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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정부의 눈먼 돈, 우리사회 그늘 비추지 못했다

강주현기자(jhk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9-17 0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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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주현 기자 (산업부)
여름 휴가철의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휴가지 선정도 마땅찮았던 기자는 강원도 소재 한 고급 호텔을 휴가지로 선택했다. 멀리 바다라도 내려다보면서 일종의 ‘호캉스’를 즐길 계획이었다. 코로나가 국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숙박비가 좀 저렴하지 않을까 잠시 기대했지만 성수기는 성수기였다. 비용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휴가니까’란 생각으로 예약을 진행했다.
 
숙박 당일, 호텔을 방문해 체크인을 하던 중 뜻밖의 광경과 마주했다. 호텔 로비에서 한 노인이 프론트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들려오는 내용으로 판단하면 대략적인 상황은 이랬다. 노인은 숙박비가 너무 비싸니 값을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예약을 진행할 당시 직원이 설명했던 가격과 차이가 크다고 노인은 주장했다. 직원은 노인에게 가격정책을 설명하다 예약 당시 직원과 노인이 나눴던 통화의 녹음본을 듣고 온다고 말했다.
 
녹음은 다른 말을 하지 못한다. 직원은 실수하지 않았다. 노인은 직원의 숙박비 안내를 받고 예약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마 노인의 실수였을 것이다. 노인은 당황했다. 옆에 있던 노인의 아내분이 나섰다. 가격이 비싸 묵기가 어려우니 예약을 취소해달라고 말했다. 평범해 보였던 노부부에게 고급 호텔 숙박비는 버거웠을 것이다. 당초 노부부는 비용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했기에 여행을 결심하지 않았을까.
 
직원은 당일 예약 취소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인은 아내분을 자리에 앉힌 후 괜찮다고 안심시키고는 프론트로 향했다. 
 
아마 아내분은 당신의 의연했던 뒷모습만 바라봤을 것이다. 기자는 공교롭게도 노인의 옆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모처럼의 여행을 당신이 망쳤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자책하는 표정이 가려지지 않았다. 노인은 할부로 결제하겠다고 했다. 계산을 마치고 아내분께 돌아갔다. 노부부는 손을 마주잡고 호실로 향했다. 애틋한 노부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모를 사연을 얼핏이나마 알게 된 기자는 어딘가 서글픈 느낌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았다.
 
아내분의 옷차림엔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노인은 사랑하는 이의 기대를 꺾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괜찮은 척 연기했고 당신의 목소리가 닿지 않은 곳에 가서야 자책했다. 노인에게 수화기 밖 직원의 목소리는 불분명했다. 주름진 두 손이 마주한 세상은 불친절하고 냉정했다. 노인의 뒤를 이어 체크인한 젊은 커플은 일시불로 숙박비를 지불했다.
 
일련의 해프닝을 지켜보던 기자는 일종의 무력감을 느꼈다. 돕고 싶었지만 능력도, 명분도 없었다. 당일 예약취소가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 의아했지만 냉정히 호텔과 직원이 잘못한 부분은 없었다. 직원은 맡은 일을 수행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인정을 베풀 순 없었다.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자가 할 수 있는 건 연민을 느끼는 것뿐이었다.
 
코로나 재확산 전 정부는 국민의 소비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숙박, 관광, 공연, 전시 등 8개 영역에 대한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쿠폰은 대개 선착순으로 발행됐다. 많게는 4만원, 적게는 수천원을 할인해주는 소비쿠폰의 효과를 정확히 알 방도는 없지만 적어도 값비싼 호텔 숙박비를 일시불로 결제할 수 있는 이들에게 수만원 혹은 수천원 단위 소비쿠폰은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수준에 불과했을 것이다. 적어도 이들이 소비쿠폰을 못 받았다고 해서 호텔 숙박을 망설이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여름철 휴가는 코로나로 고통 받았던 국민들이 잠시나마 위로받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물론 모든 이들이 휴가를 기대했던 만큼 즐기진 못했을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 삶에 너무 큰 영향을 끼쳤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휴가를 즐길 생각조차 못했을 이들도 상당히 많았을 터다.
 
정부가 보다 작은 곳에 관심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무작정 혜택을 나눠주기보다는 정말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혜택을 집중시켜야 했고 또 이들이 생활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신경 썼어야 했다.
 
노부부에게 보다 친절한 설명이 이뤄졌다면, 혹은 호텔예약이 당일 취소가 가능했다면, 또는 숙박비 부담이 적었다면 휴가는 즐거운 추억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정부나 정책 관계자가 보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봤다면 노인이 아내 모르게 자책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노부부와 그 뒤를 이어 숙박비를 결제한 젊은 커플은 동등하게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수령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이들에게 재난지원금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 설명했다. 그럴 바에 어려운 이들에게 지원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듣지 않았고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갔다. 누군가에겐 ‘공돈’에 불과했지만 누군가에겐 소중하게 다가왔다. 차이는 분명하다.
 
여름 휴가철 풍경은 정부 지원책의 효과성을 흐릿하게나마 보여줬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은 많은 정성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수일 만에 몇 사람의 입과 머리를 거쳐 탄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권한을 위임받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면 어떤 정책이 보다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이뤄졌으면 한다. 진정한 공정과 정의는 여기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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