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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지역 미식투어 ‘머글랭가이드’ 아산서 첫 출발

호박국수‧김치찌개 ‘길조식당’‧생삼겹살 ‘둥글레식당’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1-08 16:32:23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신축년 소의 해다. 엄밀히 말하면 음력 설날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신축년은 아니지만 뿌리 깊은 이중 과세(過歲) 풍습 때문에 그리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구랍 24일부터 신정인 1월 1일까지 성탄 축하, 송구영신과 새해 복을 기원하는 수많은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런 분주함을 2월 둘째 주에 한 번 더 치러야 한다. 설날, 음력 1월 1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덕담을 주고받는 일이니 다다익선이란 분위기 탓에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어찌 보면 음력 문화를 가진 동양의 미덕이란 점에서 나쁘진 않다.     
 
소는 부지런함의 상징이다. 올해도 부지런히 방방곡곡 골목을 다니면서 맛, 가격, 친절 등 가성비 삼박자가 좋은 식당 소개를 게을리하지 않겠다. 올해부턴 월 1회 이상 서울 밖으로 나가 지역에 있는 외식업소를 탐방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 충남 아산 지역을 중점 지역으로 택했다. 이유는 아산에 있는 순천향대학교 중문과 홍승직 교수의 제안 때문이다. ‘머글랭가이드’란 이름도 홍 교수 작품이다. 그가 순천향대에서 후학을 가르친 지 물경 사반세기, 그 세월은 매식을 위해 인근 식당가를 훑은 시간과 비례한다. 당연히 지역 맛집은 물론 식당의 내력과 개폐업 현황까지 두루 꿰고 있다.     
 
그리고 약 4년에 걸친 아산행 식언에 대한 만회이기도 하다. 한번 방문한단 소리를 4년 동안 줄기차게 내뱉곤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해를 넘기면 식언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울 듯해서 이동을 자제하란 권고에도 불구하고 구랍 28일 아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는 50% 승객만 태운 채 1시간 여 만에 학교 근처 역에 다다랐다.  서울에서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였다. 이젠 지하철(1호선 신창역)도 다닐 정도니 수도권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산은 백제 아술에서 비롯…시군통합으로 온양은 사라져
 
▲ 하늘에서 본 아산시 신창면 순천향대학교. 올해는 이 학교 중문과 홍승직 교수와 아산 ‘머글랭가이드’ 맛집 탐방을 위해 자주 찾을 예정이다. [사진=순천향대학교 제공]
 
아산(牙山)은 충남 서북부에 위치한 시로 백제시대 지명인 아술(牙述)에서 비롯됐다. 동 천안시, 서 당진시, 남 예산군과 공주시, 북 경기도 평택시, 서북은 아산만과 접해 있다. 여말선초의 명재상 맹사성을 비롯해 장영실, 윤보선 전 대통령, 개화기 친일파 윤치호가 아산 출신이다. 이순신 장군이 어린 시절을 보낸 외가가 있었고 토정 이지함은 현감을 지낸 곳이다.     
 
세종 때 공세관(貢稅官), 세조 때 공세관창(貢稅官倉)을 설치해 인근 40개 고을의 조세를 한양으로 운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창고 없이 공물을 연안에 노적하다가 중종 18년(1523년)에 80칸짜리 청사를 짓고 공진창이라고 했다. 공세리 성당이 유명한 인주면 공세리 지명은 여기서 유래했다.     
 
아산 지역에는 충남 기념물 제144호가 있는 공세리 성당을 비롯해 배방산성, 읍내리산성, 기산동산성신창학성 등 성이 남아 있다. 아산 평촌리에는 석조약사여래입상(보물제536호), 읍내동에는 당간지주(〃제537호) 등 불교 문화재가 폭넓게 분포한다. 유교 문화재로는 아산향교(충남도 기념물 제114호), 신창향교(〃제113호), 온양향교(〃제115호)가 있다.      
 
이충무공 묘(사적 제112호)와 현충사에는 이순신 난중일기 및 서간첩 임진장초(국보 제76호)와 이순신 유물 일괄(보물 제326호)이 전시돼 있다. 또 이충무공 유허(사적 155호)와 김옥균 의 유허(충남도 기념물 제13-1호)가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중요민속문화재 제196호), 암마을(〃제236호) 등이 있다. 무형문화재로는 아산 연엽주(충남도 무형문화재 제11호) 등 다양한 유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명래고약’이 탄생한 ‘공세리성당’
 
▲ 조선시대 조창에 세운 공세리성당은 건축물과 노거수의 조화로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영화와 드라마, 결혼식 장소로도 많이 이용된다. [사진=필자제공]
 
300여년 동안 운영되던 해운창이 영조 18년(1762년) 폐지되면서 공세리 조창이 기능을 잃었다. 국가 소유 땅이었지만 조창 폐지 후 관리들이 민간에게 팔아먹었다. 이를 다시 프랑스 출신 에밀 드비즈(한국명 성일론(成一論)) 신부가 부임한 원년인 1895년 사들여 성당으로 이용했다. 지금 형태로 개축한 것은 1922년이다.     
 
드비즈 신부는 한때 기적의 명약으로 불리던 ‘이명래고약’의 원천 기술자다. 특별한 약이 없던 시절 이명래고약은 가정상비약이었다. 웬만한 상처에는 고약을 붙였고 특히 종기에 효험이 좋았다. 그로 인해 효과를 본 사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드비즈 신부는 프랑스에서 배우고 익힌 기술로 원료 약재를 구해 고약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줬다. 이때 신부를 도왔던 이명래 요한이 전수받아 ‘이명래고약’이란 브랜드로 전국으로 유통시켜 큰 성공을 일궜다. 이명래고약의 흔적은 서울 서대문 충정각 근처와 안양 구 유유산업 공장 인근에 남아 있다.     
 
공세리성당은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아산만방조제가 건설되기 전에는 성당 뒤편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 지금은 바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간척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공세리성당은 아름다운 성당건축물로 유명하다. 현재까지 약 70편 이상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태극기 휘날리며’, ‘수녀 아가다’. ‘미남이시네요’, ‘아내가 돌아왔다’ 등이 있다.     
 
본당 주변을 감싸고 있는 수 백 년 된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여름이면 무성한 녹색 그림자를, 가을엔 찬란한 단풍을, 그리고 겨울엔 백색 눈꽃을 아름답게 피운다. 본당의 적색과 회색조 벽돌 색과 어울려 사계절 색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공세리성당에는 이 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병인박해 때 목숨을 바친 32명의 순교자들을 기리는 삼십이순교자현양비가 있고 당시 유물과 유품들을 보존한 성지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구 사제관을 개보수해서 지은 것으로 충남 지정 문화재다. 성당 내부에는 예수가 사형선고를 받고 골고다언덕에 오르기까지 14가지 중요한 사건을 조각으로 표현한 십자가의 길이 있다.    
 
공세리성당을 둘러본 후 송악면 외암리민속마을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었다. 마을 앞에는 외암저수지 흘러내린 물이 개천을 이루고 마을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석교를 건너야 하는데 한 발짝도 들이지 못했다. 외암리민속마을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 다시 찾기로 하고 발길을 시내로 돌렸다. 얼추 저녁 식사 때가 됐기 때문이다.                
 
점심식사는 ‘길조식당’ 별미 호박칼국수
 
▲ 노란색 늙은 호박 속과 참깨 가루를 고명으로 얻은 ‘길조식당’ 호박국수는 고소한 여운이 오래 남고 김치찌개는 시큼함이 적당한 게 밥도둑이다. [사진=필자제공]
 
공세리성당을 가기 전에 도고면에 있는 ‘길조식당’을 찾았다. 식당이 있는 곳은 도고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도고온천은 70년대 온천이 개발되고 도고파라다이스호텔이 들어서면서 80년대에는 신혼여행지, 온천휴양지, 유흥지로 북적였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지방 순회 때 체류하는 별장이 있을 정도로 자주 들렀던 곳이고 온양온천과 함께 전국적 명소였다.     
 
그러나 90년대 해외여행이 자율화되고 2000년대 초에는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도고 패싱’으로 인해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길조식당 앞에도 호텔이 있지만 영업을 안 하는 듯 주차장이 텅 비었다. 다행히 보양온천으로 지정된 파라다이스스파도고는 영업 중이어서 옛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홍 교수는 길조식당을 꽤 오래 다닌 듯했다. 식당이 옮겨 다닌 내력과 가족들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단골들만이 누릴 수 있는 메뉴판에 없는 ‘주지육림’을 따로 맛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진걸 보니 ‘찐단골’임이 분명하다. 길조식당은 노부부와 딸 세명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 구석구석에는 누렇게 잘 익은 늙은 호박이 쟁여져 있다.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무언의 알림이다.     
 
길조식당 시그니처 메뉴가 바로 늙은 호박을 사용한 호박국수다. 늙은 호박 과육을 채 썰어 기름에 볶다가 수분이 자박하게 빠지면 삶은 면 위에 끼얹어 나오는데, 면 역시 호박을 넣어 노리끼리하다. 그리고 깨소금을 간 것으로 토핑을 해서 내온다.     
 
따로 기교를 부린 음식이 아니라 생김새가 소박하지만 맛은 웅숭깊다. 호박을 볶을 때 들어간 들기름과 호박서 나온 수분이 어우러져서 그윽한 맛을 낸다. 면의 찰기도 적당해서 면치기를 하는 재미가 있다. 제철에 맞게 애호박을 함께 쓰기도 하는 데, 맛을 내는 데는 늙은 호박이 우세하지 싶다.          
 
김치찌개도 호박국수와 함께 많이 나가는 메뉴다. 투박하게 썰어 넣은 돼지고기가 풍성하다. 돼지고기가 풍성해야 김치찌개 국물이 제 맛이 난다. 주문할 때 돼지고기김치찌개를 주문하면 김치찌개 안에 호박국수면 타래가 인분에 맞게 들어간다.     
 
돼지고기와 늙은 호박은 음식 궁합이 ‘A급’이다. 그래서 이 집 메뉴가 매우 건강 친화적이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홍어삼합을 맛볼 요량이다. 홍어를 좋아하는데, 수육이 일품이라고 하니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식당 인근 상권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제법 찾는다. 맛의 저력이 있는 식당이란 증거다. 개인적으로 늙은 호박을 가늘게 채 썰어 감자와 섞어 전을 부치면 재미난 맛이 나올 것 같단 생각을 해 본다.               
 
돼지 고장 충청도 ‘둥글레식당’서 확인  
 
▲ ‘둥글레식당’은 생삼겹살 메뉴 한 가지다. 그만큼 원육에 자신 있단 소리다. 십 여 가지에 달하는 채소반찬과 갓 지은 밥을 청국장에 비벼 먹으면 만족스러운 만찬은 끝난다. [사진=필자제공]
 
충청도는 돼지고기가 특히 맛있는 고장이다. 그중 충남은 242만 마리로 전국 돼지 사육 두수가 가장 많으면서 육질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충북은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공물로 바칠 정도의 맛을 자랑하는 등 충청도 지역 일대 돼지고기는 맛이 뛰어났다.    
 
그래서 숯불에 직화로 굽지 않아도 맛이 제법이다. 외암마을 관람을 허탕 치고 돌아와 홍 교수와 함께 향한 곳은 아산 용화동에 있는 ‘둥글레식당’이다. 온천동에는 온천점이 있다. 둥글레식당 메뉴는 딱 한 가지다. 생삼겹살. 직화가 아닌 막힌 불판에다가 부탄가스를 사용한다.     
 
실내 배기시설이 다소 약하지만 생삼겹살 굽는 냄새가 고소하고 연기가 그리 심하지 않아 불편함은 없다. 대신 김치를 구워 먹을 수 없는 아쉬움은 있다. 김치를 구우면 고춧가루가 타면서 매캐한 연기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배기가 약한 이 식당에선 금지하는 게 당연하다.     
 
핑크빛 생삼겹살과 함께 십 여 가지 밑반찬이 테이블 위에 깔리는데, 발효음식 좋아하는 채소족들이 보면 입이 벙긋해질 구성이다. 부추무침, 양파절임, 갓김치, 총각무김치, 동치미김치, 머위장아찌, 쪽파김치, 무생채무침, 슬라이스마늘 등에다가 상추와 깻잎 쌈 채소가 나온다. 물론 계절에 따라 밑반찬은 변화가 있다.     
 
‘둥글레식당’ 마무리는 청국장이다. 갖은 나물반찬과 청국장, 밥을 섞어 비빔밥을 만들면 남을 듯했던 반찬이 깔끔하게 처리된다. 돼지고기와 궁합이 맞는 청국장이란 메뉴로 마무리를 하는 것도 좋았지만 청국장나물비빔밥을 맛볼 수 있어서 괜찮았다. 게다가 갓 지은 밥을 솥채 들고 와서 퍼주는 모습만 봐도 입안에 군침이 확 돈다. 구수한 밥, 향긋한 청국장, 고소한 삼겹살 향이 어우러진 만족할만한 저녁 만찬이었다.     
 
9시가 채 되기도 전에 일어나 서울로 향했다. 다녀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맛의 신천지가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올진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일단 한 달에 한 번씩 찾을 예정이다. 첫 방문에서 홍 교수가 가진 아산 ‘머글랭가이드’ 맛집 두 곳을 다녔다. 주변 문화역사관광지도 두 곳을 훑는 등 하루를 옹골지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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