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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공안검사면 무조건 있는 사람 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공안검사들은 항상 불만 있는 사람,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했기 때문에 그분들의 사정을 잘 알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달라요.”
고영주 자유민주당 대표는 공안검사 출신이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는 공안검사는 사전적인 의미처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사회와 체제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은 검사다. 공안검사는 1990년대 중반까지 엘리트 검사의 대명사였다.
1978년 청주지방검찰청 검사로 임용돼 검사 생활 동안 공안 이론가로 유명했다. 1980년대 부산 지역 최대의 용공 사건인 ‘부림 사건’을 수사한 검사였다. 1996년에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사형·무기징역을 각각 구형한 검사였다. 27년여 동안 검사로 지방검찰청·법무부·대검찰청 등에서 요직을 거쳐 2006년 1월 서울남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사복을 벗었다.
그는 당시 검찰 인트라넷 ‘e-프로스’에 “소신에 반해 행동하지 않고 비굴하게 굴지 않았어도 27년간 검사직을 수행할 수 있게 해 준 검찰 조직에 감사드립니다. 큰 허물없이 떠날 수 있는 걸 축하해 주면 고맙겠습니다”란 담담한 인사말을 남겼다.
“내가 그만둘 때만 해도 공안검사 출신은 어디 가서 공안검사 했다는 말을 못 했어요. 이사철 검사가 나와서 국회의원 됐는데도 공안검사 출신이라고 해서 얼마나 핍박을 받았는지 몰라요. 최연희 의원도 공안검사 출신이었죠. 다들 공안검사였던 거를 쉬쉬했거든요.”
고 대표는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일하면서 “내가 잘못한 게 뭐 있느냐. 내가 한 일은 나라 지킨 것밖에 없다”며 처음부터 떳떳하게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걸 밝혔다고 한다. 그는 공안검사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는 데 자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했다.
“애국단체라는 말을 처음 쓴 게 저였어요. 애국이라는 말을 쓴 지가 한 7·8년 된 것 같은데 당시 애국이란 말을 쓰면 우리나라에서 촌스러운 사람처럼 보이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 일할 때 애국 진영 뭐 이런 얘기를 하니까 좌파 인사들이 애국이라는 말 좀 쓰지 말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애국을 안 한단 말이냐, 왜 당신들 멋대로 애국이란 말을 쓰고 다니냐’고 해서 ‘당신들이 민주인사라고 말할 때 우리 허락받고 민주라는 말을 썼냐, 누가 당신들 보고 애국하지 말랬냐 당신들도 애국해라’ 그러면서 싸웠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그는 우리나라 격동기에 공안검사로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이적단체이고,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참교육은 이적(利敵) 이념교육이며 통합진보당은 위헌정당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변형된 공산주의’ 이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좌익 세력을 탄압한 건 아니다.
“1984·85년경에 서울특별시 지역대책협의회 실무위원이었죠. 서울 재개발 문제로 국정원·보안사·경찰·경제기획원 이렇게 관계자들이 다 모여서 회의를 했어요. 경제기획원에선 세입자는 전세금 줘서 내보내면 되지 거기에 왜 보상이 필요하냐고 했죠. 그때 세입자 철거민에 대해 보상을 해 줘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게 저였어요.”
“공안검사라고 해서 무조건 정부 편을 든다든지 힘센 사람 편을 드는 그런 존재가 아니에요. 우리가 더 약한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고 배려하는 방법도 알고 배려해야 하는 이유도 알고 그래요. 어려운 사람 돕는 일에도 최우선으로 나서기도 했죠.”
이념의 파수꾼
고영주 대표는 1949년 바다가 보이는 충남 보령의 마을에서 7남매의 셋째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이 높았다. 집안의 3대 독자였던 아버지는 보령의 삼천석 부자였다. 농지 개혁으로 받은 보상 증권으로 충북 단양의 소석회 광산을 인수해 사업을 한 아버지 덕분에 그는 어린 시절 비교적 넉넉한 환경에서 자랐다. 6‧25전쟁으로 집이 부서져 석회로 집을 수리하던 시절, 당시 서울에서 쓰이는 소석회의 60%를 그의 아버지가 공급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뛰어놀기 좋아하는 그런 애였죠. 고향 집이 바닷가에 있었어요. 썰물이 되면 고기 잡으러 나가 하루종일 있다가 들어오곤 했어요. 노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아이였죠.”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서울 효자동으로 이사를 왔어요. 그땐 효자동이 제일 좋은 동네라고 했어요. 사대문 안 조용한 동네인 데다 대통령도 사는 데였잖아요. 옛날 경무대 옆이죠. 어렸을 때 4‧19혁명도 현장에서 다 봤어요. 누나들은 청운초등학교로 전학을 왔고 저는 자하유치원이라는 명문유치원에 다녔죠.”
그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왔다고 친구들이 놀려 자주 싸웠다고 한다. “53년도 2학기 때 가을에 올라온 거죠. 유치원에서 서울 애들이 시골 촌놈이라고 놀렸어요. 내가 또 그걸 못 참으니까 하여튼 유치원에서는 매일 싸움을 했어요. 나중에 유치원을 완전 평정을 해서 초등학교 들어간 다음부터는 아무도 덤벼드는 애들이 없었죠.”
이후 부모님의 바람대로 공부를 잘해 경기중‧고교를 거쳐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들어간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아 3학년 때 돌아가시는 시련을 겪었다. 그 바람에 대학 시절 아버지의 사업체를 맡아 운영해야만 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았죠. 당시엔 6개월밖에 못 사신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2년 반 정도 더 사셨죠. 대학 시절 아버지가 운영했던 사업체를 제가 맡아서 하다 보니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원래는 유학을 가서 공부해 공과대학 교수가 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 입대한다. 사업에 필요한 법 지식을 쌓을 요량으로 군에서 법학 책을 본 게 법조인으로 진로를 바꾼 계기가 됐다.
“군에 있을 때 장군 수행 요원으로 복무했어요. 요즘 같이 휴대전화가 있는 게 아니니까 부대와의 연락을 위해 2명의 수행 병사가 교대로 온종일 사무실을 지켜야 했죠. 그런 시간에 책을 본 게 법학에 관련된 책이었어요. 사업을 하면서 계약서를 쓸 때 법 지식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거든요.”
“책방에 가서 법에 관한 책을 찾아보니까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책을 읽으면 법이 뭔지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열심히 읽어 봤는데 온통 삼권분립 이야기뿐, 실생활 법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더라고요.(웃음)”
그는 군에 있을 때 사법고시 1차 시험에 합격한다. 이때 자신감을 얻어 제대 후 독학으로 사법고시 공부에 매진해 2년 만에 18회 사법고시에 합격한다. 당시엔 사법고시 합격자 수가 60명이었을 정도로 어려운 시험이었다.
“이과 출신이었지만 법학 공부가 적성에 맞았어요. 시험을 보는데 요점만 건조체로 간략하게 적었고, 기술에 논리력이 있었죠. 기소됐을 때는 어떻고 기소가 안 됐을 때는 어떻고 이게 전부 단계별로 따져야 하잖아요. 문과 나온 사람들은 그런 걸 그냥 외워서 써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문장력보다는 논리적인 사고가 훨씬 더 필요하죠. 요즘은 공대 출신들이 사법시험에 많이 붙잖아요. 아마 그런 영향이 있을 거예요.”
그는 1980년 부산지검에 공안부가 생기면서 창설 멤버로 들어가 공안검사의 길을 걷는다.
“청주에서 초임 검사로 일하다가 부산으로 발령을 받았죠. 원래는 특수부로 갈 걸로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공안부에서 절 뽑았다고 하더군요. 당시에는 공안부가 인원 선택을 할 때 최우선권이 있었어요. 부산지검에 있다가 서울지검 공안부로 끌려가고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다가 대검 공안부로 끌려가고 이러면서 공안부를 잠시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공안통이라는 별명까지 붙어 버린 거죠.”
보복 인사에 대한 분노
그는 검찰에서 공안검사로 근무하며 1980년대 출세가 보장된 최고의 엘리트 검사에서 ‘기피 대상’으로 몰리는 수난을 경험했다.
고 대표는 서울남부지검장을 끝으로 2006년 사표를 냈다. 온건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1980·90년대 대검찰청과 서울지검 공안부 등 공안 요직을 두루 거친 그였지만, 고검장 승진에서 누락되자 27년의 검사 생활을 스스로 마감했다.
공안검사들 사이에선 당시 공안검사의 ‘퇴조’ 현상이 이제 ‘몰락’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탄식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검사로 성공하려면 공안부는 피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는 이후 보수·애국 단체와 함께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선다. 그 이면에는 국민의 정부·참여정부 시절 겪은 보복 인사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저는 평생 인사 운동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어요. 공안부에 들어가 일을 한 것도 우연이었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맡은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공안검사라는 이유로 표적이 돼 인사 불이익을 받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그에게 검찰이 조작 수사를 한다는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묻자 구세대 검사 출신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요새 태블릿PC가 가짜다 조작이다 하는데 글쎄 그런 말 들으면 우리 세대의 검사로서는 상상이 안 가는 얘기거든요.”
최근 현수막 정치로 정당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그는 자유민주당을 내년 총선에서 자유우파를 상징하는 정치개혁 대안정당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우리가 그동안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담긴 신문 광고를 여러 번 게재했어요.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신문을 안 본다고 해서 최근엔 전략적으로 현수막으로 정당 운동을 하고 있죠. 더불어민주당이 금년에 정당만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법을 바꿨어요. 전국의 애국단체들이 기존에는 자기들 명의로 그냥 걸었는데 이젠 정당만이 할 수 있게 돼서 우리 쪽으로 연락을 많이 해 오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당 현수막이 곳곳에 많이 나가고 있죠.”
“우리 당의 첫 번째 목표가 종북·좌파 정권 종식, 두 번째가 기회주의 가짜 야당 청산, 세 번째가 자유우파 애국세력 대동단결이에요. 내년 총선에서 대안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저한테 책임이 맡겨진 상황이죠. 우리 당 후보를 선택해 주면 세비는 반만 받고 나머지 반은 국고에 반납하겠다,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 등 국회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걸 완수하는 게 제 삶의 목표인 동시에 활력소예요. 일이 생겼으니까 그 일을 해내야죠.”
◆고영주 대표 프로필 △1949년 충남 보령 출생 △ 경기중·고등학교 졸업 △1971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 합격 △1978년 청주지검 검사 △1980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 △1983년 서울지검 검사 △1986년 대검 검찰연구관 △1995년 대검 공안부 공안기획관 △2003년 청주지검 검사장 △2005년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2006년 법무법인 케이씨엘 고문변호사 △2010년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 △2012년 방송문화진흥회 감사 △2021년 자유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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