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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한국 경제, 사는 줄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의 상수(常數) 돼버린 ‘팬데믹’, 경제 패러다임 바꾼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3-22 10:41:22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우한코로나)로 인한 세계 경제의 충격파가 가히 천문학적이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언급한 바와 같이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가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과거의 경제위기와는 그 본질과 규모, 그리고 파급 영향력이 엄청나게 다르다. 지난 1997년 말에 발생한 IMF 경제위기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국한되어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은 오히려 이를 통해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2008년에는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흔들었다. 진원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이 ‘뉴노멀(New Normal)’로 이행하는 속도를 높였다.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종래의 규범과 질서로는 미래에 닥칠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이 시기에 중국은 세계 경제의 소방수 역할을 하면서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힘이 배가되기도 했다. 경제적 파워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이 거의 대등하다는 ‘G2(Group of Two)’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경제위기로 인해 손해와 이익을 보는 쪽이 동시에 존재했다는 의미이다. 
 
왜 이번 사태가 과거의 위기가 다른가. 일부 지역 혹은 국가에 국한된 위기가 아니고 전 대륙의 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3대 축인 아시아, 북미, 유럽 지역이 함께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함몰되고 있다. 금융 경제에 국한되지 않고 실물 경제가 일시에 같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사스나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팬데믹이 되면서 이미 경종을 울려준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가 이에 대한 경각심을 소홀히 한 나머지 더 큰 재앙을 불러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제의 글로벌화는 억제하려고 해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제2의 중국과 같은 신흥국들의 본격적인 글로벌 경제 편입은 가속화될 것이다. 기후변화와 맞물려 다양한 문화관습의 차이에서 생겨날 수 있는 전염병이 팬데믹으로 확산될 수 있는 확률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따라서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은 글로벌 경제의 상수(常數)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이런 위기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응책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견고하게 자리를 잡을 것 같다.
 
또 한편으로 우리가 경계할 것들이 있다. 바이러스의 진원지를 두고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공방이다. 자칫 휴전 상태에 들어가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또 다른 형태로 전개될 기미를 보인다. 매를 먼저 맞고 다소 진정 상태에 드러난 중국이 책임 회피를 위해 자극적인 발언을 연일 쏟아낸다. 화살을 미국 쪽으로 돌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대선 정국에 들어가 있는 미국이 전시(戰時) 체제를 선언하면서 대응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NYT 등 미국 주요 미디어의 특파원들을 추방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 판에 세계 경제의 4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양국이 또 다른 경제 전쟁이라도 한다면 더 큰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직은 설마 하지만 한쪽이 인내심을 잃으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복병이다. 1차 고비는 상반기 중에 사태가 진정될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되느냐 하는 점이다. 각국이 비상한 각오로 컨틴전시 패키지를 연일 발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암울함이 더 지배적이다.
 
사는 줄에 서려면 이념적 경제 배격, 시장 원리에 맞는 대내외적 처신 필요
 
우후죽순처럼 발표되고 있는 경제 예측기관들의 전망치도 갈수록 더 비관적이다. 그중에서도 JP모건의 경고가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린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40%가 될 것이라고 한다. 바이러스 확산이 늦게 시작된 미국과 유로존의 2분기 성장률을 각각 마이너스 14%와 22%로 전망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상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올 세계 경제 플러스 성장은 물 건너간 이야기다. 이에 편승해 글로벌 경제의 서플라이 체인 변화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우선 자국 공장의 가동률 제고와 고용 증대를 위해 해외 생산 거점의 ‘리쇼어링(Reshoring,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안전하면서 위기 상황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쪽으로 공장을 재편할 것이다. 중국에서 가급적 벗어나려고 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도피처라고 판단되는 동남아 국가로의 이전이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아니면 자국에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 대안으로 등장할 여지마저 대두된다.
 
한국과 같이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일수록 가장 큰 치명타를 입을 확률이 여느 때보다 높다. 이미 많은 예측기관들이 우리를 이 그룹에 포함하고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금융 시장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핀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 체결한 통화 스왑 협정을 가능하면 일본, 중국 등과도 연결할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금융 시장의 불안이 어느 정도 진정되어야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피해 통로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돈을 푸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제대로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50조원을 푼다고 하지만 이는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는 시중의 평가가 많다. 그렇다고 돈을 마구잡이로 찍어낼 수도 없는 상황이고,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이다. 그렇다면 꼭 필요한 곳과 생산적인 곳으로 유동성이 움직일 수 있는 장치와 통제가 필요하다. 돈다발이 경제 침체를 막을 수 없다는 선험적 사례들이 우리는 물론이고 각국의 사례에서도 익히 검증된 바가 있다.
 
보다 긴 호흡으로 국가 비상경제 체제 가동을 준비해야 한다. 시중에서는 벌써 현 경제팀으로 난국 수습이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문성은 고사하고 경험적 노하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전시 중이라도 사람을 교체하는 것도 방편이며, 빠를수록 실기(失期)를 하지 않는다. 당장의 위기 극복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기대효과도 시야에 넣을 필요가 있다. 
 
지난 2009년으로 돌아가 보자.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로 온 세계가 크게 동요할 때 한국 경제가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민관의 분위기가 성숙돼 있었다. 기업의 사기가 바닥에 가 있고, 지난 3년 이상 역주행으로 경제의 기저가 질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재와는 현저하게 다르다. 
 
JP모건이 밝힌 희망적 시나리오에 의하면 3분기부터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여개 국가가 풀고 있는 4000조원 이상의 돈이 본격적으로 실물 경제에 투입되기 시작하면 반작용이 작동할 수 있다. 기회를 잡는 리더십과 전문적 대응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경제를 이념에 접목하는 것이 아닌 시장 원리에 맡기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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