입 정황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명현 특검팀은 최근 개신교계 원로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임 전 사단장 구명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고석 변호사 등의 역할을 추적 중이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측근 또는 친정부 인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정황이 있다는 제보가 있어, 통신내역과 면담 일지, 외부 접견기록 등을 확보 하고 있다.
또한 특검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표적 수사’ 의혹에도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미 혐의자에서 제외된 임 전 사단장의 군검찰 불기소 전 과정을 역추적하며, 당시 군사보좌관이 박 단장에게 압박을 행사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어떤 방식으로 사건기록을 회수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윤 전 대통령 본인의 직접 조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수사 초기에는 ‘격노’의 실체가 쟁점이었지만, 이제는 그 감정 표현이 지시로 이어졌는지, 지시가 불법적 결과를 낳았는지, 대통령 본인의 고의와 인식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특검의 최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해병 특검은 김건희 여사 수사를 담당하는 민중기 특검팀과도 실질적 연계를 모색 하고 있다.
특검은 이미 김 여사 측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과의 통화에서 “VIP에게 말하겠다”는 발언을 한 녹취를 확보한 상태에서, 해병 특검은 김 여사의 비화폰과 통신 기록, 압수물 일부를 민중기 특검에 공유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김 여사는 해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 양쪽 모두에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유일한 인물이 됐다.
한편, 현재 해병 특검은 수사 개시일인 7월 2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상황이다. 특검법상 수사 기간은 60일이며, 대통령 승인으로 두 차례 각 30일씩 연장이 가능하다. 수사 진행 상황과 정치적 파장을 감안할 때, 최소 1회 연장은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일관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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