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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돈까스 전문점이 있다. 음식이 맛있고 가격이 저렴해서 이틀이 멀다 하고 가는 집이다. 그런데 이 집엔 약간의 문제가 있다. 규칙이 엄청 까다롭다. 우선 가게에 입장하면 주인이 지정하는 좌석에 앉아야 한다. 주인은 자신만의 규칙을 갖고 손님을 안쪽부터 차곡차곡 배치한다.
손님이 거의 없는 저녁나절에 방문해도 10평 남짓한 실내 맨 구석 자리에 앉도록 지시한다. 그렇다. 그것은 지시에 가깝다. “14번에 앉아 주시겠어요?”가 아니라 “14번에 가서 앉으세요”라고 한다. 그 말투가 어찌나 단호한지 거역할 엄두를 못 낸다. 벽면에 큰 글씨로 테이블 번호를 붙여 놓은 것도 독특하다.
그런 주인의 태도는 불쾌하다기보다 기이하다. 너무나 기이해서 계속 주시하면서 지켜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뿐이 아니다. 벽면에는 아주 다양한 규칙이 나열돼 있다.
‘물은 셀프’이며 공깃밥이나 추가 반찬은 벨을 눌러 직원을 호출하도록 되어 있다. 손님은 주방 앞 반찬코너에 ‘절대’ 접근할 수 없다. ‘절대’라는 단어 때문에 정말 가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혹여라도 반찬코너에서 얼쩡대다간 쫓아낼 게 틀림 없다. 정말이지 이 집 돈까스는 너무 맛있어서 밥을 먹는 도중에 쫓겨나고 싶지 않다.
돈까스 겉면은 바삭하고 고기는 촉촉하고 두툼하며 부드럽다. 양도 매우 푸짐하다. A4 용지를 방불케 하는 얇고 넓적한 ‘왕돈까스’류와는 비교도 안 된다. 이런 고급스러운 음식이 1인분에 9000원이다. 메뉴에는 고기의 그램(g) 수가 표기되어 있어 보통·대·특대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요즘 카페나 식당을 보면 이런저런 규칙을 내거는 집이 왕왕 있다. 보통 ‘1인 1주문’ 같은 것들이다. 정말이지 쓸데없는 규칙이 아닌가. 2인이 왔으면 2인 자릿값을 내라는 것인데 장사를 하다 보면 두 명이 하나를 시킬 때도 있고, 한 명이 두 개를 시킬 때도 있는 것이지….
1인 1주문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자면 1인 2주문도 허용해선 안 된다. 1인 2주문을 불허한다면 모든 규칙을 주인의 철학으로 생각하고 기쁘게 그 집을 애용할 것이다.
내 단골 돈까스 가게만큼 음식을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얄팍하게 한 그릇 더 팔아보려고 저런 규칙을 고수하는 집에는 도무지 발길이 가닿지를 않는 것이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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