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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느껴지는 단어인데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뜻을 가진 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반달리즘(vandalism)을 들 수 있다. 언뜻 밤하늘의 반달을 좋아하는 서정적인 마음인가 싶지만 뜻밖으로 ‘문화재나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5세기 초 유럽의 민족 대이동 때 아프리카 반달족이 지중해 연안으로 이동하면서 로마의 건축과 예술품을 약탈했다고 잘못 알려진 데서 유래한 말이다.
진짜 범인은 반달족이 아니라 후대 예술가와 일반인이었다. 르네상스 시기, 고대 그리스 로마 양식이 유행하자 사람들이 앞다퉈 로마 건축물의 기둥이나 미술작품을 마구 뜯어다가 집을 장식했다.
반달족들은 오히려 라틴어를 도입하는 등 로마 문화를 동경하는 쪽이었다. 그들은 문화재는 그대로 두는 대신 재물을 많이 약탈했다. 어쨌든 반달족이 로마를 신나게 털어 간 것은 사실이어서 덩달아 문화재 파괴자로 기억된 것이다.
16일 새벽, 경복궁 영추문과 중앙박물관 담벼락에 붉은색·푸른색 스프레이로 낙서를 남기는 반달리즘 사건이 발생했다. “영화 꽁짜” 글자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알리는 낙서였는데 마침 인근 광화문광장에서 빛초롱축제가 시작돼 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확인하러 오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문화재청은 즉각적으로 복원에 나섰고 경찰은 CCTV에 찍힌 범행 장면을 바탕으로 용의자를 찾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유명한 낙서 반달리즘은 올 6월 영국 청년이 열쇠를 이용해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벽면에 “Ivan+Hayley23” 글자를 새긴 일일 것이다. 그는 로마 시장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면서 “이 일이 일어난 후에야 그 유적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게 되었다”고 변명했다.
모르고 한 짓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그는 벌금 1만5000유로(약 2150만 원) 내지 5년 전후의 징역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2월 서울 송파구 삼전도비에 페인트 낙서를 한 사람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법정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2008년 2월에는 채모 씨가 국보 1호인 숭례문에 불을 질러 10년 형을 선고받고 2018년에 만기 출소하기도 했다.
벌금형부터 징역형까지 반달리즘에 대한 처벌 수위가 만만치 않다.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남긴 이는 어느 정도의 벌을 받을 것인가.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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