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vs 금융위, 지급결제 운영권한 놓고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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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의원, 한은법 개정안 발의… “한은 디지털 결제 안정 책임‧권한 강화해야”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2-04 16:39:17

▲ 지급결제 운영권한을 놓고 한국은행(한은)과 금융위원회(금융위)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과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국회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스카이데일리

지급결제 운영권한을 놓고 한국은행(한은)과 금융위원회(금융위)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해 한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를 두고 국회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한은이 디지털 부문에서도 지급결제 책임·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은행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통화주권 및 금융안정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결제시스템상 리스크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금융부문 디지털 혁신을 지원·감시해 지급결제제도가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김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등 민간 디지털 화폐의 출현 가능성 대두로 통화주권 및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IT와 금융이 융합하면서 지급결제시스템의 구조 또한 과거보다 매우 복잡해져 시스템리스크로 전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최근 IT와 금융간 융합의 혜택이 소수의 빅테크 기업으로 편중돼 시장지배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 향후 특정 장애나 사고가 지급결제제도 전체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영란은행 운영 거액결제망에 최초로 직접 참가했던 핀테크기업 아이파구(Ipagoo)가 2019년 7월 재무건전성 부실 등으로 퇴출된 바 있다.

우리나라 경제 내 모든 자금 및 증권 거래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금융망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일각에서 “한은은 지급결제제도 전체의 운영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신속 대응할 수 있으며 최종대부자로서 시스템리스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정안은 지급결제제도 운영 및 관리 등 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제도 개선과 발전을 위한 연구노력 의무를 부과했다. 아울러 위험관리기준을 정하고 그 준수여부를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급결제제도 운영 및 감시 등에 대한 업무수행 결과를 매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한국은행의 책임을 보다 강화했다.

김 의원은 “중앙은행제도를 우회해 통화주권, 금융안정, 지급결제제도 안전성 등을 해치는 잠재적 위험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면서 “결제 불이행, 전산 장애 등이 전체 지급결제제도를 흔들지 않도록 위험요인을 조기에 감지하거나 예방에 힘쓰면서 긴급상황 발생 시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급결제제도에 대한 한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와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한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고위관계자는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지속적 발전은 중앙은행의 본질적 책무이며, 이를 위해 대부분 국가에서 중앙은행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다”라며 “여러 학자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듯이 지급결제청산의 제도화는 전자금융거래법이 아닌 한국은행법에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인 지급결제제도의 운영이 금융감독 당국에 통제되는 것은 원칙에도 맞지도 않고 세계적으로 유례도 없다”며 “디지털 지급수단 확대와 핀테크·빅테크 성장 등으로 지급의 편리성이 제고된 반면 결제시스템의 불안정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법 개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하며, 국회의 요청이 있으면 한은도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윤관석 의원은 금융결제원을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으로 지정하고, 금융위가 이에 대한 포괄적 제재권을 갖도록 규정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및 빅테크의 지급거래 청산을 의무화하고, 이를 금융위가 허가·감독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은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한은의 고유권한을 침해한다며 이례적으로 이주열 한은총재까지 나서는 등 반발해왔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