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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호기심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자신을 응시하는 호기심, 타인을 살펴보는 호기심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8-02 18:06:08

▲김성수 작가·마음과학연구소 대표
 “나는 누구인가.”
 
사람이 얼마나 큰 호기심 덩어리인지 상징하는 질문이다. 두뇌 기능이나 듣는 기능, 먹는 기능이 온전히 작동중인 생명을 향해서 저런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지다니. 그것도 자신이 자신을 향한 질문이라니. 내가 누구긴 누구야, 보면 몰라? 철부지 시절 같았으면 질문 취급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돌이켜보면 이 질문같지 않은 질문이 의미를 가질 무렵부터 내 인생이 무거워지기 시작한 듯하다. 이게 무슨 말이지? 하다가, 아니 이거, 빤히 보면서도 답할 수가 없네? 당혹스러워졌을 때부터 삶이 번잡해진 듯하다. 우연의 일치인가.
 
거의 모든 포유류는 호기심이라는 심리기제를 갖고 있다. 길고양이는 지나가다가 쓰레기통을 발견하면 호기심이 발동하나보다. 개는 지나가다 다른 개를 발견하면 대체로 목줄을 끌어당기곤 한다. 내 행태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한두 차례 들락거린 식당이면 심드렁하게 지나치고, 문 앞에 개점을 축하하는 화분들이 놓여 있으면 기웃거려본다. 그 식당은 같은 위치에 있지만 새로운 음식이 있을 거라는 추측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나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것이 명상이다
 
호기심은 주로 새로운 것과 관계가 깊다. 남녀 간의 사랑도 알고 보면 접촉에 따른 새로운 감각이나 생각, 감정들이 왕성하게 생산됨으로써 성립한다. 두 사람은 대체로 물리적 접촉의 질량보다는 새롭게 나눌 것이 빈약해지면 관계가 느슨해진다. 호기심에 관한 심리치료적 이해를 보면, 호기심 없는 사람은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에 빠질 확률이 높다. 노년기에는 특히 호기심 왕성한 사람의 건강 수명이 더 길다는 보고도 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의욕과 능력이 생명력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의도적인 훈련으로도 강화시킬 수 있는 심리기제다.
 
호기심은 어느 쪽을 향하느냐가 중요하다.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부류가 있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사람도 있다. 며칠 전에 다섯 친구가 모였다. 한 친구가 직장 상사 이야기를 꺼냈는데 꽤나 이채로운 캐릭터여서 귀가 솔깃했다. 우리 이 국장 알지? 볼수록 신기한 사람이야, 라고 시작된 이야기는 삼십여 분이나 이어졌다. 했던 에피소드가 재탕될 무렵 누군가 한마디 했다. 그래, 이제 우리 이야기 하자. 응, 그래, 그러자구. 요즘 넌 어떻게 사니? 회사 일이란 게 다 그렇고 그렇지, 뭐. 요즘 내가 잠이 짧아진 걸 보니 좀 긴장하나봐. 잠시 우리들 사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싶은데 아까 그 친구가 다시 말을 가로챘다. 서두가 또 파격이다. 야, 우리 동창 중에서 세 번째 결혼한 녀석도 있더라. 너, 진창이라고 혹시 기억나?
 
뇌과학 용어 중에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말이 있다. 뉴런과 시냅스라는 뇌세포가 스스로 신경 배열을 재설계하는 일종의 뇌세포 네트워크다. 비슷한 학습이나 경험을 반복하면 마치 사람 발길이 잦은 숲속에 길이 나듯이 뉴런과 시냅스가 겹치고 겹치면서 뇌 속에 신경세포의 길이 닦이는 형국이다. 호기심의 길도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호기심의 갈래는 안쪽 아니면 바깥쪽, 이 정도로 나뉘는 듯하다. 당신의 호기심이 안쪽을 향한다는 의미는 마음의 길이 내면으로 열려서 자기 관찰의 신경망이 작동중임을 의미한다. 바깥쪽을 향한다는 것은 당연히 타인에 대한 관심의 길이 뻥 뚫려있다는 것이다. 아무렇든 두뇌의 도로망은 다양할수록 좋다. 그만큼 젊고 싱싱한 상태다. 그런 뇌가 만드는 의식은 자유롭고 유연하고 풍성하다. 호기심의 방향 또한 다양할수록 좋다. 하지만, 여전히 파충류의 뇌가 암약중인 당신에게 내면으로 향하는 길은 히말라야 절벽길처럼 위태롭고 비좁다.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라는 ‘겨우겨우 사람’인 당신의 호기심을 그냥 방치해두면, 내면으로 방향잡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나는 누구인가. 한평생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나’에 대해 새삼스레 누구냐고 따져묻는 이 황당한 질문이 수백 년간 이어져오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교과서에 두루두루 승명을 올리신 선승부터 나 같은 필부까지 며칠 밤낮을 죽어라고 엉겨붙었던 질문. 그래, 나는 누구냐! 십수 년 전 나는 이 문제를 들고 일주일간 밤낮없이 스스로 답하고, 스스로 버리고, 새로운 답을 들어올리곤 했다. 누구 아버지, 누구 아들, 누구 조카, 누구 동생, 누구 삼촌.... 기약없이 묻고 답하면서 모종의 결과를 얻었을까. 결과를 봤다는 말은 당신의 목숨이 끊어졌거나 궁극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하다못해 나는 방금 숨을 들이쉬었던 사람, 방금 숨을 내쉬었던 사람이기도 할 테니까. 어쨌든 나는 스승으로부터 해탈했다는 말도 못 들었고 죽지도 않았다.
 
눈치 빠르신 당신은 이 어리석은 질문의 이득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 혼신을 다한 호기심으로 자신에 대한 새로운 기억이나 관념들을 내놓은 결과가 조금 엉뚱하다. 답은 여전히 안개속인데 내면으로 향하는 마음의 도로가 뻥 뚫린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는 컴컴한 내면을 응시하는 호기심이었고 마음의 암반을 뚫고 나가는 착암기였다. 굴착기였고, 다이너마이트였고, 불도저였다. 알고 보니 나의 내면으로 향하는 마음의 터널공사였다.
 
사람이 아닌 것에게 ‘나는 누구인가’는 마음의 먹잇감이 될 수 없다. 우리는 ‘겨우겨우 사람’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사람이 아닌 것은 그의 호기심이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누군가는 내면으로 향하는 터널의 착공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것이 당신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도 없다. 바로 오늘뿐일지도 모른다. 반드시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만이 해결책이라는 조언도 아니다. 내면으로 가는 도로 뚫기 방법은 쌔고 쌨다. 당신의 천부적 재능인 호기심이 바깥을 떠돌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결의만 굳힌다면,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은 즉시 열린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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