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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8월 SK텔레콤(SKT) 가입자가 1만3090명 순증했다. SKT 유심 정보 유출 사건 이후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에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가입자가 줄었다.
SKT 유심 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유심 교체를 위해 사람들이 SKT 대리점 앞에 길게 늘어서고 가입자 이탈도 상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SKT 이용자가 증가한 원인으로는 사건 발생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공포감이 줄어든 것과 8월 SKT의 멤버십 혜택 강화가 꼽힌다. 사건 발생 이후 반년도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소비자들이 보안 관련 우려보다는 싼 요금제에 끌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SKT는 통신분쟁조정위원회 회신 기간인 3일까지 의견서를 내지 않으면서 자동적으로 위약금 면제 조치 연장을 수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번호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의 상당수가 통신사를 바꿨고 SKT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별다른 파장이 있지 않았다.
SKT가 보안 강화에 5년간 7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고 마케팅을 위해 상당한 금액을 투입했다고는 하지만 원래 해야 하는 보안 강화에 돈을 쓰는 것과 결과적으로 성과를 거둔 마케팅 정책을 손해라고 봐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SKT가 확실하게 본 손해는 과징금 약 1348억 원이며 이 또한 불복하고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 만약 소송이 진행된다면 몇 개월 또는 몇 년이 걸릴 것이고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기업들이 보안 사고를 낸 다음에도 사건이 터진 후 몇 개월만 기다리면 대중의 관심이 식으면서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보안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KT와 LG 유플러스의 경우 해킹에 따른 정보 유출이 사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통신사 의견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입장을 종합하면 유출된 정보가 통신사 정보는 맞지만 통신사 서버에서 빠져나갔는지의 여부는 확실하지 않고 그 방법이 해킹이었는지 또한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해킹에 따른 정보 유출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에 통신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확실히 사실로 밝혀지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심이 식고 흐지부지 넘어가는 ‘시간의 마법’을 쓰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여기에 KT는 해킹 의혹 통보를 받은 이후 서버를 파기했다는 의혹도 있다. 의혹일 뿐이지만 일단 확실한 사실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벌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기한이 지난 자료는 폐기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통신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소비자 스스로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끝까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지루하고 현학적인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싼 요금제와 푸짐한 혜택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은 이미 8월 이용자 통계로 증명됐다.
소비자들이 할 수 없다면 결국 법적 제재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마침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침해 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조사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법안 개정을 통해 기업들이 사용하는 ‘시간의 마법’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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