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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 펀드와 모럴해저드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19 00:02:00
 
▲ 한원석 금융부 차장.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최악의 경기침체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위기 극복과 4차 산업혁명으로의 산업구조 이행을 목표로 ‘한국판 뉴딜(K-뉴딜) 전략’을 내놨다. 정부는 디지털(digital) 뉴딜과 그린(green) 뉴딜의 두 축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입하고 190만여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다.
 
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형 뉴딜펀드,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 등 3가지로 나뉘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중 ‘정책형 뉴딜 펀드’의 경우 2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향후 5년간 정부가 정책자금 7조원을 투입해 모(母)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민간에서 출자한 13조원과 맞물려 자(子)펀드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 금융위원회에서 예산 6000억원, 산업은행과 성장사다리펀드에서 출자금 8000억원 등 총 1조4000억원을 투입해 모(母)펀드를 조성하고, 나머지 2조6000억원은 민간자금을 끌어들일 방침이다. 이는 국민이 직접 투자하는 정책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를 통해 정부와 여당은 디지털·그린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세계적 수준의 도약으로 초격차를 이루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잠재성장률 제고, 사회안전망 구축 및 지역균형발전 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도 올해 국정감사에서 “선심성 정책이다”며 공세를 가한데 이어 2021년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도 관련 예산을 삭감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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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비판하는 이유는 우선 ‘도덕적 해이’ 문제가 크다. 정부가 후순위 출자를 맡으면서 펀드 손실의 최대 35%까지 우선적으로 부담해 사실상 원금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놔 ‘세금으로 손실을 덮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지적까지 나오자 “손실이 난다고 정부가 원금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힌 것도 논란을 부추겼다.
 
정부가 손실을 보장해 줄 경우, 펀드 투자자나 운용사 입장에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국민 세금으로 투자운용사들 여유자금만 주는 꼴이다”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펀드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투자에 뛰어들지 않은 일반 시민들의 세금으로 대납하며 발생하는 공정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뉴딜펀드의 영향으로 과잉·중복투자로 인한 시장의 거품도 우려되고 있다.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위주의 ‘K뉴딜 지수’가 발표된 뒤, 지수에 편입된 40개 종목의 가격이 급등했다. 일각에선 이미 과열된 해당 산업에 추가로 국내 기업들을 집중시켜 시장의 거품만 만들어낼 거란 지적도 나온다. 결국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혁신모험펀드 투자 여력이 5조원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투자처가 확연히 다르지도 않은 뉴딜펀드 조성은 예산낭비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야당은 뉴딜펀드 예산 전액 삭감을 벼르고 있다.
 
‘뉴딜(New Deal) 정책’은 원래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FDR)이 1929년 일어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다.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TVA) 설립으로 대표되는 정부 주도의 공공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실업률과 사회간접자본 확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러한 경기부양책 뿐만 아니라 금본위제 폐지를 비롯한 시장 개혁과 노동자 권리 보장, 최저임금제 등 현대 미국의 바탕이 된 제도들이 시행됐다.
 
정부와 여당의 말처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투자는 필요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임기 후에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과거 부작용을 일으켰던 김대중 정부의 IT 벤처기업과 코스닥시장 육성, 정권 교체후 흐지부지 사라진 이명박 정부의 녹색펀드와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등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된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자 20세기 초강대국 미국을 만들어냈다. 과연 한국판 뉴딜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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