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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골퍼들이여, 차라리 불매운동을 벌여라

골프장 횡포 잡아달란 靑 청원…정부 세금 감면, 예측 빗나가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11-11 18:08:36

▲ 박병헌 전 세계일보 체육부장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골프장의 횡포를 바로 잡아 달라는 청원의 글이 두 건 올라왔다. 보건 복지, 노동, 육아교육, 부동산 건축 분야 등의 청원이 주류를 이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골프장 문제가 게시된 것은 매우 이채로운 일이었다.
 
골프장 갑질 고발한 국민청원 게시판
 
골프장들이 코로나19 확산의 틈을 타고 수요가 몰리는 것을 이용해 그린피를 지나치게 인상했고, 카트비용이 외제 슈퍼카 렌트비와 맞먹고, 현금으로만 계산돼 세금 한푼 내지 않는 캐디피의 줄이은 인상, 골프장내 식음료의 터무니없는 가격 등 골프장의 갑질을 바로 잡아달라는게 청원의 내용들이었다. 골프는 아직 대중화가 되지 않은 듯 '가진 자들의 스포츠(?)'인 탓인지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고작 3만여명에 불과했다.
 
골프장의 갑질을 고발하는 이런 내용의 청원은 사실 엊그제적의 문제는 아니었다. 늘 있어 왔지만 코로나19 정국에 이러한 갑질과 횡포가 극심해졌기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메뉴로까지 등장하게 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골프장 내장객은 대폭 증가했다. 대부분 업종이 코로나19의 그늘에 갇혀 신음하고 있지만 골프업계는 오히려 반대급부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19 감염병 탓에 하늘 길이 막히면서 국내보다 비용이 저렴한 해외 골프여행은 완전히 막혀 버리면서 수요가 국내로 몰려들었다. 공급은 한정되었지만 수요가 폭증하면서 골프장 이용료가 폭등한 것이다. 내장객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실내보다는 비교적 청정지역이라고 인식된 골프장으로 몰려들면서 그린피가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 1월부터 포근한 겨울 날씨로 골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골프장은 두둑한 배짱을 내세워 이제까지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 이용 요금의 폭등
 
이러한 상황에서 그린피와 카트비용, 캐디피 또한 줄줄이 인상됐다. 18홀을 도는데 카트비용은 렌터카를 빌리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 12만원이던 캐디피는 쭉쭉 오르더니 14만원~15만원 선이 되버렸다. 이때다 싶은 골프장들은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는 마음으로 약속이나 한 듯 모조리 값을 올렸다. 골프장의 횡포(?)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시중보다 3배가량 비싼 식음료값은 그렇다치더라도 수도권 골프장의 경우 평일 그린피는 25만원을 넘어섰다.
 
주말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골프시즌 피크인 11월들어 이러한 갑질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수도권 뿐 아니라 중부지방의 골프장까지 12월중순까지 벌써 풀 부킹이 된 상태다. 그린피를 아무리 올려도 내장객이 넘쳐나니 호황을 누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골프장측은 오로지 수요와 공급에 의한 경제적인 원칙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일축하곤 한다.
 
대중 골프장 가격도 대중적이지 않다
 
대중 골프장의 가격도 더는 '대중적'이라 부를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대중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보다 비싼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한 연구소가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골프장 입장료 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 대중 골프장 이용료가 지난 10월 기준 14만3800원으로 일본 대중 골프장 이용료 6만1300원보다 2.3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카트비와 캐디피를 더하면 무려 3.2배에 육박한다.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이용료가 무려 40만원을 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골프장 부킹은 하늘의 별따기이고, 그린피가 폭등하다보니 골프장 회원권 값은 자연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좀 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골프장을 이용해보겠다는 생각에 회원권을 구입하지만 부킹은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올해들어 골프장 회원권값은 평균 23%가량 올랐다고 한다. 일부 골프장측은 회원을 경원시하고 비싼 그린피를 내는 비회원을 내장객으로 끌어들인다. 이래야 수지가 맞기 때문이다.
 
세금감면 해준 정부 예측은 빗나갔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골프 대중화를 목표로 토지세와 개별소비세 등 세금을 감면해주었다. 이액수만도 연간 6000억원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요금을 낮추면 수요가 늘고, 수요가 늘면 골프장은 더 많아지고, 골프장이 많아지면 요금은 더 낮아지고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선순환을 기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예측은 처참히게 빗나갔다. 골프장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됐다.
 
당시 국민청원 게시판을 본 사람들은 의견이 두 갈래로 나뉜다. '청원이 타당하다'는 입장과 청원의 내용이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워 개선이 힘들 것이기 때문에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말이다. 골퍼들이 골프장의 갑질을 막기 위해 한 마음 한뜻으로 조직적인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가 골프를 사치가 아닌 대중 스포츠로 만들고 저변을 확대할 의지가 있다면 작금의 사태가 무엇이 문제인지 들여다보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골프장의 횡포가 극에 달하는데도 관계당국은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 요금이 내려갈 수 없는 구조이고 여기에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그동안 주었던 막대한 각종 세제 혜택은 거둬들이는 게 마땅하다. 다시 말해 골프 대중화를 위해 그린피를 내리라고 세금을 내려줬는데도 그린피를 올렸으니 어떻게 해야할지는 뻔한 일 아닌가. 나라 곳간이라도 채워야 한다. 세금감면을 받고 내장객들 주머니를 털어서 골프장의 배만 불리게 하는 것은 결코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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