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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난 2년여간 수많은 기업들이 힘겨운 시기를 겪어야만 했다. 주류업계도 코로나 사태의 직격타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등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거리두기 해제로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코로나19 발발 이전으로 일상이 서서히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집안에 갇혀 있혀 답답함을 느끼던 사람들이 모처럼 자유를 만끽하며 밖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유흥과 소비가 동시에 살아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자유의 상징은 바로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선언이었다.
코로나19로 수익성 악화… 롯데칠성·하이트진로·오비맥주
우리나라 식음료 시장은 약 96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식음료 제조업 시장 규모는 2019년 92조원에서 2020년 96조원 규모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류시장의 규모는 2020년 출고금액 기준 8조8000억원으로 소주와 맥주가 약 81.8%(7조2000억원)을 차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은 하이트진로가 65%, 롯데칠성음료가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맥주는 오비맥주가 2021년 가정용 맥주시장 판매량 집계에서 점유율 52.7%로 제조사 중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오비맥주 대표 브랜드 ‘카스’는 브랜드별 순위에서 점유율 38.6%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들 3사 중 시장점유율이 높고 전체 매출 중 유흥시장 비중도 큰 하이트진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 타격이 컸다. 하이트진로의 제품별 매출 비중을 보면, 소주 59%·맥주 34%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연결기준 매출은 2019년 2조350억원에 2020년 2조2563억원으로 10.9%(2213억원) 늘었다가 지난해 2조2029억원으로 전년보다 2.4%(534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19년 882억원, 2020년 1984억원에서 지난해 174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높은 점유율을 가진 오비맥주도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오비맥주의 매출은 2019년 1조5421억원에서 2020년 1조3529억원으로 12.3%(1892억원)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도 1조3445억원으로 전년 대비 84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19년 4089억원에서 2020년 2944억원, 지난해 2619억원으로 2년 만에 반토막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가장 매출 규모가 큰 롯데칠성음료를 보면, 2019년 2조4295억원에서 2020년 2조2579억원으로 1716억원 감소했다가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481억원 증가한 2조5060억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영업이익도 2019년 1076억원, 2020년 972억원에서 지난해 850억원 급증한 182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의 실적에서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매출액 비중은 ‘처음처럼’(소주)이 14.0%(819억원), ‘클라우드’(맥주)가 4.1%(241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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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일상 회복이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류시장에 매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486억(10.9%), 영업이익 51억원(10.9%)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도 “4월부터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조금씩 주류시장 매출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상 회복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어서 소강상태이지만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회복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 맥주가 유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21년 27%에서 올해 30%로 전망했다. 소주 유흥시장에서 비중도 2021년 41%에서 올해 43%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7일 0시부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주류 판매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하이트진로 전체 소주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이천·청주 공장이 막히면서 이같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의 일부 차주들은 올해 3월부터 운임료 인상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이다 이달 2일부터 전면 파업으로 전환했다.
편의점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주류 발주 조정에 들어갔고 음식점은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들은 파업 가능성이 커진 지난 주말부터 점포의 주류 발주량을 일부 제한하거나 정지하는 식으로 조정에 들어갔다. 주류공장에서 출고량이 줄면서 일부 점포는 소주는 물론 맥주, 수입맥주, 막걸리, 와인 등 전 주류를 비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총파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시점에서 물류 차질이 업계 실적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파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파업 관련 주류 업체 등에 매출 차질이 발생하는 반면 대체공급을 할 수 있는 업체는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홈술·혼술에 와인 인기… 국민 술 시장으로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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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
코로나19는 새로운 주류문화를 만드는데도 일조했다. 여럿이 아닌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혼술’, ‘홈(Home)술’ 문화가 새롭게 자리잡았다. 실제로 전체 주류시장에서 유흥시장 비중은 통상 70%에 육박할 정도로 높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2020년에는 30% 수준으로 급락했다. 반면 ‘홈술’ 시장은 되레 60%까지 커지면서 역전이 이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주류 트렌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주류 트렌드에 대해 조사한 결과 편의점 구입이 67.4%, 홈술 48%, 다양한 맥주 33.7%로 집계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1년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복수응답 기준 편의점 구입이 76.5%로 가장 많았고 이어 홈술 51.5%, 다양한 맥주 40.4% 순이었다.
특히 혼술·홈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저도주(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와 와인 소비가 늘어났다. 와인 시장규모는 몇 년새 급팽창해 2019년 8000억원에서 2020년 1조원, 지난해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와인 시장에서 유통되는 수입 와인 시장도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9년 2억5925만달러였던 와인 수입액은 2020년 3억3001만달러로 27.2%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5억5981만달러로 전년 대비 69.6% 급증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수입 와인을 취급하는 업체들의 실적도 급격히 늘었다. 하이트진로의 와인 매출(별도기준)은 2019년 223억원, 2020년 244억원, 2021년 373억원으로 3년 새 67.2%(150억원)나 늘어났다. 롯데칠성음료도 2019년 585억원, 2020년 618억원, 2021년 831억원으로 24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L&B의 경우 86.6%(928억원)이나 급증해 지난해 1999억원을 기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피로를 풀기 위한 과정으로 소주나 맥주보다는 와인을 마시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혼술·홈술 문화가 자리잡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일상으로 회복되면 혼술·홈술 트렌드는 눈에 띄게 줄어들 것 같다”며 “다만 일상 회복이 점점 가속화될수록 주류 소비량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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