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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사상자를 낸 방배동 전원마을은 아직도 상흔이 진하게 남아있다. 침수를 당한 주민들 중 상당수가 전원주택 지하에서 근근이 살고 있다. 하지만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피해주민들의 격앙된 주장이다. 전체적으로는 부촌이지만 그런 인식 때문에 세간의 눈길에서 또한 벗어나 있다. 200여가구중 120가구가 침수를 당했는데, 이중 상당수가 이른바 지층 세입자들이다. 80가구는 침수피해가 가구당 수천만에 달했지만 피해보상은 턱없이 모자랐다. 급기야 주민들은 ‘남태령 전원마을 세입자피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직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비대위는 서울시의회, 국회, 소방방재청,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피해주민들은 나아가 개별 또는 연합해서 소송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진정성 있게 이들을 바라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피해복구 공사도 지지분진해 조만간 여름이 닥치면 또 공포에 떨어야 할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르포를 통해 형촌마을에 이어 두 번째로 전원마을 실태를 취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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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마을은 산사태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맨 아래 사진은 지하철과 연결된 전원마을 입구
[연재순서] ① 형촌마을 ② 전원마을 ③ 송동마을 ④ 암산마을
도심 속 전원마을 한순간에 전쟁터 변해
서울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1번 출구로 나가면 도로가 아닌 마을 주택 길로 이어진다. 이 마을은 지난해 산사태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된 전원마을이다.
출구로 나가자 차량 두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의 좁은 골목길이 나왔다. 전원마을은 사당역 사거리에서 과천방면으로 가다가 왼쪽 편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도심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마을 구조를 갖고 있다.
전형적인 시골풍의 마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가장 특징적이다. 우면산 자락에 있어 주위에 녹지밖에 보이지 않는 ‘전원마을’의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의 전원마을 생활을 하던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한순간에 무너진 산사태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피난민 신세가 됐다. 주민들은 지금도 공포에 떨고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원마을 인명피해는 5명(사망)이나 됐다. 재산 피해도 정확히 추산할 수 없을 만큼 상당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시는 일부 가정에 대해 ‘재산 구호금 지급기준’에 근거해 턱없이 작은 보상금을 지급했을 뿐이다.
더 이상의 보상은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아직도 격분해 있다. 물적, 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기도 하다.
논밭이었던 전원마을은 1985년 취락구조 개선사업으로 전문직 종사자, 사회 지도자층 등이 개인적으로 주택을 짓기 시작해 지금의 마을로 조성됐다. 약 200 가구에 300여 세대가 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국지성 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전원마을은 한순간에 쑥때밭으로 변했다. 산사태로 침수된 가구만 절반이 넘었고 사망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인근 마을 중 가장 많았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마을회관에 들렸을 때 가수 이효리의 어머니 전기순씨도 그곳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산사태로 상당한 재산피해를 보았다고 당시를 회고하면서 한숨을 몰아쉬었다.
다만 전씨는 연예인 딸이 있어 공식 인터뷰를 꺼려했다.
▲ 김종녀씨가 산사태 이후 겪은 고충을 흥분된 어조로 토로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김종녀(여, 73)씨는 “난리도 이런 난리는 생전 처음 본다. 한 평생을 이곳에서 생활했는데 우리집과 앞집, 옆집에 여기저기 나무 파편들이 날아 들어오고 나무 못에 찔려 피를 흘리는 등 정말 끔찍한 상황을 겪었다”며 “피해 보상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아 미칠 노릇이다”고 격분해 했다.
김씨는 이어 “흙탕물이 방에 들어차면서 새로 산 가전제품이 한순간에 엉망이 돼 버렸다”며 “집기류도 모두 떠내려가고 패물도 잃어버렸다. 지금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이 안선다”고 다소 울먹이기까지 했다.
서울시는 ‘재산 구호금 지급기준’ 에 의해 피해 보상액을 선정해 지급했다.
시에 따르면 세대주 사망시 2000만원, 세대원 사망시 100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또한 생계지원 대상으로 침수된 세대에는 200만원씩 지급했다. 주택 파손 가구에도 일정 금액을 지불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와 구의 지원금에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으로 고충이 지끔까지도 심하다고 토로했다.
▲ 산사태 전과 후의 남태령 전원마을. 오른쪽 사진이 산사태 직후 모습.
세입자피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해 청원서 제출
김종철 남태령전원마을세입자피해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의회, 국회, 소방방재청, 국가인권 위원회 등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김 위원장은 “청원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며 “침수가구에 지원된 금액은 총 200만원 뿐이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계속 보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총 200가구 중 침수가구는 120가구 정도 되며, 이들 대부분이 지층에 살고 있는 서민층 세입자라고 한다. 이중 80여 가구는 침수 피해가 커 피해액만 1억원이 넘어가는 가구도 있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 김종철 위원장이 1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전원마을 피해보상 요구서를 보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그는 가구당 재산 피해액은 평균 3000만원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신적 피해로 인한 노동력 감소 등을 감안하면 평균 4000~5000만원 정도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집에서 보여준 ‘서초구 방배2동 전원마을 피해보상 요구서’는 무려 1000페이지가 넘어간다.
이 자료에는 약 80여 가구의 피해 보상 내역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또한 산사태가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진도 꽤 많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집도 저지대에 위치해 있어 많은 재산 피해를 남겼다. 토사와 물이 한순간에 집을 덮쳤다”며 “산사태로 인해 들이닥친 뻘만 허리까지 찼다. 그 뻘 수위가 한때 가슴까지 차올라 정말 아찔하고 위험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집도 저지대에 위치해 있어 많은 재산 피해를 남겼다. 토사와 물이 한순간에 집을 덮쳤다”며 “산사태로 인해 들이닥친 뻘만 허리까지 찼다. 그 뻘 수위가 한때 가슴까지 차올라 정말 아찔하고 위험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산사태 후 시는 토목, 침수, 방재 등 관련 전문가 16명으로 산사태 원인조사단을 구성해 정밀 조사를 한 달간 벌였다.
시는 조사를 끝내고 지난해 9월 15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형식 우면산 산사태 원인조사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고원인이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의 영향도 있었다”며 “주 원인은 2시간만에 164밀리라는 엄청난 폭우와 누적된 강우량이 주위의 나무와 토사들 쓸고 갔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이어 “하지만 이 같은 자연재해의 영향 외에도 관리차원의 문제도 있다. 서울시가 관리를 잘했다면 많은 피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시에서 관리를 잘못한 부분도 있다”고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0월 31일 중구 예장동 서울방재종합센터를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우면산 산사태는 천재(天災)의 측면이 있지만 단지 천재지변이라고만 보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전년에도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이후 충분히 복구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아 (산사태가) 초래됐다”며 “봄이 오기 전까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년에도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이후 충분히 복구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아 (산사태가) 초래됐다”며 “봄이 오기 전까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말 뿐이었다. 그 이후 서울시는 4개월여 동안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 산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지지부분하다.
다만 산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산 주위에 돌을 쌓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조차 공사진행 속도가 느리다.
이외에 파손된 공공기관 시설물에 대한 공사만이 진행되고 있을 뿐 주민들이 요구하는 직접적인 피해복구 공사는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특히 인재에 의한 원인이 뚜렷하게 나지 않으면서 개인별 보상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현재 시와 시민단체들이 합동으로 보강조사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며 “조사 이후 다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쓸려나온 나무가 뿌리 채 뽑혀 온 것이 아닌 토막으로 베어 있던 나무가 굴러왔다”며 “이는 동네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니 당연한 인재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산사태가 일어난 이후 시간이 꽤 지난 지금, 사비를 들여 복구는 대부분 완료했다. 우리는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주민들이 보상을 제대로 받는 날까지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인명피해를 입은 유족 역시 잇따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전원마을의 한 주민은 서울시를 상대로 또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아들을 잃은 전원마을의 한 주민이 서울시와 서초구, KT를 상대로 13억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우면산 산사태로 피해가 컸던 전원마을과 형촌마을 주민 46명이 집단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저지대 사는 서민들 피해가 가장 커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대부분 지층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다. 이곳 주민들은 아직도 끔찍한 기억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 서민층이 많이 사는 저지대 가구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
주민 허경자(여, 65)씨는 피해보상과 당국의 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녀는 취재기자에게 적극적으로 집 방문을 요청할 정도로 당국의 대책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허씨는 “산사태가 일어나 마을로 토사와 물이 쏟아져 내려 오자 여기저기 비명소리가 들렸다”며 “동네가 흙을 뒤집어 써서 완전 뻘 밭으로 변했다. 침수가 되자 가전제품이고 뭐고 건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거의 내 키 이상으로 물이 들어와 정말 죽을 고비를 맞았었다. 나는 다행히 살았지만 여기 집 주인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고 아픈 사연을 전했다.
▲ 산사태 당시 집안에 침수된 수위를 손으로 가르키고 있다.
또 다른 주민 김종선(남,78)씨도 “이곳에 30년간 살았는데 이 같은 천재지변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 본다”며 “집 수리 비용만 사비를 털어 약 3000만원이 들었다. 일부 사람은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나 그냥 포기하는 가구도 많다”고 말했다.
인근의 김찬규 공원부동사중개사무소 대표는 “부유층등은 자비를 들어 복구를 거의 진행했지만 서민층들은 그럴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산사태의 휴유증으로 아직도 고생하는 분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이곳은 평당(건물 포함) 1700만원으로 평균 30평형 규모의 전원주택이 대부분이다.
지층에 살고 있는 서민들은 3000~5000만원의 보증금과 20~50만원의 월세를 내며 하루하루 살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아직도 당국의 안일한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산사태 피해로 고통을 받은 서민들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물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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