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제안 직후…美국무부는 “北 비핵화 전까지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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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연례보고서 “국제사회 단합, 北 WMD 프로그램 능력 막는데 도움”
文정부는 최근 최종건→김현종→이도훈 줄줄이 訪美, 선 종전선언 제안한 듯
비건 “창의적이지만, 우리끼린 못해” 선긋고 “韓공무원 北에 피살, 美도 충격”

한기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0-03 00:03:31

▲ 2020년 7월8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정부가 대통령의 유엔 연설로 제안한 '북한 비핵화 전 종전선언'을 포함한 북핵문제 해법 논의가 한미간 이뤄졌으나,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미국 측에선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기 전까지 국제사회가 제재·고립을 이어가야한다는 원칙적 대응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28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최근 공개한 ‘2019 연례 미 정부 국제법 실무 사례집’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전까지는 경제적·외교적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같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데 단합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단합이 불법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발전시켜나가는 북한의 능력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고 진단했다.

‘2019 국제법 실무 사례집’은 2019년 한 해 동안의 국제법에 관한 실무기록과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담은 보고서다. 이를 통해 국무부는 유엔 안보리가 2017년 12월22일 대북결의 2397호를 채택한 이래 북한 국적자에게 취업 비자를 발급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지난해 7월 북한인 김수일을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연루된 것과 관련 특별지정 제재대상(SDN)에 추가했으며, 같은해 9월 북한의 해킹그룹 ‘라자루스’ ‘블루노로프’ ‘안다리엘’ 3곳도 특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명시했다.

이밖에 국무부는 북한이 중국·이란·러시아·시리아·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인신매매 관련 최악의 나라인 3단계 국가로 지정됐고, 북한의 경우 정부가 자국민들에게 국내외 강제노역을 시킨 후 그 수익금을 범죄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 자유에 관해서도 북한이 지난해 12월 중국·이란·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특별우려국’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치근 문재인정부가 최종건 외교부 1차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줄줄이 미국에 파견해 대북 유화노선을 피력했지만 미 국무부가 원칙적인 대북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가장 최근 방미한 이도훈 본부장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 회동하기 전날 “당연히 종전선언 이야기도 할 생각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회동 직후 비건 부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에서 함께 외교를 계속 진전시킬 수 있는 건설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문재인정부의 제안을 “창의적 아이디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한국, 우리끼리만 할 수 없다. 북한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를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고 비핵화를 성취하며 모든 한국인에게 밝은 미래를 가져오고 미북 관계 정상화를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비건 부장관은 최근 북한군이 서해상에서 한국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 “물론 논의했다”면서 “한국 국민 뿐 아니라 미국에도 심히 충격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준비됐을 때 논의할 수 있도록 (미국은) 계속 열려 있다’는 언급을 덧붙였다.

회동 내용에 대해 이 본부장은 “최근의 대화 중 제일 좋았다”고 평가하면서 “비건 대표와 앞으로도 다양한 수단과 계기를 통해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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