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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이후 11년 만 방한으로,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대면 회담이 예정돼 있다. 한·중 관계 복원, 경제협력 확대, 그리고 북한 문제 등 복합적인 외교 현안을 다루는 이번 방한은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초청에 응해 시 주석이 APEC 회의에 참석하고 국빈 방문 일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적극 추동할 것”이라며 “이번 방문은 한·중 수교 초심을 되새기고 실질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다음 달 1일 경주에서 열린다. 양국은 우선 ‘안정적 한·중관계’ 관리에 초점을 맞춰 경제·무역·문화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그간 양국 소통 분위기가 긍정적”이라며 “의미 있는 합의문 도출을 위해 양측이 조율 중”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외교가의 시선은 특히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 가능성에 쏠린다. 2017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비공식적으로 유지돼온 한한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명시적 해제 선언보다 방한 이후 한국 콘텐츠 수입과 문화 교류의 정상화 여부로 변화를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한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최대 30일 체류) 역시 연장되거나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제 분야에서는 ‘2단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2015년 체결된 1단계 FTA는 제조·부품 중심이었지만, 이번에는 문화·관광·서비스 분야로의 확대가 거론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대통령에게 “FTA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으며, 지난달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 문제에서도 중요한 외교 시험대가 된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 북한과의 3자 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어 한국 입장에선 시 주석의 ‘건설적 역할’ 약속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며 북·중 관계가 빠르게 복원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의제에 대한 중국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중국이 비핵화 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기보다는 완화적 표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은 외교적으로는 ‘해묵은 숙제’의 해소, 경제적으로는 ‘실익 외교’의 시험대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별도 회담을 갖는다. 한·중, 미·중 연쇄 정상회담이 모두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세계 패권 경쟁의 중심축이 동북아로 옮겨오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과는 관세 협상, 일본과는 미래 협력, 중국과는 관계 복원이라는 세 축의 외교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미국과 역대 최단기간 내 상호 방문을 마쳤고, 중국과는 11년 만의 정상 외교를 복원했다”며 “이번 회담들은 역내 평화와 경제 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외교 슈퍼위크’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 주석 방한을 한·중 관계의 ‘상징적 재시작’으로 본다. 이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잔더빈 상하이대 한반도연구센터 소장은 “양국은 지난 몇 년간의 어려움을 딛고 실질적 협력을 추구하면서 차이점을 관리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한미동맹 현대화 문제를 동시에 다루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관계 강화 메시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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