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변동금리’ 이자폭탄 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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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가계대출 금리 문제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2-23 00:02:40

초저금리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 한국은행(한은)은 올해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린데 이어 3개월 만에 추가로 1.0% 인상을 단행했다. 주요국 가운데 최초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0.1%에서 0.25%로 올렸다. 이는 2018년 8월 이후 3년 4개월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내년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지난주 14~15일(현지시각) 열린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참석자들이 전망한 목표금리(중간값 기준)는 2022년 0.9%, 2023년 1.6%, 2024년 2.1% 등으로 나타났다. 내년 3차례·내후년 3차례 금리를 올린 후 2024년 2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암시한 것이다. 향후 3년에 걸쳐 총 8차례 금리 인상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0.25%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국의 경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치인 5.1%를 기록했고,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잡히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p 상향한 2.3%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열리는 내년 1월에도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 연 1.25%까지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가계대출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 이하로 떨어진 지난해 3월 이후 가계신용은 1611조4000억원에서 올해 9월말 1844조9000억원으로 233조5000억원(14.5%)이나 늘었다.

급격히 늘어난 가계대출 규모도 문제지만 가계 빚의 대부분이 변동금리여서 금리가 오를수록 부채부담이 커지는 게 더 문제다. 한은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은행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보다 11.2%p 증가한 79.3%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을 받은 10명 중 8명은 금리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셈이다. 잔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75.5%로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 상승기에도 변동금리 대출이 늘어난 건 금리 격차 때문이다. 지난달만 해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고정금리보다 0.3~0.4% 가량 하단이 낮았다.

하지만 이는 12월 들어 역전되고 있다. 이달 17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71~5.06%로 5% 선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8월말과 비교하면 금리 하단은 1.09%p, 상단은 0.87%p 올랐다. 일각에서는 내년 변동금리 상단이 6%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이자 부담도 가시화되고 있다. 1억원을 대출했을 경우 금리가 1.0%만 올라도 100만원을 이자로 더 내야 한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1%p 오를 때 가계의 이자부담은 12조8000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재직하던 지난 3월에는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고 밝혔다.

가계 대출 급증의 원인은 과도한 집값 상승 때문이다. 무계획한 과도한 소비 등이 아닌 ‘마이홈’을 마련하려는 열망이 가계 대출로 이어진 것이다. ‘영끌’·‘빚투’ 대출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앞으로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가야할 2030세대다. 금융당국은 대출 조이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이들이 가계부실로 내몰리지 않도록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