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 오면 韓 경제성장률 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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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硏 ‘국제유가 상승이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한국 원유의존도 OECD 1위…1인당 소비량은 4위로 집계돼”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2-08 15:04:38

▲ 한국 경제의 원유의존도가 높아 원유 가격 상승에 의한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제유가가 빠르게 상승하며 사상 세 번째의 배럴당 100달러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원유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이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4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IT 가격은 배럴당 92.3달러를 기록했으며 런던 ICE에서 브렌트유는 93.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하는 두바이유도 배럴 당 90.2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활동을 위해 소비되는 원유량이 주요 경쟁국과 비교할 때 훨씬 높아 유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하락과 이윤 감소 등 산업경쟁력 악화 우려가 나왔다.

2020년 기준 한국의 경제 원유의존도(배럴/GDP만달러)는 5.70배럴로 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신흥국인 브라질(5.87배럴), 인도(6.41배럴)과 비슷한 수준이며 중국(3.49배럴)보다 훨씬 높다.

또한 한국의 국민 1인당 원유소비량은 18.0배럴로 OECD 회원국 중 4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국민 1인당 원유소비량이 높은 국가는 룩셈부르크(27.5배럴), 캐나다(21.9배럴), 미국(19.0배럴)뿐이며 일본(9.5배럴)과 독일(9.0배럴)의 1인당 원유 소비량은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세계 경제 회복세 강화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수급 상황 불안, 우크라이나 사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일 경우 경제성장률이 0.3%p 하락하고 120달러일 경우 0.4%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p 상승하며 경상수지는 305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심리의 악화, 원자재 가격 급등에 의한 기업 생산 비용 증가, 수입 단가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 악화 등이 경제에 전반적인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정유, 철강, 화학, 전력·가스·증기, 도로운송, 항공운송 등에서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 압력이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산업연관표의 생산자가격 기준 투입산출표를 애용해 2022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할 경우 생산비를 분석한 결과 원유가 주된 중간재로 사용되는 정유산업의 원가 상승률은 23.50%로 가장 높은 비용 상승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며 철강(5.26%), 화학(4.82%) 등도 원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이다.

이 외에 선박(1.47%), 자동차(1.40%), 건설(1.17%) 등의 순으로 원가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틸리티나 서비스 부문에서 에너지와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의 원가 상승률이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력, 가스 및 증기 산업의 원가 상승률은 20.19%이며 도로운송서비스 산업은 4.99%, 항공운송서비스 산업은 4.97%였다. 이 외에 소화물전문운송서비스(4.76%), 시장조사 및 경영지원서비스(3.16%) 등도 상대적으로 높은 원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오일쇼크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및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유 공급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보관 비용 등의 기회비용을 고려한 전략 비축유 규모 재조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결국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제품 생산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에 대한 중장기 조달 계획의 재수립과 적극적인 헷지 전략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중장기적 에너지 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제·산업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 제조업 지원 서비스업, 관광업 등 굴뚝 없는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책 마련 및 추진 △전력·공업용 연료 등의 에너지 투입재 절감 정도에 따른 인센티브 도입 △신재생 에너지 연구에 대한 R&D 투자 확대 등이 세부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에 더해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대비한 비상 경영 체제 구축과 원자재 가격 변동 리스크 축소를 위한 원자재 구매 효율성 확보 노력을 요구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등과 이어지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생산 원가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국제유가 수준 단계별 비상 계획을 수립하고 각 부서의 실행 능력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가 관리 시스템 구축, 전사적인 사내 비용 절감 캠페인 실시, 재고 관리의 효율성 증대 등과 같은 비용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