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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가 창간 14주년을 기념하며 10년 전 창간 4주년 특집으로 선보였던 ‘새로 쓰는 부촌 지도’를 다시 펼친다. 2015년의 강남은 전통적인 재벌가·기업인들의 견고한 부를 상징했다. 10년이 흐른 지금 강남의 부는 단순히 규모가 커진 것을 넘어 그 성격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했다. 제조업과 금융업에 기반을 둔 기성세대의 부가 ‘부의 보존’을 중시했다면 2025년의 부는 IT·엔터테인먼트·교육 등 새로운 분야에서 막대한 성공을 거둔 자수성가형 ‘뉴 리치’들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 이번 기획은 부의 패러다임 변화를 심층적으로 추적하는 데 주력한다. 압구정 재건축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부의 가치 확장과 청담동의 초고가 신축 빌라로 상징되는 새로운 부의 경향을 동시에 조명한다. 단순히 부의 현황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부의 원천과 주체가 어떻게 지역의 물리적·사회적 지형을 바꾸고 있는지를 탐색하는 것이 기획 목표이다. 대한민국 부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역동적인 변화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그 이면의 의미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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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한 ‘뉴 리치’의 진출이 두드러진 청담동
부의 원천 다변화… 강남 부촌이 생생한 증거
10년 전 강남은 재건축을 앞둔 잠재력과 전통적인 재벌가·기업인의 거주지로 대표되며 ‘전통의 강호’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 2025년 현재, 강남의 위상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선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10년간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강남·강북 아파트값 격차는 2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조사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4월 강남 지역 11개 구 아파트의 3.3㎡(1평)당 평균 매매가격이 5334만 원으로 강북 지역 14개 구 평당가 3326만 원보다 2008만원 더 높았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강남 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이 지역의 ‘부의 파이’를 키웠고, 그 파이를 차지하려는 새로운 세력들이 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10년 전 강남의 부는 주로 ‘상속된 재산’이나 제조업·금융업에 기반한 전통적인 재벌·기업인에게서 나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정보기술(IT)·엔터테인먼트·교육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흥 분야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뉴 리치(New Rich)’들이 급부상했다. 이들은 부의 축적 방식과 소비 패턴이 기성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며 이는 곧 강남의 물리적·문화적 지형을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강남의 ‘부촌 지도’는 단순히 땅과 건물의 가치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부의 원천이 어떻게 다변화되고 재편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가 된다. 10년 전의 부동산 기사가 재건축 수혜에 대한 기대를 언급하며 ‘전통의 강호’ 강남을 주목했다면, 2025년에는 아이유·송중기·현우진과 같은 연예인과 1타 강사, 그리고 IT 기업 대표들이 청담동의 초고가 신축 주택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상속받은 부가 아닌, 개인의 재능과 노력으로 자수성가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새로운 부의 상징’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통적인 단독주택이나 오래된 아파트가 아닌, 최첨단 신축 럭셔리 주택으로 모여들었다는 사실은 부동산 시장을 넘어선 사회·경제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부의 축적 방식이 ‘상속 및 사업 경영’에서 ‘개인의 능력과 성공’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압구정의 대변신, 50년 노후 아파트가 ‘수직 펜트하우스’로
수십 년간 정체되었던 압구정 재건축 사업이 최근 급물살을 타면서 이 지역은 또 한 번의 위대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압구정현대는 특히 땅의 가치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부자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유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통 부의 상징이었던 공간이 새로운 세대의 손으로 넘어가는 추세가 포착된다. 예를 들어 권홍사 반도홀딩스 회장은 2000년 경매로 이 아파트를 낙찰받아 24년간 거주했는데 지난해 해당 아파트를 매도했고 소유주는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멤버인 최강창민으로 변경됐다. 배우 김희애, 방송인 유재석, 강호동 등도 재건축의 잠재적 가치를 보고 이 지역에 거주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압구정 아파트의 재건축의 진행 상황은 각 구역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호가가 크게 올랐고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본격적인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매매가 주춤한 상태다. 대출 규제 영향으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현지 전문가의 설명이다.
현대아파트 상가에 있는 압구정케빈부동산 김세웅 대표는 “전체 시장 상황도 그렇지만 특히 이곳 아파트 평균값이 80~90억인데 6억 대출한도 규제 때문에 지금 약간 움츠러들었다”면서 “매각·매수 모두 관망세에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일단 매물의 경우는 앞으로 계속 가격 상승이 예상되니까 연세 드신 분 빼고는 사실 공급이 거의 없다. 매수도 예전에 대출 가능할 때는 좀 적극적으로 공급 대비 매수가 훨씬 많았는데 지금은 대출이 안 되니까 선뜻 나서지 않고 지켜보는 중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9월1일 기준 지난 2주 동안 압구정현대 실거래 건수는 단 1건에 불과했다. 3구역(구현대) 32평이 63억 원에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는 65억~70억을 호가한다. 김 대표는 “현재 압구정현대 매매시장은 잠재 매수층의 바람과는 달리 호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현금 여력이 있는 매수층의 급매물에 대한 관심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청담동의 ‘뉴 럭셔리’, PH129와 에테르노 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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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에테르노 청담’ 소유자의 연령 분포는 30대를 비롯해 젊은 층이 압도적으로 많다. 법인 명의 4가구 제외한 25가구 중에서 30·40대가 13가구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사진=박미나 기자/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압구정이 재건축으로 미래의 가치를 추구한다면, 청담은 ‘초고가 신축’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더 펜트하우스 청담’(PH129)과 ‘에테르노 청담’은 그 중심에 있다. PH129는 250억 원, 에테르노 청담은 305억 원의 거래가를 기록하며 국내 최고가 아파트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 빌라들의 특징은 ‘한강 조망’ ‘최고급 인테리어’ ‘희소성’에 있다. 기존 부자들이 거주했던 한남동 ‘나인원한남’과 쌍벽을 이루며 ‘돈이 있어도 누구나 살 수 없는’ 주거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에테르노청담과 PH129 등 초고가 하이엔드 주택들이 29가구로 구성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피하고 희소성을 높이기 위한 일석이조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초고가 주택들은 이제 단순히 거주 공간이 아니다. 이 시대의 성공을 가시적으로 증명하는 명함이자 ‘프라이빗 럭셔리’의 상징이다. 10년 전에는 재벌 총수 자택의 공시지가가 부의 척도였다면 이제는 엔터테인먼트·IT 업계 등 신흥 부자들이 거주하는 이 빌라들이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과시적 소비를 지양하는 듯하면서도 가장 은밀하고 최고급 공간에 투자하는 새로운 부의 경향을 보여준다. 이들은 자신의 ‘클래스’를 부동산을 통해 드러내고, 그로 인해 다시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부의 사회적 의미가 한층 더 개인적이고 상징적인 차원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청담동의 초호화 주택 ‘에테르노 청담’은 그 이름이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자산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곳이다. 2024년 1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이 단지는 총 29가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 세대가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다. 에테르노 청담이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그 희소성과 함께 최고급 자재와 설계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가 설계에 참여하여 건물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테르노 청담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9명의 입주민 중 재계·기업 인사가 6명, IT업계 3명, 엔터테인먼트 업계 2명, 교육계 1명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또 법인 명의, 미국인 명의, 부부 공동명의로 추정되는 호실도 각각 1개씩 있다. 신탁주식회사나 유한책임회사 명의도 3군데 눈에 띈다. 개인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것은 실제 소유주가 전문적인 신탁회사에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신탁회사가 소유자를 대신하여 해당 부동산을 관리·운영·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한때 배우 송중기가 에테르노 청담을 분양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실제 등기상에는 명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이런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30대인 가수 아이유가 130억 원대 아파트를 현금으로 매입한 것은 일반인 MZ세대 부자들의 ‘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가 아닌 ‘압도적인 현금 동원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유 외에도 강민철 메가스터디 강사,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등 유명 학원 강사나 IT 업계 CEO들이 에테르노 청담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넓은(464㎡) 복층 구조의 슈퍼펜트하우스는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제조업체인 바이오노트의 조영식 의장이 300억 원이 넘는 분양가를 현금으로 분양받아 소유하고 있다.
에테르노 청담이 보여주는 부의 이동은 매우 상징적이다. 신흥 부자인 30대가 가장 많고 전통적인 부자 세대인 장년·노년층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최연소 입주자는 재계 2세 기업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로 31세(1994년생), 그 다음이 가수 아이유(이지은) 32세, 최고령자는 84세 여성(1941년생)이다.
에테르노 청담은 지난해 1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는데, 아직 실거주 의무 기간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매물이 1건 나와 있다. 청담동 소재 MAX부동산의 김영희 대표는 “소유주와 직접적인 대화를 할 수는 없고 회사 직원과 통화를 하기 때문에 매각 이유를 물어보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올해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높은 아파트는 ‘에테르노 청담’이지만 지난 4년 연속 공시지가 1위를 지켰던 곳은 PH129였다. 연예인 장동건·고소영 부부가 이곳에 거주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주목됐던 곳이다. 골프선수 박인비, 스타 강사 현우진, 가수 지코 등도 전체가 복층 구조인 이곳 PH129 한 채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치동 학원가를 대표하는 ‘1타 강사’ 현우진의 부동산 투자는 강남의 부가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논현동 320억대 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동시에 PH129 분양대금 250억을 전액 현금으로 완납하며 화제가 되었다.
지난 10년간 강남 청담·압구정 지역이 겪은 변화를 종합해 보면 이 지역의 부의 지도가 ‘전통적 부촌’에서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압구정이 ‘재건축’이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부의 가치를 수직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면, 청담은 ‘신축 럭셔리’와 ‘신흥 부자’를 통해 새로운 부의 상징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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