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피폐한데… 광주·제주銀 배당금 역외 유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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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은행 50%, 제주은행 63% 배당성향 결정… 주주 대부분 모회사
JB금융 서울 소재 주주에 629억 원 지급… 지역민 ‘이자장사’ 논란 ↑
광주·제주 명목 GRDP 전국 최하위 수준… “지역재투자법 입법화해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7 11:25:00

▲ 스카이데일리가 광주은행·제주은행이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광주은행은 전북 전주에 있는 JB금융지주에, 제주은행에 서울에 있는 신한금융지주에 순이익 상당 부분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광구 동구에 있는 광주은행 건물. 광주은행

광주은행·제주은행이 지역에서 돈을 벌어 놓고도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역외로 유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 5~6%대 대출 금리를 적용하며 3조 원 이상의 이자수익을 올렸음에도 배당금 대부분을 지역 바깥에 있는 모회사 등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역은행이 지역사회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지역재투자법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광주은행·제주은행이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지난해 이자수익으로 1조8261억 원을 벌어들였다. 전년(1조3403억 원) 대비 36.2% 늘어난 규모다. 은행별로 광주은행 1조4863억 원, 제주은행 3399억 원을 기록했다.

이자 수입도 짭짤했다.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이자이익은 광주은행이 8457억 원, 제주은행이 1455억 원을 거뒀다. 두 은행의 이자이익을 합친 규모는 2020년 6880억 원, 2021년 7752억 원, 2022년 9253억 원, 2023년 9912억 원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비이자이익인 수수료이익은 지난해 광주은행이 338억 원, 제주은행이 105억 원을 얻는 데 그쳤다.

고금리 장기화가 이자수익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광주은행의 지난해 1~12월 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평균 6.87%로 시중은행 19개 중 전북은행·토스뱅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22년 7~12월 평균(6.37%)보다는 0.5%p 올라갔다. 같은 기간 제주은행도 대출 금리가 5.39%에서 5.73%로 상승하며 전체 5위에 올랐다. 이에 반해 저축성수신금리는 3%대에 머물렀다. 예대금리차는 2~4%p를 기록하며 2곳 모두 상위권에 속했다.

문제는 각 지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역외로 유출한다는 점이다. 광주은행은 지점·출장소·사무소 129개 중 108곳이 광주·전남에 있는 지역 대표 향토 은행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거둔 순이익(2407억 원)의 절반 이상(배당성향 50.01%)인 1204억 원을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 JB금융지주에 배당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JB금융지주는 전북 전주에 본점을 소재하고 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여기서 끝이 아니다. JB금융지주도 주요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J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삼양사(14.61%)이고 주요 주주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14.04%)·오케이저축은행(9.65%) 등이다. 이들 기업은 서울에 본점을 두고 있다. JB금융지주는 올해 배당성향을 27%에서 28%로 올리며 순이익 5860억 원 중 1641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삼양사·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오케이저축은행의 지분을 고려하면 이들 3곳이 받을 배당금은 총 629억 원에 달한다.

제주은행도 비슷하다. 제주은행은 지점·출장소 32개 중 30개를 제주도에 둔 향토 은행이지만 최대주주는 서울에 있는 신한금융지주다. 지분율은 75.31%로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제주은행은 올해 배당성향을 14.1%에서 63.0%로 대폭 올렸다. 지난해 순이익 51억 원 중 32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신한금융이 제주은행으로부터 받을 배당금은 24억 원에 달한다.

광주·제주 지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악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제주·광주의 명목 지역내총생산(GRDP)은 각각 21조·45조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14조 원) 다음으로 낮았다. 1인당 GRDP도 광주 3090만 원, 제주 3115만 원으로 전국 평균치(4195만 원)보다 약 1000만 원 적다. 투자 증감률도 광주 –8.9%, 제주 –2.2%로 부진했다.

지역민을 위해 쓴 돈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은행연합회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광주은행의 서민금융 등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320억 원이었다. JB금융지주에 수천억 원의 배당금을 준 것과 상반된다. 이 기간 제주은행도 사회공헌활동으로 16억 원을 지출하는 데 그쳤다.

지역재투자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77년 미국에서 최초로 제정된 이 법은 은행 등 기업이 한 지역에서 수익을 내면 그 지역사회에 대해 재투자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말한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이 지역 안에서 투자 자금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역경제는 피폐화되고 있다”며 “현지에서 수익을 올리면 그 지역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세를 내야 하는데 (모회사가 있는) 서울로 빠지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는 세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지역에서 돈이 돌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