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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비상시국, 대책은 여유만만
스카이데일리 칼럼
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3-24 00:02:47
▲ 임현범 부장(산업부)
최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기업 등을 막론하고 우한 코로나로 인한 극심한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소상공인 사이에선 우한 코로나 발발 이후 매출이 절반 이상이 줄었다는 하소연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13~19일 소상공인 107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우한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이 97.6%에 달했다.
 
주말이면 인파가 가득했던 전국 주요 상권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다. 이미 경기침체로 빚을 내 버티고 있던 자영업자들은 설상가상 우한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가게를 정리하고 싶어도 이조차 힘든 실정이다. 가게를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임대료와 부대비용 등 각종 고정비만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110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광장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광 명소로 이름 높은 곳이지만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폐업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새벽부터 장사 준비를 시작해도 시장을 방문하는 손님 자체가 없다보니 당장 생계 곤란을 호소하는 상인들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비단 특정 상권이나 장소에 국한돼 펼쳐지는 상황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자 문재인 정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을 상대로 5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내놨다. 대출 문턱을 최대한 낮춰 최대한 많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출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을 확대해준다는 게 골자다. 이른바 금융 안정 패키지다.
 
그러나 대다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이 유명무실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결국 다 빚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낮은 이자를 표방하면서 대출해주겠다고 생색내듯 얘기하지만 결국은 나중에 갚아야 할 돈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빚을 내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또 빚을 내주는 것보단 오히려 전기세나 부가가치세, 세액 공제 등 고정비를 낮춰주는 지원 방안이 더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목소리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을 비롯해 산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가 우한 코로나 사태를 2008년 금융 위기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지만 정작 지원 대책은 기대에 훨씬 못미친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도산 위기에 빠진 항공업은 물론 유통업계에서도 정부의 미미한 지원책과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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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법인세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로 OECD 가입국 평균(23.9%)을 훨씬 웃돈다. 법인세율을 인상한다고 세수가 더 걷히는 것도 아니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했음에도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정부 예상보다 오히려 7조원 가량 덜 걷힌 72조1743억원에 불과했다. 과도한 법인세 인상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오히려 세수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보여준 셈이다.
 
이는 앞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정부가 보여준 대책과도 사뭇 대비된다. 당시 정부는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감세안에 법인세 인하 대책을 포함시켜 기업 규모에 따라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문재인 정부 경제팀이 우한 코로나 사태를 금융위기와 맞먹는 위기라고 자평하면서도 정작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의 대처는 긴급하다 못해 과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향적이다. 트럼프 정부는 경제 지원을 위해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에게 5000억달러(약 628조원)의 수표를 지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100조원대 법인세 납부를 1년 유예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대처는 우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를 너무 가볍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산업계 안팎에선 우한 코로나 사태가 전례없는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 곳도 적지 않다. 전례없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성숙한 시민의식에만 기댈 게 아니라 정부 역시 두 팔 걷고 전향적인 지원과 규제혁신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그간 정체됐던 기업 활성화를 이룬다면 우한 코로나 사태라는 커다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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