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의 영화세상] 유인촌 문체부 장관에게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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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05 06:31:20

돌아온 유인촌을 보면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이 떠오른다. 사이보그 영화의 선풍을 일으킨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1편보다 2편의 내용이 더 풍성하다. 형만 한 아우가 없다는 말은 속편이 전편보다 나은 경우를 보기 드문 것을 일컫는 영화계의 오래된 속설이지만 ‘터미네이터’의 경우는 2편이 1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1편에서는 터미네이터가 모든 것을 부숴 버리는 무시무시한 킬러의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2편에서는 핵전쟁의 종말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정의의 수호자로 변신한다. 그렇게 영웅이 된 터미네이터가 관객을 향해 던지는 말은 ‘나는 돌아올 거야’(I’ll be back)와 ‘날 믿어’(Trust me)라는 두 마디였다.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1991)에 등장한 이 대사는 유행어가 되면서 전 세계로 퍼졌고 지금도 패러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은 윤석열정부의 새로운 문체부 장관으로 지명받았다. 그에게 거는 기대는 좌편향된 문화예술계를 정상화시켜 달라는 것이다. 기대를 걸었던 전임 장관이 이렇다 할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자 구원투수로 선발된 셈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문화예술계의 좌경화는 갈수록 심해졌다. 같은 진영이 아니면 적으로 간주했고, 내 편이 아니면 어울리지도 않았다. 문화예술계가 내 편 네 편으로 갈린 것은 대한민국이 갈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단순히 편만 갈린 것이 아니라 각종 지원금을 독식하며 세력화된 집단은 대한민국을 공격하고 해체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광우병 괴담은 좌경화된 언론·문화예술계와 정치권이 조작한 가짜뉴스 여론 선동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은 좌파의 민주 권력 찬탈이었다, 성주 사드기지 반대나 강정 해군기지 설립 저지 등도 대한민국 전복을 기도하는 세력들의 외침이었다. 1980년대 각 대학교에는 영화동아리가 경쟁하듯 등장했고, 그 동아리의 주도 인물들은 대기업들이 영상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계기로 한국영화계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영화계 좌경화의 전조였고 문화예술계 좌경화의 시작이었다.

지금 한국영화나 드라마·가요 등은 K-콘텐츠 또는 K-컬처라는 이름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그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어쩌다 해외 영화제에서 상이라도 받으면 세상이 뒤집힌 것처럼 감격했다. 강수연 주연의 ‘씨받이’(1987)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나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이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는 드디어 한국영화도 세계의 인정을 받는 날이 온 것 같아 온 나라가 흥분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어쩌다 일어난 돌발 사건이었을 뿐 한국은 세계 흐름에서 밀려난 변방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 영화 직배는 한국영화를 고사시킬 것이라며 사생결단하듯 반대했고, 일정 일수 이상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한 ‘국산영화의무상영제’(스크린쿼터)는 한국영화를 지켜 주는 생명줄처럼 여기며 사수를 결의했다. 좌파 세력은 영화인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교묘히 파고들며 개방을 반대했고 미국을 한국문화를 말살하려는 문화 제국주의의 선봉처럼 매도했다.

미군을 한반도를 갈라놓은 원흉이자 통일을 방해하는 공공의 적인 것처럼 묘사한 ‘웰컴 투 동막골’(2005), 광주사태 당시 질서 회복을 위해 출동한 군인을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원흉처럼 매도한 ‘화려한 휴가’(2007), 변호사 시절의 노무현 대통령을 독재의 음모에 맞서는 정의의 투사로 영웅화한 ‘변호인’(2013), 5·18 광주사태를 미화한 ‘택시운전사’(2017), 국가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경찰을 독재권력의 하수인으로 매도한 ‘1987‘(2017), 일본군을 악귀처럼 그리며 봉오동 전투를 신화처럼 묘사한 ‘봉오동전투’(2019) 같은 영화들은 역사를 왜곡하고 대중 선동을 기도한 사례들이다.

파문을 일으킨 ‘블랙리스트’ 사건은 좌파 프레임에 걸린 우파의 벙어리 냉가슴앓이였다. 어느 정권에서나 있었던 자기편 우대 정책이 악의적인 배제 전략으로 둔갑했고 책임자들은 독재 권력의 하수인이란 멍에를 쓴 채 단죄되었다.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그 돈으로 정권을 공격하는 것이 정당한가.

유인촌은 장관 시절 문화계의 좌편향을 직접 겪으며 그것이 정권에 어떤 타격을 미치는지 경험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 다시 지명받은 그에게 거는 기대는 좌편향으로 기울어진 문화예술계를 정상화시키는 선봉에 서 달라는 것이다. 그 일이 한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일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단언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 지명자가 돌아온 터미네이터처럼 문화예술계를 정상화시키는 영웅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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