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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1-11-01 20:25:03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다. 그간 범국가적인 사업으로 전개된 ‘‘한식 세계화’의 대표선수는 단연 김치였다. 한국이 종주국인 만큼 김치로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나아가서는 김치를 중심으로 모든 전통식품과 식문화까지 수출상품으로 육성하자는 것이 ‘한식 세계화’ 사업의 기본방향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김치가 최근 중국과 일본의 강한 도전으로 종주국 위치마저 흔들리고 있다. 김치 수출입 현황도 문제다. 이뿐이 아니다. 김치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종주국 위상이 부끄럽기만 한 현실을 스카이데일리에서 알아보았다. <편집자주>

2010년, 김치 수입량… 수출량의 8.5배

스카이데일리가 관세청의 김치 교역현황을 분석한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김치 종주국이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수입량이 수출량을 크게 앞서는 김치 수입국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치 수입량이 수출량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김치 수출량은 3만4,827t이었으나 수입량은 무려 7만2,605t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 무역역조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이후에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수입량이 수출량을 훨씬 웃도는 현상이 더욱 악화돼 2005년의 경우 수입량(11만1,459t)이 수출량(3만2,307t)을 7만9,152t 초과했다.

2008년엔 그 격차가 무려 19만5,472t(수출량 2만6,897t, 수입량 22만2,369t)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2009년 11만9,619t으로 조금 좁혀지는 듯 했으나, 2010년에는 수입량이 19만t으로 수출량 2만9000t의 8.5배를 웃돌아 김치 관련 무역적자가 자그마치 360만불이라는 심각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김치 교역실적만 보면 김치 종주국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김치 제조업체수, 통계조차 없어

김치를 상품화하는 제조업체가 몇 개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가 마련되지 않은데다, 이들 업체 대부분이 영세성을 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현행법상 김치 제조는 종합식품업체로 등록하면 누구나 제조·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김치 제조에 나서는 업체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스카이데일리와의 전화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5년을 기준으로 국내 김치 제조업체수가 694곳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한국김치절임식품공업협동조합은 2007년 생산실적 보고를 기준으로 1,922개 업체가 김치를 제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관별 자료가 상이하다.

하지만 이들 김치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해 지속적인 기업 활동마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09년 김치 제조업체의 연간 생산량 및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업체 가운데 46.1％가 연매출액 1억원에도 못 미치는 영세업체로 밝혀졌다. 반면 연매출 20억원을 넘는 업체는 전체의 8.5％에 불과했다.

고춧가루 등 중국산 사용해도 ‘원산지=국산’

김치 제조업체의 원재료도 중국산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현재 배추김치는 주재료인 배추만 국산으로 사용하고 고추가루·마늘·파 등은 중국산을 써도 ‘원산지=국산’ 표시가 가능하다. 게다가 중국산 재료의 가격이 국내산에 비해 턱없이 낮아 대다수 김치업체들은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원료를 쓰는 실정이다.

김치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치를 원재료·부재료 모두 완벽하게 국내산 원료만으로 만드는 곳은 농협 등 일부 업체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이란 자부심을 내세우기에 앞서 솔직히 반성할 점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과 중국은 툭하면 자기들이 서로 ‘김치 종주국’이라고 국제사회에 선전하는 일도 흔히 발생한다.

일본의 경우 오래전부터 국제무대에서 김치를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며 종주국이라는 주장을 내세워 왔다. 중국도 걸핏 하면 중국 전통식품인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조라며 우리나라 김치를 ‘짝퉁’이라는 억지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아쉬운 김치 산업 활성화 방안

전문가들은 김치 산업을 수출 선도 산업으로 육성하고 수출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한국산 김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창곤 농경연 연구위원은 “한국 김치의 글로벌 식품화를 위해 김치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 발전시킬 수 있는 종합적인 방안을 담은 관련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완수 세계김치연구소장도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정체성 확보와 김치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김치 제조업체 대표는 “김치 제조업체가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을 인증 받으려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중국산 수입배추김치는 해썹 준수 의무를 면제해 주고, 국산 김치만 의무를 부과한 것은 분명히 문제”라며 “제도적으로 이런 세세한 것부터 김치산업 발전을 위한 종합대책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우 기자 jw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