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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접어든 우크라이나전쟁의 여파는 전 지구적이다. 생활물가 앙등의 고통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드물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이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 면제를 내년 6월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애당초 우크라이나 지원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혜택이었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로 유럽 농민들 피해가 가중돼 반발이 심하다. EU 지식층 엘리트와 바닥 민심과의 괴리를 보여준다는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를 의식한 듯 이번 타협안에선 관세 면제 기간이 연장된 대신 규모는 사실상 축소됐다. 이것으로 유럽 농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U 상반기 의장국인 벨기에가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27개국 대사들이 ‘자율적 무역 조처’ 연장에 관한 새 타협안이 합의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우크라이나산 농축산물에 대한 한시적 면세 혜택이 골자인 새 타협안을 두고 벨기에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EU 농업시장 보호 사이의 균형 잡힌 접근”임을 강조했다.
2016년 EU-우크라이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부분 우크라이나산 상품은 면세가 적용됐으나 농축산물은 FTA 체결 이후에도 수입 할당량이 유지되고 관세도 부과됐다. 2022년 전쟁 발발 3개월 후인 6월부터 1년간 우크라이나 농축산물은 EU 내 한시적 면세 대상에 들어갔고 작년 6월 1년 연장됐다.
올해 추가 연장 합의가 이뤄져야 내년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혜택이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앞서 몇 개월 대규모 ‘트랙터 시위’를 벌일 만큼 격양된 농민들을 달래고자 EU는 1월 면세 혜택 추가 연장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설탕·계란 등 일부 품목에 대해 수입량 급증 시 면세 혜택이 중단되는 장치를 마련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에 27개 EU 회원국 및 유럽의회가 같은 달 20일 집행위 초안을 토대로 2022∼2023년 평균 수입량 초과 시 관세를 다시 부과한다는 내용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뒤늦게 폴란드와 프랑스를 필두로 한 다수 회원국이 잠정 합의에 포함된 면세제한 조처가 불충분하다며 문제삼고 나섰다.
결국 의장국 벨기에 중재로 우여곡절 끝에 도출된 새 타협안은 면세 혜택 중단 여부 판단 시 기준이 될 평균 수입량 참고 기간을 2021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로 확대한 내용을 추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2021년 하반기는 전쟁 발발 전, 즉 우크라이나산 농축산물이 면세 혜택을 받기 이전이라 이 기간을 포함시키면 관세 재부과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겨우 합의된 새 타협안이지만 갈 길이 멀다. 유럽의회 표결을 거쳐 EU 장관급 이사회 공식 승인을 거쳐야 확정된다. 6월 유럽의회 선거가 있고 현 의회는 내달 말 종료되므로 이번 회기 내 새 타협안을 처리하긴 시간이 촉박하다. 새 타협안은 이르면 내달 9일 의회 산하 국제무역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본회의 투표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절차가 순조롭지 않거나 또 제동이 걸린다면 6월부로 우크라이나 면세 혜택은 끝난다.
5일(현지시간) 이미 우크라이나가 자국산 농산물에 대한 EU의 수입제한 조치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라스 카츠카 우크라이나 경제부 차관이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EU가 6월부터 닭고기·설탕·계란 등 일부 품목 수입량이 지난 2년 평균치를 초과하면 자동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도입하기로 한 것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런 상황의 배경엔 우크라이나산 저가 농산물 유입에 항의하는 유럽 각국 농민의 조직적 반발이 있다. 경제대국으로 통하던 독일·프랑스의 농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달 22일(현지시간) 중·동부 유럽 각국 농민들이 체코·슬로바키아 국경 도로를 봉쇄하고 연대시위를 벌였다. AP·AFP통신에 따르면 시위를 주도한 체코 농민단체가 서부·중부 유럽~발칸반도~발트해 연안을 아우른 10개국 농민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농산물이 유럽 시장으로 들어갈 때 통과하는 관문인 폴란드 100곳 이상의 간선도로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으며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연결된 메디카 국경검문소에서 화물 열차를 멈춰 세워 곡물을 쏟아버리기도 했다. 같은 날 폴란드 남부 실레시아 집회엔 심지어 옛 소련 국기와 ‘푸틴은 우크라이나·브뤼셀(EU)과 우리나라 정부를 처리하라’ 문구의 현수막이 등장했다.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 당국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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